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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회의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평점 :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한자와 나오키 편들을 보며, 믿고 읽게되는 아케이도 준 작가의 소설이 나왔다고 하니 흥분이 됐다. 그 전 소설들을 너무 재미있게 읽은지라 이 책도 분명 재미있으리라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다.
책의 두께는 한자와 나오키보다도 더 두껍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읽어야 할 부분이 적어질수록 아쉽다는 생각과 함께 주말 하루를 정말 기분 좋게 보낸 것 같아 뿌듯했다.
이 책은 총 8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는 모두 연결이 된다. 처음에는 각각 단편인가 생각했지만 그 연결연결이 모두 의미있고 그 다음편을 궁금하게 하거나 이해를 시키는 열쇠와 같은 역할들을 한다고 생각되었다.
책 제목이 왜 일곱개의 회의인지는 여기저기 찾아봐도 알려주는 곳이 없었다^^.
책 내용에 회의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일곱번이었나? 책 표지 뒷편의 회의 1 오로지 질책뿐인 자와 힘겹게 변명하는자, ... 5 괴롭지만 직시하는 자와 비겁하게 외면하는 자라는 글이 쓰여 있는 것으로 봐서 그럴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좀 더 찾아봐야겠다.
한가지 독특하다고 생각한 점은 여느 소설과는 다르게 과연 이 책의 주인공은 누구인가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영업부 과장인 하라시마였나 생각했었는데 아닌 것 같다.
결국 각 에피소드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 주변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 평범하지만 더 인간다운 모습들을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덕분에 아 책을 보는 내내 더 정감이 갔다.
소설이라 사건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번에 나온 사건은 물론 인위적인 것도 있지만, 우리가 살면서 생길 법한 일들이 많이 나온 것 같다.
누구나 그런 일에 부딪히는 순간 어떤 사람이 되는가 또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된 것 같다. 나라면 그렇게 결정했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마냥 정의로운 영웅이 되었을까? 아님 현실에 맞게 순응했을까? 겉으로는 쉬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속으로는 찜찜했다. 넘 가식적인 것 같아서..
한자와 나오키가 은행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한 제조회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닉이라는 모회사의 자회사인 도쿄겐덴의 영업부에서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어느 직장에서나 성과를 내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이 있고, 그 조직내에서도 성과를 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섞여있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영업 2부의 하라시마 과장은 회사에서 잘나가는 영업 1부의 사카도 과장이 부럽기만 하다.
성격도 좋고 성과도 지속적으로 내고 물론 그가 맡은 영업 1부의 매출은 어느정도 보장된 에이스 고객과의 거래였기에 한편으로는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가져본다.
그건 직장생활하는 사람들은 매번 생각케하는 주제다. 왜 맨날 똑 같이 일하는데 누군 잘나가고, 또 누구네 부서는 고과도 잘 받고...
그러던 어느날 영업 1부의 고문관 격인 핫카쿠 계장이 사카도 과장을 직장내 괴롭힘으로 고발을 해서 징계를 먹게 한다. 일부 사람들은 핫카쿠 계장의 평소 행실에 이런 회사의 결정은 아무리 그래도 좀 불합리하다고 나름 불만들을 표출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영업 2부의 하라시마 과정이 그 좋은 영업 1부를 맡게되고, 새 부서원들과 면담을 하면서 핫카쿠 계장으로부터 그과 왜 그랬는지, 전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그 이유는 바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때부터 이야기의 궁금증은 증폭된다. 도데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러던중 그 이유를 알게되는 시초가 전혀 엉뚱한 경리부서의 불만쟁이로부터 시작이 된다.
그러면서 모회사와 자회사, 협력회사, 영업부서, 경리부서, 제조부서, 고객부서, 과장, 계장, 임원, 퇴사자, 사장까지 모두 얽히고 얽힌 관계들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절대로 중간에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이 책은 정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때까지 끝난게 아니기 때문이다. 절대 끝까지 긴장을 놓으면 안된다. 그만큼 독자들을 끝까지 책임져주는 작가인 것 같아 칭찬해 주고 싶다. 좋은 소설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고나니, 직장이란 무엇인가, 일이란 무엇인가를 한번 쯤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꿈을 펼칠 무대로, 누군가에게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요한 돈을 벌기위한 목적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시간을 보내기위한 공간이 직장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직장이라는 곳에서 자신들의 인생을 보낸다.
그럼 일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은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어떤 사람은 시키니까 하는게 일이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그 일에 전념하거나 또는 아무 가치도 재미도 느끼지 못하고 시간을 보낸다.
작가는 이러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그들이 태어나고 살가오면서의 환경과 배경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만큼 많은 준비를 했다고 생각되며, 그렇게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어떤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버리고 그들이 처한, 또 처했던 상황을 좀 더 알아보고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메세지를 주려했다고 개인적으로 평해본다.
사람이 나쁜 것이 아니고 그 일이 나쁘다고 했나? 나쁜 사람, 못된 사람을 무조건 좋게만 보자는 뜻은 아니고, 그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 그걸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이해와 용서를 할 수 있는 마음을 좀 더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꼭 직장을 다니거나,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기에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직장이나 삶의 터전에서 각자 어떤 마음을 먹고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본인한테 좋은 것인지 한번은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닌 함께 생각하고 고민도 해보는 시간이 된 것 같아 책을 읽고 한층 성숙한 독자가 된 것 같아 나름 보람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