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술 수업 - 천재들의 빛나는 사유와 감각을 만나는 인문학자의 강의실
오종우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1월
평점 :
예술이라고 하면 삶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술이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 삶을 향유하게 해주는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예술이란 삶 속에서 나오는 것이고, 삶이 탄생시킨 모든 예술은 결국 삶을 표현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은 우리 삶이 투영되어 있고 그래서 예술 작품을 접하는 것은 '현실'을 읽는 눈을 갖게 만들어준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졌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 중 에드워드 호퍼의 <아침 해>를 보면서는 아침 해를 맞이하는 여인의 쓸쓸하고 생기없는 표정에서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일에 지쳐 오늘의 햇살도 느낄 수 없는 현대인의 지친 마음을 보았다. 나는 하루 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온전히 누리며 살아가고 있나 되돌아보게 되는 부분이 있어 인상적이었다.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 실려 있기도 해서 좋았다.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이라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단편을 수록해두어서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 더 좋았고 저자의 배려가 고맙게 느껴졌다)
마크 로스코의 <어두움 너머 밝음으로 가는 지평>이라는 작품을 보면서는 마크 로스코의 "회화는 체험에 관한 것이 아니라 바로 체험이다."라는 말이 피부로 와닿을 정도로 그 작품이 해가 뜨는 광경을 색과 선만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아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 작품을 보면서 문득 깨달았던 것이 있다. 그동안에는 밤이 가고 아침이 온다고 생각했었다. 밤이 사라진 자리에 아침이 온다고.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그의 작품을 보면서 깨달았다. 밤이 가고 아침이 오는 게 아니라 어둠에 빛이 스며드는 것이라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서서히 스며들다가 그렇게 밝아지는 것이라는 사실이.
그래서 모든 아침은 희망일 수 있겠구나, 새로운 날이 온다는 것은 희망일 수 있구나 깨달아졌다. 어둠은 빛을 품고 있고 빛이 퍼지면서 어둠이 서서히 물러난다. 그러니까 가고 오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한 덩어리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 있는 것이다. 사람들 마음 속에 빛을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면 그것이 희망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을 색깔만으로 표현해낸 마크 로스코는 정말 대단한 화가이구나 새삼 깨달았다.
그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마크 로스코의 이 작품을 보면서 서서히 스며드는 것, 어느새 나도 모르게 물들어져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이고 삶이고 또한 예술일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참, 좋은 수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