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신학 (양장) - 진리, 성경, 역사, 해석
앤터니 티슬턴 지음, 박규태 옮김 / IVP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대단하다. 앤서니 티슬턴(Anthony C. Thiselton)조직신학(Systematic Theology, 박규태 옮김, IVP, 2018[2015])을 받은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그간 독서에 집중할 수 없을 만큼 어렵고 힘든 상황으로 인해 1/3정도만 읽어서 인상평 정도를 남길 뿐이나 이 책에 대한 그리고 티슬턴에 대한 인상은 역시 대단함이다. 대단함은 티슬턴에 다른 저작에서도 발견했었다. 해석학에 관심을 생길 때부터 티슬턴은 자주 마주하게 되는 저자였고, 티슬턴의 명성과 끌림에 한국에 번역된 그의 저작들을 모아왔다. - 그 중 고린도전서: 해석학적 & 목회적으로 바라 본 실용주석(1 Corinthians: A Shorter Exegetical and Pastoral Commentary, 권연경 옮김, 2011[2006])은 공부할 때도 현재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참고서이다. - 최근에 에라스무스에서 이 책 발간 기념으로 티슬턴에 관한 강좌를 열었을 때는 무척 가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일정이 맞지 못했다. 다행이 이번 IVP독서단 2기에 선정되어서 매우 기뻤다.

티슬턴, 그의 대단함에 걸맞게 해박한 지식을 이 책에서도 뿜뿜뽐낸다. 1/3뿐이 읽지 못하였음에도 그의 다른 저작에서도 발견되었던 박학다식함이 여실하게 드러나며,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있음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구성은 다른 조직신학서가 가지고 있는 틀에 벗어나지 않아서 방법론을 밝히고, 신론과 창조세계, 인간론, 기독론과 구원론, 성령론과 교회론, 재림과 종말론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이 중 1/3정도의 지점인 신론과 창조세계까지만 읽었어도 친절함과 자상함을 동반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해박함은 티슬턴이 표명한 대로 실용성으로 이어진다. 그의 표현대로 목이나 가다듬는서론이 되는 방법론에 부분에서도 전혀 목만 가다듬지 않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조직신학에 대한 편견들을 여지없이 부셔 목회 현장에서 신학의 틀을 성도들과 공부해야 함을 역설할 수 있도록 한다.

더욱이 그의 해박함은 신학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교회사, 성경, 교리와 조직신학 등의 신학분야는 기본이고, 그의 전문 분야인 해석학은 물론, 연관 분야인 철학과 심리학, 사회학에다가, 나아가 과학, 문학 영역에 까지도 책의 인용은 풍성하다. 목회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프로이드, 니체, 마르크스 등에 대해서도 논하고, 도스토엡스키를 끌어와서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자주 접하지 못하는 학자들에서부터 조금만 기독교 변증에 관심을 가지면 익숙하게 언급되는 저자와 저서, 사상들을 망라하여 현장에 실용성과 연구의 실용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해박한 지식을 주제별로 풀면서도 성경에서부터 시작하여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논의에 대한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저술하고 있다. 이는 책 등에 쓰인 진리, 성경, 역사, 해석을 상기시켜 주며, 해석학자다운 티슬턴의 면모를 드러낸다. 진리가 담긴 성경이 어떤 해석의 역사를 거쳐 왔고, 해석공동체의 변화에 따라 논의가 어디까지 와 있는 지를 독자들이 알게 하여 준다. 또한 각 주제별로 책이 쓰인 대로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려가게끔 하는 친절함은 독자에게 말을 걸고, 대화하는 듯 적힌 다정다감한 문체와 만나 조직신학에 관한 책과 조직신학에 대한 딱딱함이라는 편견을 깨주고 있다.

하지만 과한 친절과 해박함은 딱딱함이라는 편견을 깨어 줄지는 몰라도 여전히 지루함과 피곤함이라는 인식을 깨주지는 못했다. 해박한 인용은 때로는 무지막지한 정보 과잉으로 요새 흔한 말로 IMP의 피로도를 준다. 티슬턴의 대단함은 압도로 변하여 때때로 좌절을 주기도 한다. 인용된 많은 학자들의 맥락을 다 이해할 수 없어 적절한 인용인지도 잘 모를 때도 많고, 티슬턴은 인상 깊고 적절한 인용이라고 옮긴 문장을 다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에는 후르륵 빠르게 지나가기도 하였다. 그렇게 지나가도 저자의 주장이 잘 이해되지 않거나 주장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책의 가독성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 표지부터 딱딱함하고 거리는 두지만 조직신학서임을 드러내는 산뜻하고 깔끔한 표지 읽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지만, 책의 시원시원한 편집은 문장을 눈에 쏙 들어오게 하고 있다. 또한 매 쪽마다 쪽 바깥쪽보다 안쪽의 여백을 많이 두어서 꽤 두꺼운 편에 속하는 이 책을 꾹꾹 눌러보지 않고 더욱 편하게 보도록 한 점도 가독성을 높인다. 쪽의 바깥 여백이 있었으면 아쉬움이 남지만 보기에는 무척 편하다. 때로 홀수 쪽 중간 부분 문장 앞에 글자가 흐릿하게 깨져 있는 곳이 여러 곳 눈에 띄는 건 옥의 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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