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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오페라 - 아름다운 사랑과 전율의 배신, 운명적 서사 25편 ㅣ 방구석 시리즈 2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1월
평점 :
처음에는 그랬다. 요즘 방구석 뭐뭐로 시작하는 책들이 재미있다고 하던데
미술관은 그림을 잘 몰라 그냥 흘려보냈고. 그런데 이번엔 오페라가 있네.
오페라는 미술보다 더 모르잖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런데 웬지 관심이 간다. 가을이라 그런가. 뭔가 끌리듯이 오페라가 뭐지?
손길이 갔다. 꼭 그래야 하는 것처럼.
첫페이지를 펼치니 오페라에 대한 용어해설이 나왔다.
무식한 고백이지만 오페라가 3막으로 구성되어 있고, 시간적 구성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서곡, 전주곡, 1막, 합창, 레치타티보 등등 뭔가 길고 복잡
하구나.
어쨋든 사람들이 오페라가 비슷한 흐름이라 한 번 알기만 하면 지루하지
않다고 했던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이거였나보다.
전문 용어를 3페이지에 걸쳐 작가님이 자세히 정리해 주셨다. 다 이해는
못했지만 책을 읽는데, 오페라를 알아가는데 나중에 정말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해서 드디어 파트 1인 그 무엇보다 용감한 아리아의 페이지를
넘겼다. 사랑하는 이를 구출하기 위한 변장, 피델리오.
작가님이 피델리오라는 오페라의 줄거리를 짧막하게 소개해 준다.
마치 옛날 동화나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재미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페라의 한 장면의 가사.
아, 내가 당신과 이미 결혼했더라면으로 시작하는 가사들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
갑자기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감옥에 갇힌 남편을 위한 그 애절한 가사를
들으니 마음이 동했다. 이거 너무 마음에 든다.
마치 시와 같은 음율에 마음이 움직이고 그 언어들이 마치 그 시대 그 장소 그 순간
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빠져들었다.
이게 무슨 조화인가.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마음이 설레다니.
한편 한편 대작과 대작을 만든 음악가들의 말에 귀기우릴 수 밖에 없었다.
요즘은 들을 수 없는 너무나 아름답고 부드럽고 서정적인 서사들이었다.
이렇게 오페라에 문외한인 나는 조금씩 오페라에 빠져들었고 25편의 오페라는
나의 가을 밤을 수놓았다.
더 좋았던 것은 각 오페라의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바코드를 통해 해당 오페라의
노래와 장면을 듣고 볼 수가 있었다. 작가님의 작은 손길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하나하나 오페라에 대한 내용을 읽고 직접 유튜브를 통해 오페라를 감상하니
전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이해도 좀 되고 공감되어 오래간만에 재미있고
유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소개된 오페라는 모두 좋았다. 무엇보다 오페라에 나오는 주요한 장면의
노랫말들이 참 좋았다. 그 옛날에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이런
스토리와 음악을 만들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아직 너무 오페라에 초보라서 어디 가서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 이 끈을
놓치고 싶지는 않다.
모든 것이 우연히 접하게 된 방구석 오페라 책 덕분이다.
작가님의 오페라에 대한 친절한 가이드가 없었다면, 그렇게 좋은 내용들을
소개하지 않았다면, 아마 여전히 오페라는 나와는 관계를 맺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먼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만 해도 너무 아쉬웠을 것 같고 너무 알게되어 다행이다.
오늘도 스마트폰에 다운 받은 오페라의 노래를 들으며 새벽 길을 걷는다.
이번 달에 직접 오페라 한편을 감상할 계획도 가져볼까? 차가운 바람이
시원하게 얼굴에 와 닿는다.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