무타협 미식가 - 맛의 달인 로산진의 깐깐한 미식론
기타오지 로산진 지음, 김유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다소 건방지고 거만한 미식가이다. 맛에 관한 타협이란 1도 없다. 본인이 좋다고 생각하는 식재료를 다른 식재료보다 우위에 두는 것은 물론인데 거기에는 어떤 생선이나 고기의 산지라는 지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도 있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아무 이유없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읽다보면 그의 미식예찬에는 조금 반발심이 일기도 했다. 세상 사람 중에 미식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심지어 짐승도 먹이가 풍부하면 가장 맛있는 부위만 먹고 나머지는 버리는데 사람은 오죽하랴. 다들 맛있는 것, 신선한 재료, 몸에 좋은 것을 먹고 싶지만 일단 돈이 없고, 시간적 여유가 없고, 자라온 환경이 달라서 맛에 대한 기대치가 다른 것뿐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뭐가 맛있다, 뭐는 어떻게 요리해먹어야 한다 주구장창 나오는 음식 얘기를 일본요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어나가다가 어느 대목에서는 '아, 기타오지 이 사람은 맛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긴 하지만 틀린 말을 하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바로 잘 먹어야 건강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미식은 오직 고급 식재료로 만든 비싼 음식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산지에서 자연적으로 난 생선이나 채소를 가지고 설탕이나 시판 간장에 의지하지 않고 재료 고유의 맛을 100% 끌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이는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기농이나 웰빙과도 일맥상통한 얘기지만 시간과 돈 모두 부족한 서민층에게는 역시나 멀기만 하다. 기타오지는 본인이 젊고 가난한 시절에도 미식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서 좋은 것, 맛있는 것을 먹고, 음식을 담은 그릇이나 도구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음을 언급한다. 도예가로 이름을 날린 사람이니 떡잎부터 관심이 남달랐다고나 할까. 나 역시 이 태도 만큼은 높이 산다. 사람은 결국 자기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다. 시간없고 하기 싫다고 매번 라면이나 햄버거같은 인스턴트만 먹어대다가는 뭐가 미식인지 알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 건강도 해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너무 맛있는 음식만을 추구하는 것도 요리사나 미식가가 아닌 다음에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건강한 맛을 미식이라고 정의한다면 일반인 역시 저자만큼은 아니어도 꾸준히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저자가 극강의 미식이라고 칭찬하는 은어, 복어, 고사리, 오차즈케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아무리 일본이 가깝다고는 하나 음식문화는 확연히 달라서 일본고급요리를 실컷 먹고 이렇다, 저렇다 자세히 쓴 글을 읽어본 적이 없기에 인문학적으로 재밌게 읽었다. 특히나 오사카, 교토 사람과 도쿄 사람을 이분법처럼 나눠서 마치 우리나라 경상도, 전라도 지역을 나누고 그게 따라 평을 하듯이 쓴 부분도 웃음이 났다. 예를 들어 '도쿄 사람은 세속적이라 느끼하고 기름기 많고 단맛을 좋아하며 어디에나 설탕맛을 느낄 수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과연 일본여행을 한 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이라면 동감할 것이다. 매운 음식은 거의 없지만 각종 요리와 반찬까지도 다 달다. 그 밖에 참치회를 두고도 다들 고추냉이에만 신경쓰지만 실은 신선한 무즙이 훨씬 더 맛에 중요한 요소라든지, 식재료로 거의 먹지 않는 두꺼비가 요리하면 그렇게 맛있다니 이 역시 신선한 충격이었다. 저자의 경험은 너무 폭이 넓고도 깊고, 또 흔한 식재료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 내가 따라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후반부에 자세히 소개된 오차즈케 정도라면 기회가 있을 때 먹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