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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망할 소행성 ㅣ 다산어린이문학
세라 에버렛 지음, 이민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10월
평점 :
다산어린이문학 『나의 망할 소행성』
세라 에버렛 지음, 이민희 옮김, 다산어린이
나는 이 책을 덮고 바로 아빠께 전화를 걸었다. 내가 어린 시절 아빠가 자전거 앞쪽에 나를 태우고 다니다 넘어질 뻔한 적이 있었다. 내가 다칠까 봐 담 쪽으로 넘어지면서 팔에 상처가 났던 아빠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케미의 아빠처럼 다정한 분은 아니었지만, 자식을 지키려는 태양과 같은 사람인 것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소행성이 다가오는 날이 곧 있겠지. 난 케미처럼 어리지도 않고 아빠와의 추억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소행성이 지구에 다가오는 것은 많이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어린이 책이나 청소년 소설은 반전이 있어도 예측 가능할 때가 많다. “나의 망할 소행성”도 반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내가 쓰는 이 서평을 읽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아서 반전의 내용을 소개하고 내가 느낀 슬픔과 감정에 대해 다 쓰고 싶지만, 혹시나 한 명이라도 읽고 스포를 당하는 것을 원치 않으니 마음에 묻어둬야겠다. 결말이 궁금하다고 미리 찾아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을 통해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 이 시대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멸시와 끔찍한 일들을 뉴스에서 접할 때가 있다. 동양인으로서 외국에서 겪는 차별에 대한 서러움을 이야기하는 일들을 보기도 한다. 이 글에도 흑인 가족이 느껴야 하는 슬픔들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
백인들이 모여 사는 파인뷰 마을에 살게 된 케미의 가족들은 할로윈이 되자 특별한 사탕을 위해 마을을 돌았지만 문을 열어주는 집은 딱 한 곳뿐이었다. 이 일로 시작된 인종 차별이 결국 지구의 종말을 불러올 만큼 힘든 일을 초래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런 상황 속에서 아빠의 교육이었다. ‘사람들이 언제나 친절하고 정의롭지는 않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아.’라고 말해주는 아빠 밑에서 큰 케미는 진정한 그릿으로 자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의 본질은 ‘슈퍼히어로’라면서 ‘스펙타큘러스’라는 히어로팀을 만들고 사진을 찍고 능력을 정하고... 이렇게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로 아이의 상심한 마음을 대신 채워주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시비에 휘말리고 황당한 일을 당했을 때도 ‘떳떳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너답게 살고, 친구를 사귀고, 학교에 다니고, 세상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지...... 우리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목소리지.’ 라며 바른 길을 알려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아빠 덕에 케미는 결국 소행성보다도 큰 가족의 별들을 찾아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세상의 종말까지 남은 시간들을 밝히면서 내용을 전개하고 있는데, 시간이 긴박해질수록 내용의 호흡도 빨라져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케미는 종말 전에 타임캡슐을 묻기 위해 그 안에 넣을 물건들을 모은다. 물건에 담긴 따뜻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울렸고, 아빠의 열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케미의 모습이 예쁘고 안쓰러웠다. 지구의 종말이 와서 모두가 사라지게 되었을 때 가족의 흔적(사실은 아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비를 맞으며 타임캡슐을 파묻는 케미의 모습이 마음을 아리게 했다. 아빠의 열정을 찾아주지 못해 슬퍼하는 케미에게 나의 열정은 ‘내 여자들’이라고 말해주는 아빠의 모습에 나도 케미와 함께 울 수밖에 없었다.
소년, 소녀들이 이 책을 통해 ‘나다움’에 대해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함께 살아가는 태도를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또,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새기고 나의 세상을 당당하게 꾸며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