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란 말을 요즘 아이들의 심리를 반영해 풀어낸 점이 신선했다. 회장선거, 경시대회, 학예회 등 각종 압박에 시달리고 친구와 비교 당하니, 우리 아이들은 똥이 마렵지 않아도 배가 아플 수밖에 없다. 마음껏 친구를 축하하거나 칭찬해줄 수도 없다. 예전에 같이 수업하던 아이 중에 책 속에 나오는 준동이 같은 아이가 있었다. 그 친구는 평소 발표도 잘하고 수업 준비도 잘 해오는 성실한 친구였다. 그런데 어느 날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자 소리를 지르고 친구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이후, 아이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성적 압박을 겪는다고 털어놓았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싶어 반성했다. 이 책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나 교사가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나도 혹시 이 책의 엄마처럼 아이를 병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아이’로 만들면서 천사 같은 표정을 지으며 ‘친구가 상을 타면 축하해야지’라는 이율배반적인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닐지 말이다.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엉터리 처방전’이더라도 주인공 아이가 자유로워지고 엄마가 생각을 고쳐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아이를 압박할 것 같고 주인공은 배가 아플 것 같다. 그래서 더 우리 현실이 씁쓸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다행인 건 주인공이 친구의 아픔에 공감하고 친구가 땅을 사도 박수쳐줄 마음이 생겼다는 거다. 우리 모두 불쌍한 인생이야. 그러니 우리 끼리는 서로 미워하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