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야 : 야 1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메타노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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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 꼭 기억해야 해.

우리가 이렇게 고생해서 살아남은 이상,

쉽게 죽을 수는 없어.”

중국 1위 장르 소설 작가인 묘니. 중국 대표 장편 소설 작가 김용 이후 가장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일본 추리 소설은 좀 읽어봤지만 중국 무협소설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는데, 나름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장야]라는 제목의 이 소설은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현재 넷플릭스, 왓챠, 티빙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 평범한 사람의 수행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미 정해진 실패를 더욱 비장하게 보이게 하는 것뿐 아닐까? "

선위 장군 임광원이 제국에서 가장 뛰어난 대장군 하후에게 미움을 산다. 그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되고 한 가문은 끔찍한 공격을 받아 가족 모두가 몰살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이 선혈이 낭자한 비극 속에서 살아난 남자아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녕결이다. 녕결은 어린 나이이지만 변방에서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싸워오는 과정에서 용맹한 호랑이와 같은 인간이 되었다.

어린 녕결에게는 시녀가 한 명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상상이다. 하북도에 가뭄이 들어 수많은 유랑민들이 남부로 몰려들었을 때 길가에는 죽은 사람들로 넘쳤다. 그때 시신 더미에서 울고 있던 여자아이가 바로 상상이었고 녕결은 그때 그녀를 구해내고 시녀로 삼아 함께 살아오고 있었다. 녕결이 군대에 들어오는 조건으로 어린 시녀와 함께 들어오는 것을 주장할 만큼 그들의 사이는 마치 가족처럼 가까워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녕결에게 지시가 주어진다. 그것은 바로 귀인을 도성으로 안전하게 모시는 것. 적들이 어디서 어떻게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녕결처럼 사람을 많이 죽여본 경험이 있는 자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도성으로 향하는 길에 자객의 습격을 받아 몰살될 위험에 처하지만 다행히도 염력을 쓸 줄 아는 여청신 노인의 활약과 다른 모든 이들의 목숨을 건 투쟁 끝에 겨우 무사히 도성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수행자 여청신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투 기술이 갖춰져있고 매우 용맹한 녕결이 과연 수행자로 성장할 수 있을지 살펴보지만, 안타깝게도 혈이 완전하게 열리지 않아서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마음속에 대장군 하후에 대한 복수심이 불타고 있는 녕결. 수행자에 말에 그는 잠시 좌절했지만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겠다고.

한자어가 많고 중국 문화를 잘 알지 못해서 그런지 처음에 읽을 때는 조금 헤매었다. 더군다나 수행과 염력 그리고 검영과 같은 조금 뜬구름 잡는 듯한 내용이 나와서 이게 뭔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 책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멸문지화로부터 살아남은 한 소년이 살기 위해서 남을 해친다는 게 조금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녕결에게서 느껴지는 치열함과 야생성이야말로 사람들이 무협지에 열광하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뿐 아니라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한 인간이 좌절과 실망을 거치고 한계를 뛰어넘는 훈련과 노력 끝에 자신이 원하는 만큼 성장을 이룬다는 것도 무협 장르만이 줄 수 있는 인간적 감동이라고 느껴졌다. 넷플릭스에서 중국 무협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데 장장 50편 가까이 되는 대하 드라마를 다 봐도 지루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처절한 운명과의 사투... 철천지 원수와의 만남과 복수... 등의 주제는 아무래도 사람을 이끄는 마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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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
이재호 지음 / 고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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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어난 상상력. 박진감 넘치는 전개,

과학적 근거와 입체적인 인물들의 심리적 묘사가 어우러진 SF!“

작가가 가진 과학적 지식과 무한한 상상력이 합쳐져 매우 흥미로운 SF 소설이 탄생했다. "에일리언"이나 "프로메테우스" 와 같이 미지의 세상에서 소통 불가능한 괴물이, 혹은 인류를 말살하려는 우주 엔지니어들이 불쑥 튀어나와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스페이스 호러물이다. 인간은 알량한 지성으로 우주 만물을 다 꿰뚫어볼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하지만, 글쎄? 지구를 벗어난 바깥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것인가? 왜 제목이 [껍데기]인지 알 수 있는 내용이 등장한다. 결국 과학으로는 다 알 수 없는 세상이 있다.

주인공 수현은 원래 우주 공간에서 속도전을 펼치는 레이싱 선수였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이후엔 우주 생물학자로서의 삶을 꾸리게 된다. 그녀는 다른 행성에서 인공적으로 생명체를 길러내는 작업인 바이오 스피어에 관심이 많았다. 사실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다행성 종족이 되게 하겠다는 원대한 꿈으로 시도된 바이오스피어 2가 무참히 실패했지만 꿈은 아직 후대에 생생히 살아있었다. 수현은 마치 친자매처럼 친해진 우주 토양 광물학자인 이니샤와 함께 카이퍼벨트 모이라이 바이오스피어 3 계획을 추진하게 된다. 소행성 지면에 바이오 스피어를 정착시켜서 모이라이 삼성계 전체를 생명이 살아 숨 쉬는 행성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다.

지구에서의 삶이 불안해지고 힘들어지면서 화성이나 금성으로의 테라포밍은 인류의 원대한 꿈이 되었다. 사실 정부는 그전에 이미 화성으로의 테라포밍을 계획했고 많은 사람들을 이주시켰으나 결국엔 그 계획도 실패나 마찬가지였다. 화성에 만들어진 정착촌에는 주로 지구에서도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이 대거 이주했던 것이다. 즉, 그들은 자신들이 화성이라는 불모지로 내쫓긴 낙오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많은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많은 계획들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맞지만 그럴수록 모이라이 삼성계에 세워질 정착촌에 더욱더 매달리게 된 수현과 아니샤.

지난 2년 동안 라온제나 호는 승무원들과 연구원들을 태운 채 순조로운 항해를 해왔다. 그러나 도착지에 거의 다 왔다고,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생각했던 그때, 라온제나 호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미지의 소행성에 충돌하여 난파하게 된다. 그런데 난파된 우주선을 수리하던 와중에 타일러가 마름모꼴 모양의 독특한 암석을 발견하게 된다. 평범한 암석인 줄 알았지만 그것은 화려하고 다양한 빛을 시시각각으로 뿜어내며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눈꽃"이라는 의미의 아스틸베라는 이름도 얻는다. 그런데 아스틸베가 우주선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뭔가 수상하고 석연치 않은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하는데....

우리 인간은 과학으로 모든 것을 정복할 수 있다는 오만한 꿈을 꾸며 산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생각하는 그 과학적 지식이 진실에 가까운지, 가깝지 않은지도 잘 알지 못하는 게 인류이다. 아직도 달 근처에 잠깐 갔다 온 게 전부인 인류는 어쩌면 우주에 대해서 손톱만큼의 지식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게 작가의 생각인 것 같다. 사실 행성을 찾기 위해 우주여행을 하는 장르인 ” 스페이스 오페라 “ 는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다는 게 문제인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지구와 우주를 비롯한 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뒤집는 신선함을 제공하고 이야기 전개 자체가 굉장히 스릴감과 긴장감 그리고 박진감이 있다. 충격적인 결말 덕분에 더 재미있었던 소설 [껍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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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보러 가실까요? - ‘구인’하는 집과 ‘구집’하는 사람을 이어주는, 공인중개사 일하는 사람 13
양정아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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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부동산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직접 사무소를 차리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집을 계약할 때나 한 번씩 보게 되는 분들인데, 이 사람들의 일터에는 어떤 일이 있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결혼하기 전에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소개해 준 공인중개사분은 사주와 풍수지리까지 공부하면서 고객들에게 보다 좋은 집과 땅을 소개하려고 애쓴다고 했었다. 어쩌면 평생 살아야 할 집인데 그 집에 살 사람과 집의 인연이 맞아야 하기에 그렇게 공부를 한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과연 이 책 [집 보러 가실까요?]의 저자 양정아 씨는 어떤 경험이 있을까?

결혼 전에는 잡지사 기자, 방송국 작가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는 저자. 그러나 결혼하고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는 말 그대로 경력단절녀가 되어버렸다. 아직 어린아이들을 돌봐야 하기에 직장으로 돌아가기가 막막했다는 그녀는 남편이 공부한답시고 샀다가 내팽개친 공인중개사 수험서를 집어 든다. 열심히 독학한 끝에 1년 남짓한 기간이 지나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게 된 그녀. ( 나는 이 부분에서도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 아무리 자격증을 가지고 있더라도 초보는 초보. 그녀는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취직하여 일을 배우는데 실력 있는 공인중개사를 만난 것도 있지만 그야말로 꾸준함과 성실함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던 그녀는 열심히 노력한 끝에 실력을 인정받고 사무소를 넘겨받게 된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공인중개사가 겪는 여러 좌충우돌, 희로애락, 실수 등등을 솔직하게 풀어놨기 때문이다. 역시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라 그런지 별별 일이 다 있고 가지각색의 사람들을 다 겪은 것으로 보인다.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역시 " 돈 "에 웃고 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워낙 재테크를 위해서 부동산을 사고팔다 보니 그 와중에 돈 욕심이 생기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법무사와 토지사기단이 서로 짜고 같은 땅을 여러 사람에게 팔아먹은 뒤 잠적했던 사건도 있었고 형의 돈으로 부동산 재테크를 열심히 하던 한 청년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비트코인 거래를 했다가 돈도 잃고 가족도 잃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어쩌면 약삭빠른 사람에게는 다소 어리숙해 보일 수도 있을 저자 양정아 씨의 " 인간다움 " 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일보다는 사람을 우선시하는 걸로 보였다. 예전엔 시세차익을 노리고 민간임대 아파트를 여러 채를 사서 그것을 전세나 월세로 돌리는 일이 흔했는데, 이 경우 만약 임대인이 월세를 연체해서 계약이 해지되면 임차인은 보호를 받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녀의 고객 중 한 명도 그런 식으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는데, 저자는 매일 아침 임대인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면서 인간적으로 호소를 했다고 한다. 기적적으로 임대인이 돌아와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 회사를 더 이상 다닐 수 없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이 나름 보람 있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계약이 걸려있고 큰돈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는 직업으로 보인다. 저자는 아슬아슬하거나 위험해 보이는 계약은 맺지 않도록 고객을 설득하지만 돈이 없다거나 순간의 욕심에 사로잡히는 경우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어 보인다. 딱딱한 부동산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훈훈한 이야기가 많다 보니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 [집 보러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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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612 누가 어린 왕자를 죽였는가
미셸 뷔시 지음, 이선민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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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고 순간 의아했다. 어린 왕자가 죽었다고? 그럴 리가... 행복하게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었던가? 전 세계 사람들이 너무도 사랑하는 어린 왕자. 그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는 동화 속에 숨은 것들을 유추하며 즐거워했다. 너무나 사랑받은 동화였기 때문에 다른 작품으로 각색되고 기념품으로도 만들어지며 영원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어린 왕자. 그런데 예쁜 동화로 남아있던 작품이 추리 소설이 되다니. 그리고 내가 어린 왕자에 대해서 모르는게 이렇게나 많다니.

좀 무섭고 끔찍한 내용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이 책도 어떻게 보면 " 어린 왕자 "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물 간 비행사 네벤과 엄청난 정보량과 기억력을 자랑하는 천재 여탐정 앤디와의 만남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동화 속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 전 세계를 여행하는 동안 " 어린 왕자 " 속 어린 왕자와 여우처럼 그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길들여진다. 생텍쥐페리와 어린 왕자를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생텍쥐페리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책 속에 과연 비밀을 밝혀줄 만한 내용이 숨어 있을까?

시작은 카메룬에서 온 사업가 오코였다. 그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모아서 CLUB 612이라는 조직을 구성했다. 그들은 모두 작가 생텍쥐페리나 작품 어린 왕자와 어떤 이유로든 연관되어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세상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생텍쥐페리의 죽음 - 즉, 정찰 비행을 하던 중 비행기가 추락해서 사망했다는 것 - 을 전혀 믿지 않는다. 오랫동안 자체 조사를 해왔긴 했으나 끝내 비밀을 풀어내지 못한 그들은 이제 낙오된 비행사와 사설탐정을 고용하여 어린 왕자의 죽음, 즉 작가 생텍쥐페리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그들 생각에 따르면, 어린 왕자라는 작품은 생텍쥐페리가 죽기 전 남긴 유서이므로 작품을 정확하게 분석해 내면 생텍쥐페리의 죽음도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 읽는 동안 너무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다. 특히 작가 생텍쥐페리라는 인물의 일생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생전의 그는 매력적인 바람둥이였고 여자들에게 좀 나쁜 남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단히 순수해서 현실에 찌든 어른들보다는 자유로운 상상력의 어린 아이들과 더 잘 어울렸던 사람이었다. 아마 작가 미셸 뷔시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마음속에 어린아이를 품고 있는 사람이 과연 전쟁터에 자기 스스로 걸어들어간 것이 많을까? 그의 죽음에는 많은 음모와 비밀이 숨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과연 한물 간 비행기 조종사와 어린 왕자에 거의 미쳐있다시피한 여자 탐정 앤디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여러 인물들을 방문함과 동시에 한풀 한풀 벗겨지는 사실들과 사연들이 정말 흥미로웠다. 특히 앤디라는 인물이 정말 흥미로웠다. 마치 아직도 생텍쥐페리가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어린 왕자가 실제로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믿고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 책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을 뿐만 아니라 동화 어린 왕자와 저자 생텍쥐페리를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해줬다. 아마도 생텍쥐페리 작가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이야기라서 더욱더 흥미로웠던 것은 아닌가 싶다.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를 죽인 사람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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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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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건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고, 돌봄은 남겨진 누군가의 몫이 되지."

" 영원히 살 것처럼 희망을 품지도 않았지만, 살아 있는 한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소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은 나와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다. 그저 덮어놓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외면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한숨과 눈물이 진하게 배어있는 글이기도 하고, 읽다 보면 자꾸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이 되는 글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일이기에, 주인공 명주와 준성이 겪는 일을 보면서 몸서리를 쳤다. 우리 모두 부모님이 계시고 그들은 하루하루 늙어간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부양할 자식들의 부담은 늘어만 가지만 우리에게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소설이지만 전혀 상상 속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남의 이야기라는 느낌은 더더욱 들지 않았던 소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낡은 아파트 701호에 사는 명주는 치매에 걸린 엄마와 둘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거의 거지꼴로 남편과 이혼했는데, 딸 은진이를 자신이 데리고 가겠다고 고집을 피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은진은 지하방에서 살기 싫다면서 돈 많은 아빠에게로 가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치매 노인인 엄마가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와서 방황하다가 들어간 명주의 눈에 들어온 엄마는 숨을 쉬지 않았다. 당황하고 절망한 명주는 같이 죽으려고 수면제를 삼키지만 곧 깨어난다. 그런데 엄마는 죽었지만 여전히 엄마의 통장에 연금이 들어오는 것을 본 명주는 단 며칠 만이라도 본인을 위해서 돈을 좀 써보고 죽기로 한다. 그리고 엄마의 죽음을 비밀에 부치기로 하는데...

한편 702호에 사는 20대 청년 준성은 뇌졸중을 앓았고 알코올성 치매기가 있는 아버지를 혼자 모시고 있다. 형은 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 몇 천만 원을 들고 외국으로 도망가 버렸다. 대학에서 물리치료학과를 전공했지만 아버지 수발에 병원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로 물리치료사 시험 대비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래도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준성은 대리기사를 뛰면서 조금씩 버는 돈으로 아버지를 부양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손목을 다친 준성이 벤틀리를 몰다가 주차장에서 접촉사고를 내는 바람에 졸지에 2천만 원을 물어주게 생겼다. 설상가상으로 집에서 라면을 해먹으려던 아버지가 화상을 입는 사고까지 발생하게 되는데...

각자도생하는 삶. 현재 한국의 상황을 딱 보여주는 말인 것 같다. 우리 모두 어쨌든 살아남으려 악전고투하며 앞만 보고 살아간다. 그나마 형제자매가 있어서 어떻게든 부담을 함께 나눠가질 수 있는 사람이면 형편이 아마 나을 것이다. 명주와 준성은 다른 가족이 없어서 치매 부모를 모시고 그야말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간다. 엄마가 명주에게 쌍욕을 퍼붓고 똥을 싸서 세면대에 넣는 장면은 아마도 실제로 있었던 일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노인을 구타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명주와 준성. 내가 그들 입장이라면 나도 충분히 그럴 것 같았다. 이들의 불행은 어떻게 이렇게 나와 우리의 그것을 닮아 있는 것일까?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은 조용하게 울림을 이끌어내는 소설이다. 한국인들이라면 마땅히 고민할 수밖에 없는 주제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들의 범죄가 전혀 범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공통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가 단지 개인 문제로 굳어져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절망감이 들 뿐이었다. 내용이 너무나 현실적이었기에, 그래서 더욱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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