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크는 나무 리 보츠에게

헨쇼 선생님께 ㅣ 보림문학선 3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리, 나무가 우는 모습을 본 적 있니?

 헨쇼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끝까지 나오지 않더구나. 난 적어도 헨쇼 선생님이 위대하고 유명한 분이어서 네게 큰 영향력을 미칠 줄 알았단다.  네가 온 정성을 다해 한 글자 한 글자 쓴 편지를 받아 보신 작가 선생님이시니까 당연히 네게 영향력을 미칠 줄 알았단다. 난  왜, 영향력 있는 작가에 의해 아이의 의식이 멋지고 훌륭하게 클 수 있다는 뭐 그런 편견을 갖고 있었거든. 

  물론, 헨쇼 선생님은 위대한 작가겠지. 개 키우는 법에 관한 한 더욱. 네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는 게 중요하지 않겠니?  

 헨쇼 선생님도 참 짖궂다. 네게 그렇게 많은 질문을 보내다니 말이야. 네 질문에 응답은 않고 도리어 질문만 잔뜩 써서 답장을 보낸 선생님 덕분에 넌 애 먹었지?  난 네 글을 통해서만  헨쇼 선생님의 존재를 아주 조금 알  수 있었지.  내 생각인데,  헨쇼 선생님은 어쩌면 네 안에 답들이 다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계시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헨쇼 선생님의 의도가 맞았던 건지 넌 헨쇼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가 아니어도 네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 가는 법을 금방 깨닫게 되었잖니? . 그렇게 넌 네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되었잖아.

 내면의 소리를 듣게된 네가

 학교에서의 도시락 문제, 친구 문제. 집에서의 엄마와 아빠의 이혼 문제. 외롭게 혼자 보내야 하는 가정 문제 등. 네 주위에 산더미처럼 무겁게 쌓여 있던 네 현실의 어려운 일들을 네가 스스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더라. 

  도통 알 수 없었던 엄마 아빠의 이혼 문제.

 인내심을 최대한 자극하던 학교 도시락 문제.

 여자 친구든 남자 친구들 친구와 사귀는 문제 등. 네 주변은 정말 끔찍할 정도로 문제 투성이더구나.

     - 리 , 나무가 우는 건 바람 때문이야. 하지만, 이 세상 모든 비밀을 알려 준단다.

  그런 상에 내가 네 나이로 놓였더라면 난 아마 매일 밤  비명을 질러 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넌 그런 문제들을 글로 써 가면서 문제를 정말 더 진지하고 더 깊이 있게 느끼고 괴로워했잖아.  아마 글을 쓰지 않는 다른 사람이라면 문제를 계속 지나치거나 아니면, 생각 조차 하기 싫어서 방관하고 말았을거야.  하지만, 넌 글을 썼지. 그리고 글을 쓰지 않는 사람보다 더 괴로워하고 더 힘들어 했잖니. 하지만, 글에는 문제에 대한 질문도 있지만, 문제에 대한 답도 주는가 보더라. 넌 결국 너를 괴롭히던 현실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갔지. 스스로.

  - 리, 혼자 크는 나무도 혼자는 아니야. 바람과 함께야.

  문제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니? 나도 마찬가지야. 외롭고 쓸쓸해. 모두가 나를 배려하지 않는 듯한 생각이 들고, 가끔 너처럼 그냥 발로 확 차 버리고 싶어.  하지만,  그럴 때 찾아 오는 손님이 있어. 바로 '나'야.  자신의 얼굴에 반해 물에 빠져 죽었다는 나르시스의 전설이 아니라 하더라도 내가 '나'를 만나는 일을 정말 환상적이지 않니? 너도 느꼈지? 

  이젠, 내가 '나'에게 말을 거는 거야. 그리고 말하는 거야. '난 내가 참 좋아.'

     리, 또 편지하마.

                                                                                             나무와 아이를 사랑하는 네 마음 속의 이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