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 데이에 주문을 외우는 걸음의 동시 2
김춘남 지음, 이영환 그림 / 걸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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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남 시인의 시어는 투명한 햇살 같다. 언뜻 보면 진짜 어린 아이가 쓴 작품처럼 보인다.

남성어른이신 시인의 위치에서 어떻게 아이의 입말 같은 언어를 찾아냈을지 궁금해진다. 남성이라는 보수성도 없고,  어른이라는 고정성도 없다. 깃털처럼 가볍고 햇살처럼 투명한 언어들로 동심을 담아 내었다.  

시인은 서문에서 가장 간단한 질문이 가장 대답하기 어렵고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하였다. 언어는 의미를 담아야 한다. 특히 시의 언어는 함축성을 갖는다. 그래서 일상 언어보다 좀 더 무겁다. 그런데도 시인은 과감하게 시의 언어에서 거의 모든 의미를 제거했다. 시인은 오히려 의미를 더 담고 더 함축적으로 쓰는 것이 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 간단하게 더욱 선명하게 하기 위해서 힘을 빼고, 살을 빼고 의미를 뺐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시라. 행여 읽고서도 감흥을 느끼지 못하셨다면, 그건 독자의 몫일 것이다. 아마 많은 이들이 이미 지나친 의미와 지나친 함축성으로 인해 잔뜩 주눅들어 있는 언어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인의 투명한 언어가 구름처럼 가벼워서, 마음에 의미를 담지 못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 시집을 읽기 위해서라도 마음에 담긴 땟국을 깨끗이 씻고 나서 읽어 보시길 권한다. 

이 시집 담긴 시만 제대로 읽고 나도 마음에 먼지처럼 눌러 붙어 있던 구질한 언어들이 투명하게 빛을 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맞장구 한 마디


-그렇나?

이 한 마디만

잘 거들어도

마음이 통했을 텐데


무심코

툭 튀어나온 말은

-안 그럴 낀데!


장단 맞추기 참 쉬운

맞장구 한 마디


-그렇구나(얼씨구)

-그랬구나(절시구)


입 안에서 맴돈다, 맴돈다.

맞장구 한 마디



읽고 나면 독자도 따라서 '그렇구나(얼씨구)' 할 것이다. 

-그렇나?

이 한 마디만

잘 거들어도

마음이 통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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