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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위의 권력 슈퍼리치 - 2천 년을 관통한 부의 공식
존 캠프너 지음, 김수안 옮김 / 모멘텀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7월 중순부터 읽기 시작해서 단숨에 완독한 책이다. 사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이기 때문에 읽는데 꽤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책 읽는 속도가 책을 꾸준히 이어서 읽다 보니까 좀 빨라진 것 같기도 하고, 이 책이 재미있어서 금세 다 읽은 것 같기도 하다. 사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긴 하지만 본문은 595페이지 정도 된다. 나머지 페이지는 주석과 색인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으니 남편이 "부자 되려고?"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부자가 되려고 읽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해 서술한 책이라기 보다는 2천 년을 관통한 부의 공식을 추적하면서 '부자'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간만에 밤 새가면서 읽은 책이기도 했다. 그러니 나조차도 놀랐을 정도로 단숨에 다 읽을 수 있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부자들의 공통점은 막대한 부를 쌓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무자비할 정도로 남의 것을 훔치기도 했고, 또한 권력에 기생하여 부의 영향력을 과시하거나 부를 쌓아나가기도 한다. 현대의 기업인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이 과거 부자들에게도 발견되었다.
정계와 재계의 유착관계는 놀라울 정도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었고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것이기도 했다. 부자가 되려면 '악랄해야 했다' 뭔가 독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 사업을 잘한다는 말도 있는데 부자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은 기회주의자에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악행도 서슴지 않고 저지를 정도로 악랄하다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을 덮기 위해 자선 사업에 매진하는 부자들의 모습도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서 부자들이 어떻게 부를 축적하고 또한 자신의 평판까지 관리했는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누구나 성공을 꿈꾸고 부자가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부자들의 이면을 낱낱이 밝혀낸 이 책을 보니까 추악하기 이를 데 없다. 부자의 역사는 곧 착취의 역사였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 같은 선량한 부자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긴 하지만 읽으면서 씁쓸했다. 그리고 역시 부자는 여러가지 면에서 남다른 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밑줄긋기
그들은 큰 건물에서 검소하게 산다. 동료들을 질시하고 윗사람들을 앞서고자 한다. 백성들을 보호하기는 하지만, 약탈 대상으로도 삼는다. 군주에게는 충성하지만 약간의 모욕만 느껴도 배신한다. 성공 가능성을 고려하여 배신을 저울질하고 돈에 따라서 감정이 바뀐다. (94~95쪽)
"나는 영주가 무서워서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 와도 방구석에 숨어 있을 생각 따위는 감히 하지 않는다. 날마다 황소에 굴레를 씌우고 쟁기에 보습을 끼운다. 그런 다음에 매일 1에이커 이상을 쟁기질해야만 한다." (114쪽)
인간이 오랜 세월 동안 황금과 사랑에 빠진 것은 황금의 금전적, 미학적, 감정적 매력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매력의 핵심은 진귀함이었다. 심지어 채굴 기술이 수 세기에 걸쳐서 발전을 거듭한 지금도 전 세계의 총 황금 매장량은 유조선 한 대에 들어갈 정도로 귀하다. 평범하고 거래 개념이 강한 돈보다는 황금의 가치가 늘 컸다. (132쪽)
일부 원주민들은 황금이 태양과 신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믿었다. 아샨티 왕들은 황금을 소유하면 신이나 조상과 소통할 수 있는 우월한 지위로 올라선다고 생각했다. (132쪽)
내가 가난뱅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큰 죄는 부자가 되는 거라고 화를 내겠지. 내가 부자라면 세상에서 가장 큰 악은 거지가 되는 거라고 말하겠지. - 윌리엄 셰익스피어, <존 왕> (585쪽)
노벨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북서부 등 부유한 사회에서 사람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의 90퍼센트 이상이 사회적 자본 덕분이라고 한다. '사회적 자본'이란 천연 자원, 인프라, 기술, 법치, 좋은 정부를 뜻한다. 사회적 자본은 부호들이 축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591쪽)
늘 부에 대한 현명한 말을 하는 워런 버핏은 거부가 되는 지름길이 되어준 중요한 이점을 지적했다. "내가 재산을 모으는 데 사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만일 내가 방글라데시나 페루 같은 엉뚱한 땅에 떨어졌다면, 내 재능이 얼마만큼 빛을 볼는지 알게 될 것이다."(591쪽)
사회적 자본의 핵심은 훌륭한 교육이다. 그래서 상속과 세금 문제가 등장한다. 버핏과 카네기의 신조를 엄격하게 해석하자면 모든 사람은 인생에서 같은 출발선에 서야 하며, 다음 세대로 재산을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 그런 평등주의와 이타주의를 설파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591쪽)
세계적으로 낮은 세금과 규제완화,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공정한 수단 또는 불공정한 수단을 통해서 성공하는 것은 소수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늘 그랬던 것처럼 정부, 의회, 규제 당국, 중앙은행의 도움으로 성공할 것이다. 21세기 슈퍼 리치가 거둔 승리는 2천 년 역사의 결과물이다. (5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