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정원』은 표지에서부터 오래 머물러 바라보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그대로 드러나는 연필선과 맑게 번지는 수채화가 눈에 띄고, 제목 글자 안에는 꽃과 나뭇잎이 피어나 있습니다. 마치 제목 자체가 하나의 작은 정원이 된 듯합니다.수풀 속으로 사라지는 고양이와 그 뒤를 따라가는 여자아이. 책등에도 고양이가 자리하고 있어 표지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이끕니다.이야기는 본문보다 먼저 면지에서 시작됩니다. 글 없이 이어지는 그림 속에는 할머니의 지난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정원을 가꾸고 벤치에 나란히 앉았던 시간, 그리고 이제 홀로 남겨진 할머니의 모습까지 그림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아덴트로 9번지에는 낡고 쓸쓸한 집이 있습니다. 움푹 꺼진 지붕과 창문은 마치 슬픈 표정처럼 보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 집을 피해 다니지만 세이디는 고양이를 따라 정원 안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할머니를 만납니다.처음 만난 할머니는 마치 동상처럼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표정과 자세뿐 아니라 화면 속 색에서도 외로움과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세이디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할머니에게 조금씩 생기가 돌아옵니다. 그 변화가 마치 동상이 다시 사람이 되어가는 것처럼 느껴져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이 그림책은 세이디와 할머니의 관계를 통해 한 사람을 바라보고 관심을 건네는 일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가까이 살면서도 서로의 얼굴조차 모르고 지내기 쉬운 요즘, 주변의 이웃을 따뜻하게 살피고 먼저 다가가는 세이디의 모습이 더욱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아이들과 읽는다면 글이 없는 장면을 천천히 관찰하며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상상해보아도 좋겠습니다. 할머니의 표정과 자세, 색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찾아보거나 ‘내가 세이디라면 할머니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우리 주변에는 어떤 이웃이 있을까?’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은 그림책입니다.누군가의 쓸쓸했던 마음에도 다시 꽃이 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천천히 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따뜻한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