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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베트남 - 느리게 소박하게 소도시 탐독 ㅣ 여행을 생각하다 6
소율 지음 / 씽크스마트 / 2022년 10월
평점 :


이 책의 키워드를 세 가지 꼽자면 베트남 소도시 여행, 여자 혼자 여행, 엄마의 여행 으로 고를 수 있겠다.
이 책의 작가인 소율님은 나이 마흔에 첫 여행을 시작했고, 그 후로 해마다 여행을 떠난다.
놀랍게도 이 책은 어느덧 중년으로 접어든 작가가 베트남의 대도시도 아닌 소도시를 혼자서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종주를 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자의 시선으로 엄마의 시선으로 현지 사람들과 어울림을 즐기는 작가의 소소한 마음들이 책 속에서 편안하게 묻어 나온다.
작가에 대해서 모르고 읽었으면 평범함 여행 에세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알고서 책을 읽으니 특별한 여행기로 다가왔다.
나는 진정한 여행의 맛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왜인지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건강적인 측면이나 체력적인 측면에서 동행이 필요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걱정에 대한 해결책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의 짐을 싼다. 그리고 오전에 어딘가를 열심히 다녀오면 오후에는 '어이구, 수고했네'라며 쉬어준다. 하루에 5시간 이상의 이동은 하지 않는다.
역시나 연륜에서 나오는 짬바가 찐이다.
베트남은 남북으로 긴 지형 탓에 북부와 중부, 남부의 계절이 각기 다르다.
그래서 보통은 한 번에 베트남 일주를 감행하기보다는 하노이로 들어가 북부를 다니고, 다낭으로 들어가 중부를 둘러보고, 호찌민으로 들어가 남부를 여행하는 게 적절한 방식이다.
북부지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12월에서 2월까지 겨울이다. 늦가을 정도의 기온에 비가 자주 내린다.
열대의 날씨를 고대한다면 남쪽이 정답이다.

아이스커피(카페쓰어다)를 시켰는데 뜨거운 커피핀과 얼음을 담은 유리컵이 따로 나왔다는 구절에서 피식 웃음이 났다.
나는 베트남은 다낭을 딱 한 번 다녀왔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 회사에서 다낭으로 워크숍을 갔었던 것이다.
내 기억의 베트남은 일단은 덥고 습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다낭과 연계해서 가는 호이안의 가게들은 에어컨이 흔하지 않다.
더위에 지쳐 호이안의 어느 카페에 들어가서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는데, 딱 위와 같이 아주 펄펄 끓는 커피와 각얼음도 아닌 얼음 한 덩이를 작은 컵에 넣어서 가져다주었다.
얼음컵은 너무 작아서 뜨거운 커피를 한 번에 부으면 얼음이 다 녹아서 없어져 버릴 지경이었다.
얼음컵에 커피를 조금씩 따라서 얼추 식혀서 조금씩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때에는 외국인이라서 잘 모르니까 일부러 이렇게 갖다주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약간 있었는데, 이제야 몇 년 만에 깨끗하게 해결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달랏을 가보고 싶어졌다.
달랏은 파란 하늘 때문에 행복해지는 곳이라고 한다.
저자가 방문했을 때는 아쉽게도 세계적인 이상기후 때문에 달랏이 2주일 중 절반이 넘게 흐리고 비 오늘 날이 이어졌다.

나는 사실 파란 하늘은 둘째치고 달랏의 카페 투어를 하고 싶다.
베트남의 커피 중 80%를 생산하는 지역답게 1골목 1카페라고 한다.
주의할 것은 베트남에서 카페는 남자들의 사교장인 경우가 많다.
카페인은 여자들에게 해롭기 때문에 커피를 남자들만 마신다는 핑계로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 아직 존재한다.
저자가 사용한다는 '이방인'이라는 우산을 쓰고 당당하게 카페에 입성하면 되겠다.

뚜옌람 호수의 카페에서 호수 옆에 딱 붙은 자리에 앉아서 하염없이 멍때리기를 하고 싶다.

쌀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1일 1쌀국수를 먹지 않는다면 베트남 여행자가 아니라고 했다.
또한 베트남의 쌀국수는 국물이 담백하고 싱거운 게 미덕인데 모든 음식의 간이 기본적으로 싱겁다고 한다.
베트남 사람들의 삼시 세끼는 이른 편이라서 2시가 넘으면 점심 장사를 접고, 6시 반에는 저녁 장사를 접으니 허탕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조만간 내가 달랏에 방문할 때는 꼭 파란 하늘도 같이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 책을 통해 나에게 맞는 베트남의 소도시는 어디일까 알아가보면서, 언젠가 떠날 날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