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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사카이 준코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내 나이대 여성에게 가장 큰 고민은 결혼과 출산이다. 20대의 찬란했던 시기를 거쳐 30대가 되면 주위에서 언제 결혼하냐는 질문을 수없이 듣고 막상 결혼하면 아기 소식은 있냐며 질문을 가장한 압박을 준다. 아기 있는 친구들 하는 말이, 첫째 애가 돌이 되기도 전에 둘째는 언제쯤 가질 예정이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짜증 난다고 한다. 결혼과 출산은 극히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잘 모르는 사람조차도 아무렇지 않게 이런 질문들을 하는 거 보면서 신경질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왜 그렇게 결혼, 출산에 관한 질문을 해대는지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딱히 할 말 없는 사람들의 인사치레인 것 같다고 결론 내렸다.
결혼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을 선택함에 따라 얻는 것과 잃는 것은 항상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결혼을 하면서 잃는 것이 있더라도 결혼생활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보완해준다고 생각하고 만약에 결혼으로 인해 손해 보는 것에 대해 타협할 수 없다면 결혼을 안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난 외로움을 많이 타는데 어렸을 때부터 독립해서 그런지 부모님과 평생 함께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대학생이 되면서 학교 때문에 동생과 자취를 했는데 동생이랑은 같이 살 수 있는데 부모님이랑은 모든 공간을 공유하면서 함께 살아갈 자신이 없다. 왜 그럴까? ㅋㅋ 내 성격과 생활패턴을 생각해본다면 누군가와 함께 결혼생활을 한다는 건 크게 고민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출산과 육아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하지만 애가 없다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갈피를 못 잡는다.
난 대개 어떤 사안에 대해 좋고 싫음, 옳고 그름이 명확한 편인데 왜 '출산과 육아'라는 이야기만 나오면 움츠러들고 항상 물음표 상태로 남아있는지 스스로 의문이었는데 이번에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를 읽고 그 이유를 알아냈다.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의 저자 사카이 준코 역시 단번에 '아이 없이 사는 삶'을 정한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독신으로 살게 됐고 독신으로 살아도 아이는 가질 수 있지만, 일본 사회에서 독신 여성이 혼자 아이를 갖고 키우는 것은 흔하지 않다.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이상하게 생각할뿐더러 의학적, 법적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여성은 40대가 넘어가면 임신이 어려운 신체적 조건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며 인생의 가장 바쁜 시기를 지나다 보면 임신을 하고 싶어도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벽에 부딪히게 된다.
독신 여성이 아니더라도 결혼을 한 여성도 출산에 대해 고민을 한다. 지금 결혼 생활도 충분히 행복한데 왜 아이를 가져야 하는지, 혹은 주위에서 육아를 하며 고충을 토로하는 것을 보며 저렇게 힘든데 왜 아이를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또한 여성은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내 능력의 최대치를 뽐내며 빛날 시기에 임신을 해야 하는 숙명을 갖고 태어난다. 10개월의 임신 기간을 지나 출산을 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년 동안 육아를 담당하면서(남편과 공동육아를 한다고 하더라도 동등하게 육아를 담당하는 부부는 본 적이 없음) 경력단절로 사회로 돌아가기 힘들어진다. (이건 사회 구조 탓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다양한 이유로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하기도 하고 잠시 출산을 보류할 수도 있다. 난 어떤 상황이든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독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결혼은 했지만 아이가 없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다 살아가는 방식과 모습이 다를 뿐 어떤 것이 바람직하고 보기 좋다는 것은 자신의 기준과 편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없는 부부를 보면서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한 마디씩 하는 사람들은 모순적이게도 아이가 셋 이상인 사람들을 보면 '돈 많나 보네, 돈 열심히 벌어야겠다, 애국자네'라며 조롱 아닌 조롱을 한다. 아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맘껏 떠들려면 일관적 이기라도 하던지...;;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에서 사카이 준코 역시 개인적인 감정과 취향으로 아이 없는 삶을 택한 것은 아니다. 개인에서 부부로 부부에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지역공동체로 지역공동체에서 사회의 문제로 더 깊이 파고든다.
출산율이 일본보다 높은 선진국은 남녀평등을 철저하게 실현해 출산율 저하를 막았습니다. 집안일과 육아를 남성도 분담하고 자녀를 키우면서 일도 쉽게 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갖춰 남녀 모두 일도 가정도 가질 수 있게 된 겁니다. (중략) 만약 일본이 앞으로도 '여자는 집에서 아이나 키우는 사람'이라는 식의 우익적 사상을 밀고 나간다면 그것은 충격적인 실험이 될 겁니다.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깊이 남아 있는 나라에서는 남녀평등을 추구하지 않고 예전의 봉건 제도를 준수하는 것이 아이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하는 주장이 증명된다면 말입니다.
국가적인 문제가 된 낮은 출산율은 사회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다른 걱정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이다. 그리고 후기처럼 아이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각자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교양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