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적인 삶
이서희 지음 / 그책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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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류를 잘 안 읽는 편이라 다른 책들 구입할 때 함게 구입했는데 아내는 그 중에서 단박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제목부터 여자들이 읽고 싶은 이야기라고. 내가 봐도 여자들이 더 많이 살 것 같았다. 그런데 난 이 책을 남자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똑같이 관능을 말하고 똑같이 당신을 욕망한다고 할지라도 그 관능과 욕망의 주체적 해석력과 정서의 결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는 사뭇 다른데 나도 남자지만 남자는 그런 점에서 어쩔 수 없이 열등생인 것이다. 그 열등감을 극복하는 과정이 연애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연애를 어떻게 하는 건지 배울 길이 없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인간 간의 관계설정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교과목도 없고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 학교나 가정에서 그리 열려있지 못한 편이다. 스스로 다른 사람들의 경험이나 책, 대중문화 등을 통해서 독파를 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중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체 중 하나가 테레비드라마인데 그게 또 더 문제를 야기한다. 남자들은 여자를 대상화하는 데 태생적으로 익숙해 있는데다 보통은 영화, 방송 등 시각매체들을 통해 그걸 당연한 시각적 즐거움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한국의 방송매체 수준은 현저히 후져서 욕망, 관능, 매혹 등 성과 연계된 상상력이 평면적이고 단순하고 천박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천박한 한국 드라마 속 여자와 연애가 다인줄 알고 자란 남자는 여자 앞에서 후져질 수 밖에 없다.

공부 못한 남자보다 연애 못한 남자가 난 더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젊은 후배들에게 줄기차게 연애하라고 전파하는 편인데 요즘들은 먹고 살기 바빠서인지 남자들이 소심해져서 인지 연애를 어렵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꽤 많은 거 같다. 그보다 더 딱한 부류는 ‘여친’으로 ‘데리고 다니는’ 여자가 있으면 연애를 해봤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다.

 

여자를 좀 사귀어봤다고 다 연애가 아니다. 만족할만한 성적 대상이 되는 여자를 골라 같이 밥 먹고 영화보고 놀러가고 주기적으로 섹스하고 그러다 갈아치우고 하는 걸 연애로 착각하는 부류들이 있는데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자와 여자가 연애라는 이벤트로 만났을 때 여자들에게 어떤 정서적 울림이 일고 마음의 파장이 일고 때로는 가슴에 상처가 베이는지 모르는 남자들이 참 많다. 그런 과정 없이 연애도 잘 했고 결혼도 해서 잘 살고 있다고 하는 남자들도 많이 봤다.

 

뭔가 사설이 길어졌는데 요지는 남자들이 이 책을 많이 보면 좋겠다. 연애를 하고 있건 안 하고 있건, 결혼을 했건 안했건 연애하는 마음으로 이 책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연애라는 감정이 얼마나 오롯하게 자신을 마주하는 행위인지 얼마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즐거움인지 그리고 옆에 있는 여자가 얼마나 신비한 존재인지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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