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쓸모 - 그리움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신동호 지음 / 책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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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었을 때 문득 편지가 쓰고 싶어졌다.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뒤돌아 서면서 자꾸 뒤를 돌아봤던 기억이 있다. 왜 자꾸 뒤돌아 보게 되었을까? 알지 못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그건 '마음'을 어딘가 두고 왔기 때문이라는 걸. 내 마음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을지 진심이 오롯이 전달될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탓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년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낡고 오래된 기억. 구슬치기를 하던 기억도 떠올랐고, 이 책의 저자처럼 구슬치기보다는 구슬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던 기억도 났다. 어린시절에 구슬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작은 우주가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 새록 떠오르면서 내가 느꼈던 것을 똑같이 느낀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세대는 다르지만 시인이 느꼈던 어린시절의 기억에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렸다. 추억 여행을 떠난 기분이었다. 이 책의 표지는 그러고보니 빨간 우체통을 닮았다. 우체통은 기다린다. 빨간 입을 벌리고. 다만 기다린다.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편지 한 통을. 또 그 마음이 닿아 내보내는 누군가의 답장을.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게 만들어주던 우체통은 이제 그 기능을 잃은지 오래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우체통은 서 있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인지 우체통 자신도 알지 못한 채 그렇게 기다리는 것.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시절의 기억들은 아닐까?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향수는 아닐까?

 

우체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별안간 편지가 쓰고 싶어지는 것도 그래서일지 모르겠다. 오래된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 세월의 쓸모 있음에 대해 이야기한 책 같다. 낡은 것들은 낡을 수록 빛난다. 이 책의 문장들은 아름다웠고 눈부시게 빛났다. 처음 몇 페이지를 넘겼을 때 그런 인상을 받았고 책을 덮을 때까지도 그 첫인상은 지워지지 않았다.

 

우리가 무엇을 잃은 채로 살아가고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우리를 기다리는 우체통처럼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누군가 그리워지는 기분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리움도 쌓이고, 그리워지는 것들도 많아지지만 떠나보낸 것들과 시간 속에서 나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인다. 시간은 그냥 흐르지 않으니까. 오래될 수록 깊은 맛을 내는 장 맛처럼. 어쩌면 사람도 그럴 것이기에. 세월의 쓸모를 확인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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