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을 말로 못하고 아무도 모르게 깜깜한 밤에 몰래 창문을 두드리는 밤비처럼,
나를 좋아하는 상우의 마음도 조심조심 내 필통을 두드리며, 내 마음을 엿보고 싶어한다. 귀엽고 사랑스럽다. 좋아하는 마음도 어여쁘고, 수줍어서 조심조심 두드리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낙엽
봄바람에
여린 잎 흔들리지도 않더니
여름 장맛비에도
투둑거리기만 하더니
가을바람에
떨어진 낙엽들
사락사락
뽀슥뽀슥
바람에도
발걸음에도
간지러워 소리 낸다.
가을 가득
소리로 채운다.
=사람도 이와 같을 것이다. 어릴 땐 세상에 별로 관심이 없다. 좀 커서 어른이 되면 세상에 관심도 생기고, 조금 동화되기도 한다. 그러다 좀 더 원숙해지면 가을 낙엽이 세상과 함께 소리내고 세상과 함께 동화되어 세상의 일부가 되듯이, 중장년의 어른이 되면 자기 안에서 벗어나 세상의 일부가 되어 세상의 소리를 낸다. 낙엽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러움, 세월, 낡음, 죽음이던 이전의 시들과는 차별되는 시각이다.
몰래 몰래
엄마가 청소해 놓은
깨끗한 계단
먹이 찾는 개미들
두리번두리번.
동화책을 읽어도
컴퓨터 앞에 앉아도
빈 계단 개미들
자꾸만 아른아른.
계단으로 나가
과자 부스러기 흘린다.
조그만 개미들
못 올라올까봐
한 칸 한 칸 흘린다.
혼자 들기 힘들까봐
잘게 부숴 흘린다.
엄마가 눈치챌까봐
몰래몰래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