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는 일 - 동물권 에세이
박소영 지음 / 무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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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남동생이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왔다. 고양이 카페에 본래 키우던 집사가 출산이 임박해 못키운다고 글을 올린 것을 보고 데려 온 것이다. 그렇게 2016년 1월 1일 앙뚜와 처음 만났다. 

 

 앙뚜를 키우기 전까지 동물을 싫어하진 않았지만 딱히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다. 비인간 생물체와 사는 것은 초반에 너무 어색하고 낯설었다. 앙뚜를 만질 때 느껴지는 털로 빼곡히 가득 차있는 촉감부터 먹고 씻는 것까지 무엇 하나 익숙한 것이 없었다. 행동에서도 이해하고 대처(?) 할 것이 많았다. 앙뚜는 고양이 답게 못 올라 다니는 곳이 없었다. 키가 큰 편인 나조차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치워버려도 앙뚜는 거뜬히 올라갔고 기척도 없이 싱크대로 올라가 요리하는 엄마를 놀래키기도 했다.   


 하지만 살면서 앙뚜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걸 싫어하는지 알게 되었고 지금은 기분이 어떤지도 느껴지는 진짜 가족이 되었다. 한 지붕 안에 짐승과 인간이 같이 사는 건 아니라는 아빠도, 고양이는 눈이 너무 무섭다고 도망다니던 엄마도 이제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앙뚜를 부르고, 길에 지나다닌 고양이들도 지나치지 못하고 말을 걸어본다. 서로 잘 알지 못했던 것이지 알면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하게 된다고 무조건 살리게 되는 것을 아니다. 관심과 애정을 넘어서서 내가 누리던 편의를 잃을 각오를 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요하는 일이다. 캣맘은 단순히 고양이를 좋아해서, 애들이 불쌍해 보여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캣맘이 사회에서 누군가에게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실제로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존재들일 수도 있지만 앎에서 생긴 사랑을 실천하는 자들이다. 길을 가다 마주친 고양이와 깊게 아는 사이가 되면 내 마음이 너무 힘들어질까봐 애써 외면하는 나는, 누군가를 살리는 일에 서슴없이 나서는 그들의 실천력을 함부로 비판할 수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P5

"페미니스트로 정체성은 캣맘으로서 정체성 앞에서 번번이 꺾일 수밖에 없다"고. 나는 힘없이 그말을 인정해야 했다. 그렇게 오늘도, 인간 박소영은 캣맘 박소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 P32

책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그들이 형성하도록 도와준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마크 플랜즈[철학자와 늑대] 나는 후디가 만들어준 내 모습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 P39

때문에 캣맘이 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책임감을 요하는 일이다. 이미 자신에게 완전히 기대게 된 고양이들을 버리고 떠나는 것은 집에서 반려하던 비인간 동물을 유기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 P62

[어떤 양형 이유]를 쓴 박주영 판사는 "혐오는 관념에 정주한다‘고 썼다. 대상의 실제를 알게 되고, 그래서 익숙해지면 혐오는 사라진다. - P79

아무리 생각해도 ‘고기‘로 취급되는 동물들과 토라의 차이를 납득할 수 없었다. 토라가 기쁨과 즐거움, 아픔 같은 감정을 모두 느끼듯 소와 닭,돼지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 P83

그러나 실천이 어렵다는 이유로 앎조차 없던 것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 P86

영화에 힘입어 나는 또 한 번 다른 내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머물지 않고 흘러가보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그런 기준으로 타인을 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본다. 과거가 어떠했든, 그의 현재를 볼 수 있기를. - P108

글을 쓰기 위해 사욱곰들의 상황을 다시금 찾아보며 좌절했다. 3년 전,취재에 도움을 주었던 동물단체 관계자는 "환경부가 곰들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슬프게도 그 말은 아직까지 유효하다. 법과 제도는 느리고, 때때로 그건 의도적이다. - P114

아름다움과 수천 수만 마리 토끼의 목숨을 바꿀 수 없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아름다움이 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어진다. ...중략
다른 생명의 목숨줄을 밟고 그 위에 서서 숨 쉬는 것은 멈춰야 한다. - P119

무언가를 할 수 있었음에도 모른 척한 것은 맹세코 아니다. 내가 발 벗고 나섰다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그런 노력조차 해보지 않은 것이 오래 남았다. 결국 나는 나를 위해 세미나에 간 것이다. 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 위로 받기 위해서, 동물권 공부는 그저 핑계에 불과했다. 나는 도망치듯 스터디를 빠져나왔다. - P125

르 권은 독자들에게, 누군가의 불행을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행복을 영위할 수 있는지 묻는다. - P136

동물권에 눈뜨고 나서 나는 자주 괴로운 마음으로 잠들었다. 충격적인 기사를 보고 울면서 출근할 때도 많았다. 이 ‘앎‘은 자주 나를 뒤흔들고 블편하게 했다. 그러니 누군가 내게 비인간 동물과 그들의 삶을 알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그러고 싶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이 불편함을 아는 채, 그리고 안은 채 남은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기에, 세상을 옳은 방향으로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나 역시 시초지에 남는 편을 택할 것이다. - P138

우리는 ‘생득‘을 벗어나기 어렵다.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 타고난 조건이 사고를 지배한다. 내 입장과 처지를 벗어나 다른 이의 삶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 P147

오죽했으면 다른 사람들 출근까지 늦춰가며 이렇게 시위를 할까. 세상이 얼마나 들어주지 않았으면 이런 방법을 택했을까. 평소 동물권에 대해 아무리 이야기해도 변화는커녕 경쳥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을 상대하며 상처받아온 터였다. 그 갑갑함을 모르지 않는 내가, 비인간 동물이 아닌 다른 약자에게는 배타적인 마음을 품은 것이다. - P149

기본권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서 옳은 것을 주장할 때마저 다른 사람의 편의를 고려해야 하는 사람들. 이 사회에서 장애인은 명백한 약자였다. 그 앞의 나는, 매일같이 이동권을 행사하며 살아왔음에도 단 하루의 불편도 참지 못하는 비장애인이었다. - P150

신영복 선생의 말씀처럼 "입장의 동일함"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타인의 처지를 100% 이해할 수 없다. 그러으로 이해한다고 말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건 그들을 발화하게 하고 그 목소리를 존중하는 일일 것이다. - P152

인류가 망가뜨린 지구를 생각할 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곤 한다. - P162

동물들을 구조하고 돌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내게 친구들은 이렇게 묻곤 한다. "지금 행복하냐"고. "그 과정에서 정말 행복한 게 맞느냐"고. - P167

‘로드킬‘이라는 말엔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주체도 생략되어 있다. 동물들을 도로로 내몬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기에, 죽음의 책임도 물론 우리에게 있을 것이다. 과도한 개발은 동물들의 터전을 허물었고, 갈 곳 잃은 동물은 사람이 사는 곳 근처를 기웃거리게 되었다. - P207

동물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들을 데려와 촬영에 응하게 하는 행위 자체가 착취이자 폭력이 이유다.
우리가 사회의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동물은 기쁨과 고통을 모두 느끼며, 개별적인 뜻과 의지를 가진 존재다. 그런데도 인간은 동물이 약자라는 이유로 그들을 원하는 대로 휘두르고 ‘소비‘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동물은 ‘사회적 약자‘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조차 못할 때가 많다. 약자로 규정되는 것 역시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을 때, 다시 말해 성원으로 인정받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 P214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인간은 비인간 동물을 늘 포획과 착취, 관찰의 대상으로만 여겨왔다. 인간이 동물의 삶을 존중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보존할 수 있게 했더라면, 코로나19가 그렇게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지 못했을 것이다. - P222

동생과 내가 밥을 들고 가까이 다가가 불러도 깨지 않았다. 그 평화가 너무 달콤해서, 우리는 한참 동안 아리 옆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도 고양이와 새, 곤충은 그 자리에 남는다는 것을. 머무리고 지키는 것은 늘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의 몫이었다는 것을. 그럼에도 인간이 땅의 주인임을 자처한다는 것이 우습게 느껴졌다. - P224

우리는 동물에게도 위계를 적용한다. 동물을 임의로 분류하고, 인간의 필요에 따라 이용한다. 인도식 카스트제도를 동물에게 적용한다면 어떤 모양일까 생각해본 적 있다. 아마 게급의 가장 아래 층에 위치하는 동물은 쥐겠지? - P227

약자를 위하는 마음은 또 다른 약자를 생각하는 마음과 연결되고, 확장된다. - P236

인간이 아닌 생명들에게, 그 생명들을 위해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세계는 참혹하기만 하지만 이 압도적인 슬픔은 어쩌면 변화의 촉매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정치학자 에리카 체노웨스는 비폭력적 저항을 하는 인구의 3.5퍼센트로도 기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는 연구를 내놓았는데, 박소영 작가야말로 그 3.5퍼센트에 속하겠구나 확신하게 되었다.아물지 않는 마음을 안고도 가보지 않았던 방향으로 걷는 이들을 있는 힘껏 응원한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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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몬드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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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신경써주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나의 삶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아몬드'는 여러가지 모습의 청소년들이 누군가의 관심 혹은 사랑을 받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해도, 유년기 결핍이 있어도, 부모의 지지를 받지 못해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 한 명만 있으면 일어설 힘을 얻는다. 관심과 사랑은 누군가에겐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특별부록-외전 단편> 상자 속의 남자

각박해지는 사회 속에서는 내가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은 내가 무언가를 손해 보게 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관심을 비추고 그에 따른 행동력을 발휘했을 때 나비효과처럼 그 영향력이 퍼지고 그 변화는 다시 나 자신에게도 의미 있는 울림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런데 말이야,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 .중략..
모두들 ‘평범이라는 말은 하찮게 여기고 쉽게 입에 올리지만 거기에 담긴 평탄함을 충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게는 더욱 어려운 일일거다. 나는 평범함을 타고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비범하지도 않으니까.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하는 이상한 아이일 뿐이니까. 그래서 나는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평범해지는 것에. - P30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 P43

그런 사람들도 젊었을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
..중략..
-그러니까 너랑 나도 언젠가는,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모습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럴 거야. 어떤 방황이든. 그게 인생이나까. - P51

자기네들 맘대로 낳아 놓고 왜 자기들이 정한 미션을 내가 수행해야 되는데? 후회를 해도 내가 하는 거잖아. - P63

도라는 아름답다는 말을 참 자주 했다. 나는 그 단어를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그 찬란함까지 생생히 느낄 수는 없었다. - P67

-그 대신 다른 걸 얻었어.
-뭔데.
-곤이.
도라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왜 네가 걔를 찾으로 가야 해?
마지막으로 그 애가 물었다.
-그 앤 내 친구니까. - P76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아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 P82

-네가 상처 입힌 사람들에게 사과해. 진심으로. 네가 날개를 찢은 나비나 모르고 밟은 벌레들에게도. - P83

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나도 모른다. 말했듯이,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딱 나누는 것 따윈 애초에 불가능한 건지도 모른다. 삶은 여러 맛을 지닌 채 그저 흘러간다. 나는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 - P86

그들에게 그런 삶을 허락한 건 형이다. 그 대가로 그는 정지된 시간 속에서 욕창이 가득 번진 몸으로 의미 없는 숨을 쉰다. - P86

누가 도와 달랬어요? 감사하다고 충분히 말했잖아요. 한 번 도움을 받았다고 평생 죄인처럼 살라는 겁니까? 그러니까, 누가 도와 달랬냐구요......
피해자는 가해자만 원망한다. 그러니까 형이 가만히 있었더라도 문제될 건 없었다. 그 부부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울리지 않은 트럭 운전사를 저주했겠지만 형을 나무라진 못했을 거다. 그들도 못한 일이었으니까. 물론 그들은 형에게 감사했다.그러나 감사의 대가는 통렬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거짓말이다.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기에 하는 새빨간 거짓말일 뿐이다. 나는 깊은 밤 형이 고통과 회한에 울부짖는 모습을 수 없이 봤다.
사람들은 감사의 마음을 쉽게, 너무나 빨리 잊어버린다.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고, 다행이라고 한숨을 내쉬고, 그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가 버린다.
- P89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나는 그 사실에 분노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내 생각은 조금 더 합리적인 쪽으로 기울었다. 사람들이 쉽게 감사의 마음을 잊는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굳이 남들이 감사할 일을 하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누군가가 고마워할 만한 일을 한다는 건 내가 더 위햄해지거나 손해를 본다는 뜻이니까. 그러니까 명심하고 새겨야 한다. 절대로, 절대로 나와 상관없는 일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 P89

-있잖아. 이미 일어나버린 일에 만약이란 건 없어. 그건 책임지지 못할 꿈을 꾸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야. 하지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지. 어떻게 하든 누군가는 아프게 된다고.
형이 나를 바라봤다.
-반대로 말하면 누군가는 기뻐지는 거야. - P93

나는 그 상처를, 누군가가 살아남은 흔적을, 또 다른 누군가가 불어넣은 흔적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이는 내 눈빛을 끄덕임으로 이해했는지 씩 웃고는 바람처럼 달려 사라졌다.
정말로, 빨랐다. - P96

이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변함없이 사랑을 줄 수 있을까. 기대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큰다 해도? 그 질문에서 출발해 ‘과연 나라면 사랑할 수 있었을까?‘ 하고 의심할 만한 두 아이가 만들어졌고 그들이 윤제와 곤이다. - P96

그렇지만 나는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P96

평탄한 성장기 속에서 받는 응원과 사랑, 무조건적인 지지가 몹시 드물고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무기가 되는지, 세상을 겁 없이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주는지, 부모가 되고서야 깨닫는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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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ㅣ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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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형식을 띤 공포소설이라니 신선했다. 덕분에 진짜 벌어진 일의 기사를 읽는 느낌이 나서 좋긴했는데 단점은 내용의 연결이 쉽지 않았고 다 읽고 나서도 인과관계가 잘 이해가 안된다. (첨부된 첨부자료 이미지는 무섭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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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 가위 ㅣ 안전가옥 쇼-트 10
범유진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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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책이었다.

출퇴근하면서 가볍게 읽기 좋았다.

가벼움 속에 대두되는 사회적 문제들이 들어가 있어 내용적으로는 마냥 가볍지만은 않아서 더 즐겁게 읽었다.


1호선에서 지하철 빌런을 만났습니다


k장녀로써 k장녀가 가진 부담과 무게감을 알고 있다. (누구도 그러라고 하지 않았지만 단순히 출생 순서로 비슷한 마음이 생긴다니 신기하다.)

판타지를 빌려서라도 담아두었던 마음속 말을 꺼낼 수 있다면....


이야기가 고조되려다 끊긴 느낌이라 조금 아쉬웠다.


아주 작은 날갯짓을 너에게 줄게


'악의는 없어. 너희가 그랬잖아. 나쁜 의도는 없는데 뭐 어쩌냐고.'-pg65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하는 변명, 나쁜 의도는 없었어.

비록 날개의 힘은 복수를 위해 쓰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하지만 사회가 대신 처벌해주지 못하고 그들도 반성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 나도 악의는 없어. 내가 가진 날개를 퍼덕일뿐.


날개 가진 초능력자라는 소재에 비해 조금 아쉬운 스토리였다.


아홉수 가위


귀신이 이렇게 따뜻하다니. 

할머니가 베푼 친절이 귀신을 통해 다시 손녀에게로 온 이야기.

역시 내가 믿는 신념이 맞는 거 같다. 친절은 결국 친절을 낳지. 


뭔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은 데 귀신, 폐가, 우물 같은 단어로 따뜻한 드라마 한 편을 본 기분이었다.


어둑시니 이끄는 밤 (가장 좋았던 단편)


'희재야. 너도 알게 될거야. 너를 해치는 어둠도 있지만 보호해 주는 어둠도 있다는 걸. 그걸 구분할 수 있어야 해. 무서워서 도망만 치면 구분할 수 없게 되어 버려. 어둠과 마주 볼 수 있는 어름이 되어야 해.'

'그래. 어둠은 소년을 사랑해.

형은 너를 사랑해.

잊어버리면 안 돼 절대로.'

드라마 시그널의 이제훈이 맡았던 극 중 박해영이 생각나는 단편이었다.

형을 잃은 공허함과 형의 사랑이 느껴지는.

살인자의 변명도 뻔하지 않고 반전과 서늘함이 느껴져 긴장감 있게 읽었다. 


‘만약‘이란 단어에는 과거에 포기했던 것의 가치를 고평가하게 만드는 습성이 있어서, 나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도 엄마의 옆에서 어른이 되는 것보다는 나았으리라 하는 결론에 이르곤 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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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어린 왕자 (무선) - 1943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미정 옮김 / 더스토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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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와 같은 순수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얼마나 이상한 것 투성이일까!

세상에는 명령하고 잘난체하고 중독자에 일만 몰두하며 규율에 얽매이고 남의 공을 가로채는 어른들 투성이다.


엄마가 자기 전 머리맡에서 읽어주시던 동화책 만으로도 하루가 충만했던 그 때.

지금은 뭐가 그리 중요해서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중요한 것을 얻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다른 것에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걸까. 


누군가를 알아가는(길들이는) 것조차 버겁고 귀찮게 느껴져버린 지금. 

이미 길들여진 관계는 얼마나 더 소중한지.

길들임은 사랑으로 확장되는 것일 것이다.

사랑은 비단 가족과 연인에 국한되자 않고 인류애 등 모든 형태의 사랑을 포함하는 것이겠지. 

모든 사람들이 무엇이 더 중요한지 알았던 순수함을 되찾았으면..!


오랜만에 어린왕자를 읽으면서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그리운 것을 보니 나도 어른이 되긴 했나보다. 이 책에서 어린왕자의 자살로 묘사되는 어린왕자와의 이별은 결국 어른들 깊숙이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지나가 버린 어린시절의 내가 아닐까. 어른이 되어야만 보이는 어린왕자, 아이러니하다. 

"꽃들이 가시를 만들어온 지 수백만 년이 되었어. 양들이 꽃을 먹은 것도 수백만 년이 되었고. 아무 소용도 없는 가시를 만들어내려고 꽃들이 그렇게나 고생하는데, 왜 그러는 건지 이해하려고 하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야? 양과 꽃의 전쟁이 중요하지 않아? 얼굴이 빵간 뚱보 아저씨의 덧셈보다 더 중대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야? 우리 별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하나뿐인 꽃이 있어. 어느 아침, 작은 양 한 마리가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도 모르고 단번에 그 꽃을 먹어버려도 그게 중요한 않다는 말이야?"
"만일 누군가 수백만 개의 별 가운데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한다고 해봐. 그는 별들을 쳐다보기만 해도 행복할 거야. 이렇게 생각하겠지. ‘내 꽃이 저기 어딘가 있어.‘ 양이 꽃을 먹어버리면 그는 모든 별들이 일순간 자취를 감춰버린 느낌을 받겠지. 그런데 그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야?"
어린 왕자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계속 말했다. - P43

"사람들은 어디 있어?" 어린 왕자가 말을 이었다. "사막은 좀 외로워......"
"사람들 사이에서도 외로워." 뱀이 대답했다. - P93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장미를 가져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 그냥 평범한 장미였구나. 그냥 평범한 장미와 내 무릎만큼 오는 화산 세 개, 그 중 하나는 아마 영원히 활동을 못하는 휴화산이고, 그런 걸로는 훌륭한 왕자가 될 수 없어."
풀숲에 누운 채로 어란 왕자는 잠시 울었다. - P101

"내 삶은 너무 단조로워.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아.닭은 전부 똑같이 생겼고, 사람들도 그래. 지루하단 말이지. 그런데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내 삶은 햇살을 받은 것처럼 환해질 거야. 나는 네 발소리가 다른 사람의 발소리와 다른 걸 알아차리겠지. 다른 사람의 발소리를 들으면 땅굴 속으로 숨을 거야. 하지만 네 발소리는 마치 음악 소리처럼 나를 땅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저길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먹지 않아. 밀이 전혀 필요하지 않지. 그러니 밀밭을 봐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슬프게도 말이야. 그런데 네 머리칼이 황금빛이잖아. 네가 날 길들인다면 두근거리는 일이 생길 거야. 이제 황금빛 밀밭을 볼때마다 네가 떠오를 테니까! 밀밭을 스치는 바람 소리도 사랑하게 될 거고......" - P106

"너희는 아름답지만 텅 비어있어."어린 왕자가 말을 이었다. "너희를 위해 생명을 바칠 사람이 없으니까. 물론 지나가는 행인에겐 내 장미가 너희와 똑같아 보이겠지. 그렇지만 나에겐 내 장미 한 송이가 너희 전부보다 훨씬 소중해. 왜냐하면 내가 매일같이 물을 주었거든. 유리덮개를 씌워주고 바람막이로 지켜주고, 그 꽃을 위해서 송충이들을 잡아주었거든. 불평을 들어주고 허영을 부려도 참아주고, 가끔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걸 참아준 것도 그 꽃을 위해서였어. 왜냐햐면 내 장미니까." - P111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을 말해줄게.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봐야 보인단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거든."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되뇌었다.
"네 장미가 중요한 존재가 된 건,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내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어린 왕자는 다시 되뇌었다.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잃어버렸지만." 여우가 말했다. "그래도 너는 잊지마. 내가 길들인 대상에 대해 넌 영원이 책임져야 한다는 걸. 넌 네 장미를 책임져야 해......" - P111

"자기가 있는 곳에 만족하지 못해서 바꾸는 건가요?"
"사람은 자신이 있는 곳에 만족하지 못하는 법이란다." - P114

"그래. 집이든 별이든 사막이든 그걸 아름답게 만드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 P119

어린 왕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허겁지겁 급행열차에 올라타. 정작 자기가 무얼 찾고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그냥 물안에 떨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어."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럴 필요 없는데." - P121

"아저씨 별에서 사람들은 하나의 정원에 장미 5천 송이를 갖고 있지......"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기들이 뭘 원하는지 결코 찾지 못해......"
"찾지 못하지." 나는 대답했다.
"한 송이 장미나 물 한 모금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정말 그래." 나는 대답했다.
어린 왕자가 덧붙였다. "눈으로는 볼 수 없어. 마음으로 찾아야만 해." - P122

"사람들은 누구나 별을 보지만, 별이 누구에게나 같은 의미는 아니야. 여행자에게 별은 안내자야. 다른 누군가에게 별은 그저 작은 빛에 지나지 않고, 학자들에게 별은 풀어야 할 숙제야. 내가 만난 사업가 아저씨에게 별은 금이겠지. 별들은 아무 말도 않는데 말이야. 아저씨는, 아저씨 혼자만, 아무도 갖지 못한 별을 갖게 될 거야." - P132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내가 그랬듯이, 어딘가에서 낯선 양 한 마리가 장이 한 송이를 먹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우주가 완전히 달라진다니 말이다.
하늘을 바라보라.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양이 꽃을 먹었을까, 아닐까?‘ 대답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어른들은 이 일이 이렇게나 중요하다는 걸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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