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라리와 착한 아이
데이비드 스몰 글 그림, 최순희 옮김 / 느림보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난 동화작가가 꿈이다. 언젠가 착한 아이에 대한 환상을 깨고 싶어서 쓴 글이 있다. 상품처럼 잘 만들어진 아이를 대형 할인마트에 가서 사 온다는 얘기였다. 물론, 재미 없다는 평을 받았고 상황 설정의 미숙함으로 좋은 소린 못 들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저 멀리 바다 건너에 사는 데이비스 스몰이라는 작가가 내 머리 속을 여행하고 갔나보다. 어쩜 이토록 내가 원하는 주제를 뚜렷하게 잘 드러냈단 말인가? 난 내가 드러내고자 했던 것을 잘 드러내지 못했던 것을 작가가 어떻게 확연히 그리고 익살스럽게 드러냈는가를 뚜렷하게 배울 수 있었다. 인형 같은 착한 아이라고 설정했던 내 작품이 쓸데 없이 인공지능 어린이라느니 영화 AI라느니 하는 얘기를 꺼내게 해 복잡하고 난해하게 했는데 데이비스 스몰은 처음부터 아예 인형으로 설정해 둔 것이 놀랍다. 그것도 머리통이 자꾸 빠지는 인형. 인형을 아이로 착각하게 하는 멍청한 캐릭터 두꺼비와 여우. 게다가 따뜻한 느낌이 살아나는 두꺼비와 쌀쌀 맞고 냉정해 보이는 여우 캐리터라니. 정말 기가 막힌 설정이다. 그림은 연필과 수채화로 부드럽고 투명하고 선이 꿈틀대는 듯 살아 있어 편안하고 율동감을 느끼게 한다.

아홉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버릇을 날때부터 단단히 가르쳐 놔서 절대 소란을 피우거나 말썽을 부리지 않게 했다는 여우 아줌마가 착하다고 칭찬하는 애가 하나 있다. 사과나무 아래 며칠 전부터 버려져 있던 사람인형이 그것이다. 여우 아줌마는 그 애가 소란을 피우지도 않고 얌전하고 게다가 뭘 먹지도 않아 아주 좋다고 한다. 두꺼비 아줌마는 버려진 아이가 가엾어 데려다 키운다. 그러다 이런저런 사건 끝에 맨 마지막에 얌전하고 어지르지도 않고 소란을 피우지도 않는 착한 아이보다는 어지르고 소란을 피우는 율라리가 훨씬 좋다는 것을 여우 아줌마도 알게 되었다며 끝이 난다.

선명한 주제 전달,

익살스럽고 재치 있는 사건 전개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그림

우스꽝스럽고 귀여운 캐릭터  등이 이 작품에 다 들어 있다.

어른들은 말썽 피우는 내 아이에 대한 이해심을 넓히게 될 것이고, 아이들은 머리통이 여섯 번이나 빠지는 데도 다시 끼워 놓으면서도 여전히 인형을 아이로 착각하는 동물들의 우스꽝스런 행동에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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