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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지음 / 수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오늘 드디어 구매했다.
책이 나오기 전부터 사야겠다고 다짐 했고, 좋아하는 술이랑 영화도 덜 마시고, 안 봤다.
덕분에 살도 초큼 아주 초큼은 빠진 거 같고, 통장에 얼마간 돈이 장기간 있었던 경험도 좋았다.
한 번 쓰기 시작하면 나가는 게 돈이니까.
문화생활을 할 때는 술 한 번 마실 때 내가 포기해야 할 공연과 앨범과 책을 생각해야 한다.
이번 방학 부터는 1순위는 문화생활이다.
거창하게 우아하게 살겠다는 게 아니라 나는 좀 헤매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까 정말 대한민국 표류기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허지웅 형(본적은 없지만 30세)이 시작 하는 말에서 자신의 20대가 표류기 였다고 말한다.
내게는 해외를 체류하며 쌓은 뽀얀 기록도, 상위 5퍼센트가 될 수 있는 성공의 키워드를 알려줄 노하우도, 인생을 7막 7장으로 나누어 내 삶에는 쉼표도 마침표도 있다 없다 떠들 자신감도 없습니다. 다만 어린아이들에게 좀 더 고생하고 불비할 것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그저 그렇게 버티어내다 꽤나 가까스로 삶의 방향성을 찾기까지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을 뿐입니다. 읽다 보면 아마도,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당신의 삶을 조금은 더 아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군요. 허지웅[대한민국 표류기 7page]
시작하는 글 부터 시작해서 단숨에 100페이지는 후딱 읽어버렸다.
길음으로 가는 지하철 버스 그리고 환승하는 구간 추운 버스정거장에서도 놓을 수가 없었다.
미문으로 장식된 글이라고 하기엔 투박하고, 꼰대가 쓴 민주주의가 어떻고 계급이 어떻고 하는 흙벽돌 같이 촌스런 글도 아니고, 이건 국방부가 어서 금서목록에 올렸으면 하는 글이다.
읽다가 아직 뒷 페이지가 남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는게 걱정스러운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아마도 그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거나, 해야만 했던 말이거나, 하기 싫어서 혹은 하고 나면 못난 내 모습을 인정하는 거 같아 외면하는 말들이기 때문이리라.
작년에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 오디언의 라디오 킬더 비디오 슷하(약.라킬비)의 종영으로 김현진 씨와 예의 능글함과 유쾌함을 즐기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렇게 활자로 만나게 되어 다행이다.
덧으로 김현진 씨가 쓴 두 권의 책을 도서관과 서점에서 봤는데 2000원 커피면 어떻고 4000원 커피면 어떤가
당신의 스무살을 사랑하라.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