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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자가 온다!
이신주 지음 / 아작 / 2023년 8월
평점 :
소설집의 가장 좋은 점은 목차가 나온 페이지를 펼치고 원하는 제목을 골라 읽는 맛이 있다는 점이다. 목차 부분을 딱 열어놓고 가장 먼저 읽을 소설을 결정하려는데 정말 어려웠다. 그만큼 제목만 봐도 호기심이 생기는 소설이었다. 역시나 표제작인 '공산주의가 온다'가 끌려서 가장 먼저 읽었다. 밖에서 책을 읽을 때 표지를 누가 볼까 살짝살짝 눈치를 보게 되는 나의 모습까지 이 소설에 포함되는 것 같았다.
'단일성 정체감 장애와 그들을 이해하는 법'은 현실에서 '정상적'으로 간주되는 인간들을 오히려 차별의 대상으로 둔 배경의 소설이다. 어느 사이비 종교의 시혜적 안내문 같은 이 소설은 강하게 '단일성 정체감 장애를 가진' 인간들과의 공존을 이야기하면서 교묘한 차별을 보여준다. 각 소설마다 현실에서 비주류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주류로 등장한다. 이런 부분을 보면서 SF의 상상력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싶었다. 이런 상상력은 일상을 낯설게 만들어준다.
<공산주의자가 온다!>라는 쎈 제목과 달리 12개의 소설은 어떤 것이 오기만을 기다리진 않는다. 모든 소설이 어디론가 가고 있다. 이신주 작가의 소설집을 읽으면서 내가 SF의 어떤 부분을 좋아했는지 한번 더 깨달을 수 있었다. 수록된 소설 '완벽한 여자' 역시, 4등급 유전자 정보를 가진 인물들은 자신의 세상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이 선택한 방향인 어디론가 가고 있다. '35억 년 레시피'에서도 이상한 생명체와 마주한 입시생은 어딘가 나사가 풀린 채로 일어나 후라이팬을 꺼낸다.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가만히 기다리진 않는다. 어디론가 간다. 어느 소설이나 인물이 움직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SF에서 인물들의 선택은 낯설지만 묘하게 공감하게 된다. 12개의 소설은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공포감이 있는 분위기로 이런 인물들의 행동을 더욱 주시하게 된다. 가끔은 체념하고 건방진 문체로, 정중한 것 같지만 어디 한 군데 삐뚤어져 있는 것 같은 이 인간적인 화자들은 SF가 주는 가상공간에 의문을 던지고 나중에는 우리의 현실에도 질문을 던진다. 정말 SF가 미래의 공간, 이질적인 공간이기만 한 지. 우리는 각자 어떤 선택을 하며 살고 있는 지. 이게 바로 내가 SF를 좋아하는 이유다.
왜나하면 인식은 무언가를 수동적으로 보거나 듣는 게 아니니까요. 오히려 우리 뇌가 현실을 덧칠하여 새로운 질서와 의미를 부여하는, 지극히 능동적인 과정이니까요.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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