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간 - 멈춤이 선물한 기적 같은 이야기
이임복 지음 / 라이온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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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또 새해가 되었고 우리는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를 한다. 요즘은 올해는 시집가야지 라는 인사도 종종 받는다. 이건 인사인가 질책인가. 남들의 인사와는 상관없이 나도 내 나름의 계획을 세워본다. 계획 중 어느 정도나 이뤘을까? 정말 삶이란 하고 싶은 건 많고 시간은 없는 것의 반복인 듯 하다.

 

"시간이 없다"는 이 시대 뿐 아니라 "요즘 젊은놈들은..."이나 "늙으면 죽어야지." 등과 더불어 스테디셀러 유행어 중 하나이다. 우리는 시간 속에 살면서 항상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스마트 워크가 자연스러워진 지금은 퇴근을 하고 주말이 되고 휴가가 생겨도 일을 손에 놓지 못하고 쉴 시간도, 일할 시간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찾는 것을 "시간"이라는 모두 공평하게 주어진 것 같은 재화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우리는 자기계발 도서를 읽어대고, 또 시간관리법을 배우며, 아침형 인간이 되기도 하고 스케줄러를 사용하기도 한다. 시간을 잘 관리하는 것은 현대인의 뛰어난 능력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 관리에 어느새 지쳐버리기도 한다. 내 시간인데 나는 시간부족에 허덕대서 해야할 것들, 해야만 하는 것들의 목록에 짓눌린다. 아무리 시간을 관리해도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

 

이 책은 단순히 시간관리의 스킬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당신의 시간"의 시간에 대해 묻는 책이다. 당신은 왜 (살) 시간이 필요한가? 그저 죽지 못해서 따위의 답이 아니라 진짜 "왜?"이다. 시간관리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답이다. 우리가 병을 고치려면 그 질병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어지럽다고 해서 다 빈혈이 아니기에 모두 시간이 부족의 답이 누군가의 시간관리 스킬 하나를 배우는 것이 될 수 없다. 그 원인을 명확히 안다면 시간은 관리하려 하지 않아도 관리될 것이다.

 

이야기는 우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쉽기도 하지만 다 큰, 혹은 컸다고 착각하는 어른들이 읽기에는 임팩트가 약한 면도 있다. 하지만 방청객 마인드로 받아들여 읽는다면 죽음의 문턱에 가지 않아도 메피의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겉보기에만 좋을 1년 계획은 있지만 왜 그러고 싶은지 원인이 없는 사람, 남들도 다 하니까 영어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해야겠다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의 시간은 없는 게 아니라 "당신"을 위해 사용되지 않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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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무지개 나라를 가다 - 아프리카의 끝 희망봉에서 동물의 왕국 크루거 국립공원까지 남아공 일주 여행
이기중 지음 / 즐거운상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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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즈 버스로 게스트하우스를 누비며 남아공을 여행한 이야기가 짤막하게 실려있다. 남아공 여행은 치안 문제와 인종 차별 문제로 선뜻 내키는 곳은 아닌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렇게 겁먹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브로이와 맥주, 와인과 이색적인 풍경이 가득한 남아공 여행기는 무지개 색 매력만 가득하니까. 한 챕터별로 끊어놓은 여행기 뒤에는 그 지역에 대한 설명과 교통편, 특징이 실려 있어서 남아공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하다. 이미 많은 나라를 여행한 작가 답게 남아공 여행도 글 전체가 특별히 남아공의 색을 띈다기 보다는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매력적인 異國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그 무겁지 않음이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심플하게 "난 이렇게 여행했어, 여기 좋아보이지, 한번 가볼래?" 그 정도의 느낌으로 술술 읽어내려가기에 부담없다. 언젠가 남아공 여행을 꿈꾼다면 슬쩍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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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낮은 언덕들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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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들어온 지 한참 된 책인데 비일상적인 표현과 어휘의 사용이 많아, 낯섬과 생경함으로 잔뜩 무장한 소설을 읽은 건 쉽지 않았다. 이름은 많이 들어본 작가였지만 제대로 소설을 읽은 건 처음인가 보다. 서사성보다는 흑백의 사진처럼 여백의 미와 동시에 자잘하지만 색감없는 글의 흐름에 몇 번이나 정신을 놓쳤다.

 

낭송전문무대배우 경희는 도시와 도시를 떠돈다. 카라코룸의 일원인 경희는 모든 곳에 머물 공간이 있지만 정착할 곳도 없다. 사실 그녀가 경희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보통의 서사 구조를 취하지 않고 경희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려주거나 경희에 관한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이야기 한다. 그녀가 몇 살인지도 어떤 얼굴인지도 계속 안개 속이다. 그녀는 다른 도시를 "걸어서" 여행하지만, 특별히 그 여행의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며 특별한 계기가 있지도 않다. 그저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된 그녀의 여행은 종착역없이 걸으며, 사람을 만난다. 아주 멀리 떨어진 도시의 사람들 사이의 우연한 인연을 발견하며 도시의 모습이 다른 모습일 수 있어도 결국 이곳과 저곳은 같은 곳일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가 아는 공간을 떠돌지만 경희가 있는 공간은 우리가 전혀 모르는 공간같기도 하다. 우리의 도시에 저런 곳이 있던가 싶다가고 어떤 이들의 눈에는 일상 속의 공간도 뿌연 안개 속 공간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있는 도시, 내가 머물렀던 도시의 구석 어딘가는 경희는 여전히 낭송전문무대배우로 "걸어서" 여행하고 있을 것 같다.

 

다시 한번 읽어도 그 흐름을 잡는 건 쉬이 되지 않을 책이라는 걸 알지만, 왠지 경희를 한번 더 만나고 싶기에 다시 책을 손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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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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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항상 좋은 상대에게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쁜 남자, 튕기는 여자가 인기있는 거다. "좋은 사람이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우리 삶 주위에 너무 흔하게 널려있다. 베일과 월터는 그런 관계였다. 머리가 비고 허영심 가득한 여자지만 월터는 베일을 사랑한다. 야망도 없고 별로 멋진 몸은 아니지만 사람 괜찮은 월터이지만 베일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허영심 가득한 잘난 척하며 자기밖에 모르는 남자이지만 베일은 타운샌드를 사랑한다. 사랑이라는 건 이성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아서 인생의 뒤흔들만큼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하더라도 우리는 빠져나올 수 없다. 그것이 제길할 사랑, 사랑이다. 사랑 혹은 남자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고자 했던 베일은 콜레라가 창궐하는 지역에서 많은 변화를 겪으며 그녀의 사랑과 월터의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가 그 동안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에 대해 가치도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변화하며 성장하는 그녀와 달리 월터는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 때문에 괴로워하고 결국 그녀의 부정은 그를 죽음으로 몰아 넣는다. 마치 다 성장한 것처럼, 이제는 세상을 다 알게 된 것처럼 변화된 베일이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또 잘못을 저지르고 괴로워하고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처음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 


객관적으로는 잘못한 것밖에 없어보이는 그녀이지만, 그녀의 심리가 섬세하게 드러나 그녀를 비난할 수만도 없게 된다. 우리도 항상 옳은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니까. 되도록 옳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일 뿐이니까.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불륜의 삼각관계이지만, 100년도 전의 그녀의 삶과 사랑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공감을 산다. 사람이란 100년이 지나고 1,000년이 지나도 사랑을 하고 잘못을 하기를 반복하기 때문인 것일까. 사랑이랑 언제나 이렇게 바보같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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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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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며, 유혹의 다른 이름이며, 욕망의 다른 이름이다. 그 카카오 특유의 풍미와 중독성, 달콤함 속에 숨겨진 마력. 그저 달콤하기만 했다면 초콜릿은 지금처럼 매력있는 음식으로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달콤함의 뒷맛을 남는 쌉싸름함. 우리는 도리어 그 쌉싸름함을 잊지 못한다. 요리와 사랑, 섹스, 욕망이 뒤트러져 섞여있는 이 소설은 뜨거운 화로 위에 올려진 스프처럼 우리를 요리한다. 막내딸은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결혼도 못하고 어머니의 시중을 들어야하는 전통, 그녀를 사랑하기에 언니와 결혼하는 남자, 딸에게 정숙함을 강요하며 한편으로 부정을 저지른 어머니, 열정을 주체못하는 언니, 엄마의 욕망만을 배운 언니. 그 책에서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은 그나마 존이지만, 그는 욕망을 거세한 듯이 보여서 도리어 이 이야기의 극점에 서있는 듯이 보인다. 막장의 끝을 달리는 듯한 이야기가 매력있는 것은 티타의 요리와 거기에 드러나는 그녀의 욕망이다. 사람과 슬픔, 욕정, 환희, 안타까움 등 그녀의 감정은 그대로 요리가 되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마법의 가루를 탄 듯한 그녀의 요리, 그 요리와 인생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울림과 작품 전체를 흐르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흐름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그녀의 요리 속으로 데려가는 힘이 있다. 책 전체에서 펄펄 끓는 초콜릿의 냄새가 나는 듯 하다. 그녀의 인생은 아름답지도 완벽하지도 부럽지도 않다. 하지진짜 사람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그녀와 함께 주방에서 서서 음식을 하고 싶어질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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