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목마 문지아이들
보탄 야스요시 지음, 김영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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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목마

보탄 야스요시 글그림, 김영순 옮기, 문학과지성사

 

  그림책 표지를 보자마자 설렘이 느껴진다. 맑고 따뜻한 색감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에 어릴 적 사촌 언니와 함께 탔던 회전목마가 떠올랐고, 엄마가 되어서 무서워하는 아들의 손을 잡고 올랐던 회전목마가 떠올랐다. 그림만 보아도 마음속에 담아둔 기억들이 떠오르는 책이었다.

 

  책의 모든 페이지 중앙에 목마 블랑이 자리하고 있다. 블랑 뒤로 시간과 공간이 흐르며 블랑의 여행이 시작된다. 어느 마을의 유원지에서 옆 마을 유원지로, 결혼식에서 가정집을 거쳐 장례식으로. 블랑이 여행하는 시간과 공간은 마치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맨 처음 유원지에서 만나 블랑의 이름을 지어준 남자아이와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만나는 장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남자아이는 노인이 되었고 블랑은 색이 바래고 낡았다. 그때 다시 만나 시간을 보낸 후, 노인은 삶을 마감하고 블랑은 목마로서의 삶을 마감한다. 회전목마는 끊임없이 달리지만 결국 그 자리로 돌아오는 것처럼 블랑도 처음 마음을 나누었던 소년에게로 돌아온 것 같았다. 남자아이도 블랑과 헤어져 자신만의 여행을 하고 블랑에게 돌아온 것처럼 우리의 삶도 결국 처음 그곳으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월이 흐르고 자신을 필요로 했던 사람들도 떠나고 다른 공간으로 옮겨다니지만 블랑은 슬퍼하지 않는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태우고 마음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림책 중앙에 자리한 블랑의 모습은 시공간적 배경과 관계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자기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는 블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변하는 내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일 년마다 변하는 환경과 사람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면서, 변함이 없는 내 일에 얼마나 지루해했는지. 내 상황은 블랑과 같으나 마음가짐은 블랑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 등에 탄 여러 사람을 향해 마음을 나누고 즐거움을 다하며 그렇게, 블랑처럼 살아가고 싶다.

 

  블랑은 결국 목마로서의 기능은 다 했으나, 목공소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게 된다. 새로운 모습을 가진 블랑이지만 다시 누군가를 태우며 여행을 하게 될 모습이 너무 따뜻했고, 블랑의 기쁨이 전해지는 것 같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 여전히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는 자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하는 그림책이었다. 어른들이 읽어도 많은 울림이 있을 좋은 그림책이다.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읽고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며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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