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펭귄과 함께한 300일 - 두 발로 걷는 그들이 말없이 가르쳐준 생의 고귀한 메시지들
송인혁.은유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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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에게 펭귄은 다리짧고 뒤뚱거리는, 그리고 많이 추운데 사는 귀여운 생명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저 동물원에서 몇번 그렇게 스쳐지나간 동물 혹은 귀여운 모습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이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펭귄은 그런 모습일 것이다. 그만큼 펭귄은 우리에겐 낯선 동물이다. 펭귄의 종류가 많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황제"라는 아주 고져스한 이름이 붙은 종류가 있다는 건 "남극의 눈물"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였다. 아무리 남극이라도 사계절이 있는데, 그나마 따뜻한 여름도 아니고 겨울만 되면 남극에 와서 짝짓기를 하고 번식을 하니, 크고 느리지만 귀여운 아이들. 그렇게 펭귄은 또 다른 이미지를 하나 만들었다.

 

이 책은 그 황제펭귄이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어떤 삶이나 한 생명체는 태어나고 자라고 사랑하고 죽는다. 사람의 인생은 그 과정이 조금 길 뿐이지, 별반 다르지 않다. 황제펭귄의 300일을 조분조분 이야기하며 생과 사, 헌신과 사랑, 희생과 봉사 등 인간 생의 많은 것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왜 그렇게 추운 땅에서 알을 낳는지, 또 그 추운 땅에서 어떻게 버텨가고 살아가는지 말한다. 나는 분명 황제펭귄의 이야기를 듣는데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단지 이야기만이 아니라, 책 전체에 담긴 황제펭귄의 귀여운 모습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갓태어난 새끼펭귄의 보송한 모습부터, 어미를 잃어 죽어버린 녀석, 새끼를 부화시키려고 아둥바둥 버티며 몸이 반토박이 되도록 홀쭉해져버린 아빠펭귄, 식량을 구하러 먼길을 다녀온 엄마 펭귄까지. 그 모습이 담겨잇는 사진은 요즘 유행하는 어떤 감성사진보다 감성적이고 아름답다. 요즘 우리 세대는 약해빠진, 고생을 모르는 세대라고 한다. 우리가 그런건지 시대가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춥지만 순수한 땅에서 삶을 지키고 유지하고 또 계속 이어가려는 황제펭귄의 모습이 우리에게 뭔가 말을 한다. 아마 사람마다 다 다른 메시지를 듣겠지만, 내가 지금 필요한 메시지는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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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불편을 팔다 - 세계 최대 라이프스타일 기업의 공습
뤼디거 융블루트 지음, 배인섭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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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누구나 한번은 들어본 가구 매장. 편리하고 유용한 디자인과 동시에 직접 가구를 싣고 와야하고 심지어 조립까지 하게 하는 가구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케아, 이케아를 열광하는 사람들. 국내에는 아직 매장이 없어서(2014년 광명 진출 예정) 인테리어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외국여행을 할 때 이케아 매장을 일부러 코스에 넣기까지 한다. 도무지 어떤 가구이기에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이 책은 현재의 열광적인 이케아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꼼꼼하게 따르며 이케아에 담긴 철학까지 보여준다. 보통의 성공스토리처럼 멋지고 화려하며 도덕적으로 훌륭한 기업가에 의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되도록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케아의 역사를 훑는다. 마치 페이스북의 성공스토리를 기반으로한 영화 소셜네트워크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저런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이러저러했다는 한발 떨어진 시선 덕분에 이케아가 이런 기업이며 이렇게 만들어져 왔다는 것을 알았다. 이케아의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의 이야기는 "우와, 멋지다!"라고 감탄할만큼 매력적인 인물이라기보다는 자기의 생각과 주관이 너무 단단해서 답답하기까지 하다. 이런 창업자가 이토록 융통성있고 합리적인 제품을 파는 기업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기업문화는 우리가 최고의 기업으로 꼽을만큼 그리 개방적이지도 환상적이도 않다는 게 난점. 성공하는 기업이라고 꼭 성공하는 기업문화를 가졌는지는 의문이다. 보통 이런 성공서는 어느면에서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아서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이런 기업문화는 물론이고 작은 부분하나까지도 창업주의 영향력이 너무나도 크지만 그렇기에 굳건한 기업, 그의 사후에도 굳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업이라는 점이 신기했다. 그렇기에 도리어 이래서 이케아, 이케아 하는구나하며 사람들의 열광이 이해는 되었다. 성공하는 기업이 옳은 기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소박한 소비자인 나로써는 그렇지 않음을 알아도 이케아의 본격적인 진출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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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 사용법 - 첫만남부터 프러포즈까지 남자를 알면 사랑이 쉬워진다
스티브 하비.디네네 밀러 지음, 서현정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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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게 제일 좋지만, 가끔은 글로 읽으며 현재의 내 연애와 사랑에 대해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몸이 피곤한 요즘이라 깊이 있는 성찰이 있는 책보다는 가볍고 유쾌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도움이 될만한 도서를 고르다보니 연애 카운셀링, 연애 심리학을 고르게 된다. 흥미분야이기도 하다는 점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연애상담을 하던 코미디언 겸 영화배우 스티브 하비의 실전 연애 코치라는 제목으로 이 책대로만 하면 어떤 남자건 내 손에 놓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여자친구랑 연애상담 그만 하고 남자를 좀 알라고 말한다. 거기에 뜬구름잡는 이야기보다는 남자의 마음을 확인하는 실전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현장(?)에서 활용가능하다. 저자가 강조하는 남자를 제대로 사용하는 현명한 여자는 여성성을 유지하며, 자신의 원칙을 제대로 남자에게 관철시킬 줄 알아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사람이다. 끌려다니는 사랑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랑을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또 나를 그렇게 사랑해줄 남자인지 확인하기 위한 방법과 사례들이 녹아있다. 또한 Q&A 사례로 실어 좀 더 구체적인 고민해결을 나선다.

 

하지만 저자의 초점은 남성다운 남자, 마초적인 남자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이 방법이 적용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크게 다르지 않고 일반론적으로 접근한다는 면에서 괜찮은 팁들은 많은 편이다. 이 책 하나 읽고 팜프파탈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는 분은 피하고, 진지한 사랑이 하고 싶은 사람이나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미래를 함께 할 사람인지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실용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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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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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느린 사람이다. 항상 트렌디하고 싶어하지만, 항상 한발짝 느리고, 한발짝 내딛었다 싶으면 어느새 저만치 앞선 사람들의 뒤통수를 보고 있다. 어, 또 늦었네. 책 좋아하고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는 이병률 작가의 책, 처음 읽었다. 들어본 적은 있으나 접한 적은 없는, 그리고 알았다. 또 한발짝 늦었네. 왜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알겠다. 이런 감성적인 글, 하지만 허세보다는 진정성이 있는 글은 만나기 쉽지 않다.

 

지금 나는, 여행이 하고싶은 건지 사랑이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잠시 방황했던, 겉으로는 그래보이진 않았겠지만, 나의 영혼은 제자리에 안착시키기로 하고 나서 여행을 좋아했던 건가 잠시의 현실도피를 즐겼던 건가 혼란스럽다. 그 답보다 중요한 건 그런 마음 덕택에 조금은 떠돎을 느꼈고 그를 통해 정말 떠도는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겉모습이 방황이든 안정이든 속에 담긴 영혼의 방황은 다른 문제였다. 굳건한 마음으로 선택하는 것,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고른 것으로 세상을 인지하는 행복함에 대해 심도깊은 고민이 필요했고 나는 방황을 멈췄고, 그래서 자유롭다. 나는 여행도 하고 싶고 사랑도 하고 싶다. 여행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싶고 또 그리운 이와 함께 여행으로 추억을 만들고 싶다. 내 이런 느낌과 이 책의 이야기는 닮은 기분이었다. 길게 깊게 담은 감성과 여행지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소중히 소중히 품어낸 생각이 막 올려낸 솜사탕처럼 풍성하다. 달고 아름답고 그리고 조금은 환상적인 이야기. 이 책의 글은 도심에 안주하고 있지만 방황하는 영혼을 가진 요즘의 우리들에게 잠깐의 신기루처럼, 그리고 영원한 우물처럼 그렇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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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이야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8
고골리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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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골은 이름은 익숙하지만 작품은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이 책에도 실린 [외투] 이외에는 그다지 기억나는 작품이 없다. 우리가 흔히 러시아 작가하면 생각나는 이름도 어려운 토스토예프스키나 거장 톨스토이에 비하면 고골은 알듯말듯한 작가이다. 이름도 알고 유명한데, 그래서 작품이 뭐였지 하는... 책 뒷편에 실린 작품 해설에 고골의 연대기와 함께 인생사도 짧게 실려있었는데, 작품만큼이나 파란만장 다이나믹하다. 마치 본인의 이야기를 쓰듯 작품을 썼던 것을 아닐까 추측한다.

 

뻬쩨르부르그 이야기에 실린 총 5편의 단편은 모두 도시에서 소외되어 있는 군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또 하나 우화인가 싶을 정도로 환상적인 구성을 하고,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이야기 전개가 많다. 그러나 이런 전개가 도리어 도시의 진실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계급화된 사회에서 사람은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역사에 남을 법한 위대한 인물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잘나가고> 싶다. 지금의 우리도 다르지 않다. <당신의 차가 당신을 말해주듯>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성공을 판단한다. 그 욕망이 배제된 삶은 도시 속에서 도리어 소외가 되며, 웃음거리가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골은 <정의>를 믿고 싶어했다. 소외된 군상의 이야기를 웃프게 다루지만 그 현실을 통해 사회의 비틀어진 모습을 꼬집는다. 일요일 저녁 개콘의 [나쁜사람]을 보며 깔깔거리다가도 갑자기 짜한 슬픔이 몰려오는 기분이랄까? 우리는 여전히 욕망을 꿈꾸고, 그래도 고단하고, 그래서 환상을 그린다.

 

놀라운 것은 19세기의 작품이 마치 지금의 사회를 보여주는 것 같고 그 표현이나 구성방식이 전혀 촌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날카롭고 섬세한 시선과 인물 묘사, 그와 역설적으로 19세기에 나온 작품이 이렇게 보통의 서사 구조를 벗어나 개성적으로 인간을 그려냈다는 게 대단했다. 고골은 시대를 확실히 앞서 살았고 그래서 그 끝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던 것 같다. 현대 소설보다 더 현대소설같은 작품의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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