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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영화를 보는 밤
이종철 지음 / 어문학사 / 2020년 4월
평점 :
책 제목부터가 신선합니다. 무협 영화를 보는 밤이라..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펼쳐 천천히 읽어 보았습니다.
한참을 읽다보니 이 책 종류가 뭐지? 하며 책 표지를 다시 보았습니다.
소설집! 분명 소설이라 적혀 있었지만 쉽사리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 느낌은 꼭 수필 같았습니다. 책 내용이 너무 생생하고 마치 누군가의 일상 생활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한 현실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지 않고서는 써 내려갈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글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이종철 작가님의 소설은 제게 다가왔습니다.
첫번째 소설인 이 책의 타이틀 '무협 영화를 보는 밤'에 이어 두번째 편인 '상하이를 추억하는 밤'을 읽어 봅니다. 한참을 읽다 보니 1편에서 나온 대학 교수의 중국 유학 생활을 담은 전편인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번째 편인 '그 남자의 연애담' 을 읽다가도 1편 대학 교수의 주변 인물이 대학 교수의 어렸을 때부터 성인 될 때까지의 연애담을 제 3자의 시각에서 써 놓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편의 단편 소설 모두 서로 연관성이 없지만 마치 서로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구성이 되어 있어 독자로 하여금 다시한번 앞에 나온 내용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가님의 뛰어난 구성이 저는 재미도 있었고 돋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내용을 다 읽고 마지막에 나온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 참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은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작가님이 대학 교수님이라는 점입니다. 왜 그렇게 글들이 사실감있고 생생했는지. 아마도 교수님이 중국어를 공부하고 중국에서 유학을 다녀 온 그 산 경험이 이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 했을 것이라고 감히 짐작을 해 봅니다.
전문적인 내용의 칼럼을 많이 쓰셨던 것 같은데, 이렇게 소설을 쓰셨다는 점이 저에게는 교수님이 더 인간적이고 친근한 작가로 각인을 시킨 것 같습니다.
소설이란 많은 상상력과 관찰, 그리고 시나리오 구성 등 작가의 길을 가지 않은 일반 문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평소에 생각하다보니 직업 작가가 아닌 분이 이렇게 틈틈이 글을 쓰셨다는 것에 용기와 격려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소설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 경험하고 느낀 점을 표현하면 되겠구나하는 자극도 받았던 것 같습니다.
9편의 글들중 개인적으로 첫편인 '무협 영화를 보는 밤'의 내용이 좋았습니다.
저도 나이가 적잖게 있는지라 어렸을 때 보았던 중국 영화가 차례대로 나오고 그 영화 내용 또한 간략히 소개가 되다보니 그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중국 영화를 통해 제 자신의 삶의 여정도 다시한번 돌이켜보게 되는 즐거운 순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소설에서 중국 유학과 관련된 내용이 나왔는데 그런 경험이 없던 저에게는 또 다른 삶을 산 것과 같은 감정을 갖게 했던 것 같습니다.
김박사와 교수님 편에서 처럼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유학하고 박사 학위를 따도 대학 교수직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점, 가끔 언론에서 나오는 시간 강사의 어려운 점,이 떠오르며 더 그 삶과도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힘든 내용들도 많았지만 '당신, 결혼하셨습니까' 편에서는 결혼을 목적으로 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참 재미가 있었습니다. 소개팅에서 남녀가 느끼는 감정이랄까, 서로 바라는 상상과 현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 같아 너무 재미 있었습니다. 아마 읽어 보면 누구나 고개가 끄덕여지고 살며시 미소를 짓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앞서 얘기했지만 9편의 소설들 모두가 현재의 삶을 너무 잘 표현해주고 있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는데, 다시한번 읽어보니 평범하지만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그렇게 어려운 말이 아닌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로 잘 표현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0년대부터 현재까지 짧은 소설에서 중국 영화의 흐름을 알고 싶으신 분, 중국 유학이나 논문에 대해서 그리고 중국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으신 분들은 소설의 재미와 더불어 필요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어 꼭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