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포크스 : 플롯 가이 포크스 1
윌리엄 해리슨 아인스워드 지음, 유지훈 옮김 / 투나미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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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포크스. 이 이름은 생소하지만 가면은 낯이 익다. 웃는 듯한 인상에 콧수염과
턱수염이 뾰족한 그 모습. 어딘가 익살그러운 것 같으면서도 진진하고 용감한
기사의 분위기가 나는 것 같다고 항상 생각했었다.

내 기억에 이 가면을 처음 본 것은 각국의 고급 정보를 세상에 공개하는 줄리언
어샌지의 위키리크스라는 사이트인 것 같다. 당사 미국의 스노든이라는 사람이
미국의 비밀 정보를 공개하여 파장을 일으켰고 본인은 다른 나라로 망명을 신청
하고 아직도 고국에는 못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TV에서 이 가면을 자주 보게되었다. 대한항공의 오너의 갑질에
실망한 임직원들이 이 가면을 쓰고 오너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시위하던 모습은
이제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기억할 것이다. 물론 자신들의 얼굴이 공개
되면 또다른 불이익이 생길 것이 염려되어 가면을 썼지만, 뭔가 저항을 의미하는
이 가면을 쓴 것으로 들은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 가이포크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무슨 단체의 이름인지, 아니면 저항을 뜻하는 용어인지...
그래서 더욱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졌는지도 모르겠다.
가이포크스는 사람의 이름이며 1600년대 영국의 제임스 왕과 의회를 일거에
몰살시키려고 했던 화약음모 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처형된 사람이라고 한다.
지금은 저항의 아이콘으로 가이포크스의 가면이 상징성을 갖는 것 같지만,
일부에서는 테러리스트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누구의 이야기가 맞는
지는 그 역사적 배경을 잘 알지 못하기에 섣불리 언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시대의 큰 사건이었고 이 사건이 사전에 발각되어 역사의 흐름이 지금
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책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가이포크스의 가이(Guy)
가 기이한 옷을 입은 남자라는 뜻이 처음에는 조롱하는 의미로서 사용되다가
지금은 일반적인 남자, 친구, 동료라는 의미로 변했다는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책 내용으로 가보자. 이 책은 가이포크스가 이 화약음모 사건을
준비하는 시점에 등장을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가는 가이포크스를 미신에
집착하는 사람으로 묘사를 했다고 언급한다. 아마 앞서 말한 저항의 아이콘과
테러리스트 사이에서 약간 테러리스트 쪽으로 편향된 것인가하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영웅과 평범한 한 인간사이에서 좀 더 인간적인 측면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영웅은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냐지만, 인간의 고뇌
하고 걱정하고 실수도 하니 말이다.

이 책은 몇백년전에 쓰여진 원서를 번역한 것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쉽게 읽혀지지는 않았다. 조금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라고 할까? 문장과
단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좀 더 꼼꼼하게 읽으려고
집중했던 것 같다. 오히려 이런 것들이 책 내용이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고
상상을 더 많이 하게 했던 것 같다. 빠르게 전개되는 추격신에서는 더욱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몰입이 되었으니 말이다.
 
때는 1600년 초. 카톨릭 신도들을 탄압하는 시대적 배경을 느낄 수 있었다.
교회 사제들을 잡아들이고 처형을 하고, 그런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임으로써
또 다른 공포심과 경각심을 일으키는 암울한 중세시대. 왕 보다도 더 지방
귀족이나 관리들이 폭리를 취하고 일반 사람들을 억압하던 그 시대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도입부에는 앞도 보이지 않고 거의 죽을 것 같은 한 여인을 군인들이 괴롭히는
장면에서 에스파냐계 군인으로 큼직한 망토를 걸치고 녹색 깃털이 달린
원추형 활엽 모자를 쓴 이가 불쑥 나타나 이 여인을 구한다. 그가 바로
가이포크스였다.
등장부터 주인공이라는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이 장면뿐 아니라 또 다른
여인이 위험에 처할때도 어김없이 바람처럼 가이포크스는 등장을 하고
여인을 구한다. 한참을 읽으며 이 여인과 가이포크스가 사랑을 하게되나
하고 생각을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연인이 아닌 연장자로서의
연민을 품었다는 여인의 말과 그것이라고 감사하다는 가이포크스의 말로서
나의 바람은 꿈으로 만족해야했다.

이 책은 가이포크스 1부로 화약음모 사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군인과 관리로
부터 쫓기며 만난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이 계속 나온다.
한시도 마음편히 있을 수 없도록 긴장감이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가이포크스의 운명에 대해 예언자, 마술사, 성령등이
참혹한 결과를 예언해 주지만 그때마다 가이포크스는 자신의 운명에 그대로
맡기기로 한다. 예언에 대해 주의를 하거나 대비를 했으면 좋겠건만 그런 것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거사를 준비하고 맞이하는 것이다.
서로 믿지 못하는 불신의 상황속에서 책속의 인물들을 항상 상대를 의심
하지만 가이포크스만은 믿음을 지키려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꼭 그랬어야만
했을까하는 연민의 마음도 생기는 것 같았다.

이 책의 시대상을 좀 더 알았다면 더 책속에 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투박하고 짧은 문장에서도 그 시대를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종교가 탄압을 받고, 또 반대로 권력으로 막강한 힘을 부리며 왕, 교황, 유럽
여러나라간의 갈등을 일으키니 인간에게 종교, 권력이 무엇이었는지,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힘없는 민초들은 어떠했을까 생각해보면, 그저 자신의
운명대로 순리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지금은 당연하지만 그 자유를 얻기위해
어느 나라건간에 얼마나 많은 선구자들의 희생이 있었는지 알게 된 것 같다.

역사는 살아남고 이긴자의 이야기라고 한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면 그 역사는 다시 뒤바뀔 수 있는 것 같다.
과거 가이포크스의 화약음모 사건을 막은 기념일이 지금은 그를 추모하는
날로 바뀌었다고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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