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 김솔 짧은 소설
김솔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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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표지와 핑크띠지의 밝고 귀여운 첫인상과는 달리 그 속에는 묵직한 언어들로 풀어놓은 40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있다.

이탈리아, 영국, 라오스, 페루,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를 배경으로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인물들이 나오는데, 짧게 읽고 곰곰히 되짚어보고 곱씹게되는 이야기들이다.

상징과 비유와 의미를 고민하게 되고, 때로는 마지막 문장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을, 때로는 엉뚱하고 기묘하고 몽환적인 곳에 다다른다.
카프카의 소설을 읽고 난 후 받았던 느낌을 만나기도 하고, 파란 토끼를 따라간 엘리스가 된 듯도 하다.

가장 인상깊은 이야기는 <소문>으로 연쇄살인범 드루부 이야기인가 했는데 대반전이 있다.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순발력은 뛰어난데 지구력이 부족하다'는 아내의 말에 '외계에서 지구로 건너온 생명체여서 그렇다'는 작가의 응수가 글을 쓰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p.14
한 세기를 살게 될 줄 알았다면 젊었을 때 좀 더 화려한 삶을 선택하실 걸 그랬어요.실패를 만회하느라 몇 년을 손해 봤다고 한들 전 생애에서 그 정도의 기간은 아무것도 아닐 테니까요.

p.269
살면서 사랑이 인생을 장악하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삶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이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천국처럼 사랑이 설정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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