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 할림 1
김재기 지음 / 이론과실천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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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쳐보면서 처음에는 여기저기 빽빽하게 적혀 있는 온갖 각주들 때문에 흡사 무슨 논문이라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엔 '이 책이 어려워서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하고 지레 겁을 집어먹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들은 기우였을 뿐이라는 걸 책을 읽어나가면서 느끼기 시작했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면서도 철학적인 고찰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도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이 책은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보다 훨씬 쉬우면서도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 속에서는 각각의 인물들이 사건 해결을 위한 끊임없는 철학적 사고와 논리로 골머리를 앓지만 독자들은 작가의 노력으로 쉽게 쓰여진 문장들을 통해 책을 읽는데에 전혀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곳곳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논리에 더욱 친숙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철학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철학이라는 학문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의 소설이 그러하지만 특히 추리소설은 한 번 읽어봄으로써 이야기의 줄거리와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고 난 이후에는 다시 읽지 않는 편이다. 추리소설에서는 책 내용 전체가 범인을 쫓아가는 단서를 잡아가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누가 범인인지를 아는 상태에서는 그 모든 과정들이 너무 빤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전체 내용도 재미있지만 인물들간의 각각의 대화를 통해 나 스스로가 사고할 수 있는 영역을 훨씬 방대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고 싶게끔 만든다.

책 속 인물들간의 대화를 읽을 때마다,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부분에 의문을 던지는 것을 보면서 그런 식으로 글을 이끌어가는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며, 나로 하여금 사고의 범위를 확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이 책을 다른 많은 사람들도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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