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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판소리 -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여행 ㅣ 방구석 시리즈 3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6월
평점 :
판소리라. 판소리를 들어본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TV에서 명절 때면 그래도 가끔은 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통 소리, 판소리.
그러나 요즘은 그 판소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관심이 있다면 찾아볼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 고유의 전통을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자연스럽게 접해야 하지 않나 하며 괜한 트집을
잡아본다.
그런데 방구석 판소리에 대한 책이 나왔다고 하니, 단박에 관심이 끌렸다.
방구석이라는 제목 머리가 뭔가 쉽고 재미있을 것이라는 호기심을
끄는데 한몫을 했다.
그래 내가 너무 소홀히 한 판소리를 좀 알아보는 것도 좋겠다. 그냥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닌 그래도 판소리가 어떤 것인지
책으로 접하고 좀 더 많은 것을 알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이 진심으로
흘러나왔다.
결과적으로 방구석 판소리라는 책을 접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머리 싸매고 읽고 기억하고 공부하는 책이 아닌 그야말로
책을 펼치자마자 어렸을 때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우리나라 판소리는 무엇이고 유래는 어떻고 등등의
설명이 담긴 글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책을 펼치는 순간 심청이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어릴 때 그렇게 많이 읽은 심청이를
어른이 되고서 다시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늦은 나이에 심청이를 읽는
순간 너무 즐거웠고, 마음이 뭉클했다.
그 뒤에 이어진 흥부 놀부, 춘향이, 별주부전, 옹고집 등등 그 이야기만으로도
풍덩 빠질 수 밖에 없는 그 고전들의 세계가 펼쳐졌다.
이거 정말 재미있네!
그런데 또 하나 더 흥미로웠던 것은. 동화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 실제
판소리에서 나온 가사를 직접 읽어 본 것이었다. 처음 본 가사들은 옛날 말로
되어 있어 지금은 쓰이지 않는 말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의미는 대충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옛날 말들을 직접 보니 정말 신기했다.
지금의 말보다 말의 풍미나 다양하고 화려한 단어나 묘사들이 더 많아
옛말이 낡은 것이 아닌 오히려 지금의 말보다 더 풍성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소리꾼들이 부르던 말들이 이런 내용이었구나. 어? 흥부가에 나온
'아이고, 여보 형님 동생을 나가라고 허니 어느 곳으로 가오리까? 이 엄동
설한풍의 어느 곳으로 가면 살듯허오. 지리산으로 가오리까?' 하는
낯익은 내용도 나오네?
읽으면 읽을 수록 재미가 쏙쏙 올라온다.
그런데 재미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각각의 판소리를 소개하는 마지막 장에는
주요 부분의 판소리 공연을 직접 볼 수 있는 QR 코드도 있다.
책과 영상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 책은 5개 파트 22개 판소리가 나온다. 작가님의 각 판소리 설명도
짧지만 쉽고 재미있게 나와 있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오래간만에 우리 옛것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은 유익한 시간이었다.
하나의 판소리를 끝까지 완창 하는데 몇시간이 걸린다고 들었다.
한 사람이 판소리에 나오는 다양한 인물을 표현하고 창을 부른 다는 것은
정말 인고의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 할 것 같다.
이렇게 고귀한 유산이 대대로 잘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저절로
감사와 존경으로 두손 모아 소원을 빌어본다. 부디 우리 판소리가 널리 널리
울려 퍼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