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오토바이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자의 아버지는 극장의 간판을 그리는 일을 하셨었다. 
 극장 한켠에 위치한 다음에 상영 할 영화 간판을 그리는 작업실에서 마치 축구장을 땅에서 90도로 세운것 같은 거대한 화면위에 큰붓으로 그림을 그리시던 뒷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화폭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판넬에 팽팽하게 입혀진 하얀천 위에 그려진 사람의 얼굴이 아버지의 머리보다도 수백배는 컸었으니까,,,

추억이 아로 새겨진 그 시절 흑백사진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앨범을 펼쳐보면 신성일, 엄앵란, 박노식, 김희갑, 트위스트 김등등 당대의 내노라 하는 은막의 대스타들이 아버지의 손에 의해 웃고 울고 있었다.
마치, 마술을 부리듯 그렇게 영화배우들의 얼굴에 희노애락을 멋들어지게 표현하시던 아버지의 뒷모습,,,

'너, 하춘화 알지? 새하얀 피부에 쑥스러운 웃음을 짓곤하던 사춘기를 갓 벗어난듯한 하춘화가 서울에서 공연하러 극장에 내려 왔을때 얼마나 내가 귀여워 해줬는지 아니? 사탕을 손에 쥐어주면 얼굴에 짓던 미소가 그렇게 이쁠수가 없었단다,,,'

 당시에는 "리사이틀" 이라는 지금의 콘서트와 같은 형식의 쇼가 큰 인기를 끌던 시절이기도 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던 애기때를 벗어난 뒤로는 모친의 품에 안겨서, 때로는 손에 붙들려서 본 영화만 해도 내 인생에서 볼 영화의 3분의 2는 다 본게 그 시절이었다! 극장에서 나는 그 특유의 냄새가 항상 코 끝에 매달려 있던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대체적으로 엄격 하셨고, 멋을 아는 분이셨다.

 이 책은 다른 소설들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는 내용의 우리들의 아버지에 관한 소설이다.
첫장을 넘기며 소설에 몰입할수록 책을 읽는 사람의 머리속에는 자연스럽게 화선지에 먹물이 번지듯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들과 이미지들이 필름처럼 투사 될 것이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사건의 발단은 서울로의 상경으로 볼 수 있다.
뇌성마비에 정신지체, 자폐, 간질등의 복합적 신체적 질환을 앓고 있는 큰아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주인공인 소설속의 아버지는 가족들과 상경을 결심한다. 처와 두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험한일을 하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타인들에게 몹쓸말을 들을정도로 오로지 부만을 축적해 나가게 된다.
그렇게, 가족을 위해 헌신적인 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큰아들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길을 나서는데,,,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1인칭 관찰자 시점, 그리고 전지적 작가 시점작가 관찰자 시점이 골고루 잘 조화 되어진 소설이다. 이 책을 붙잡고 빠져들기 시작해서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마지막장을 덮을 수 있었다.


책을 덮고서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아버지가 된 나의 미래를 그려 보게 된다,,,
과연, '자식을 위해, 자식앞에 부끄럽지 않을 아버지가 될 수 있을것인가?'

오로지 자식만을 위해서 무한희생을 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아버지인 것이다!!!

 
이 책을 덮고나니 문득 2가지가 궁금해졌다.
한가지는 부친의 그 푸르른 시절에 꼬박꼬박 매일같이 남기신 빛이 바랠대로 바랜 일기장들이 보고 싶어졌고, 또 다른 한가지는 이책의 저자인 '조두진'이 집필한 다른책들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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