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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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은 어릴 때 '뭐 이런 사이코같은' 이라고 생각을 하며 읽었었다. 연인관계도 근친상간이고, 주인공들은 선인지 악인지 다들 미친 얘들같고 마음 속에 숨겨야 할 것같은  악마적 기질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게 사실. 게다가 그 폭풍의 언덕이라는 배경조차 불유쾌.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역시나 밝고명랑하고유쾌하고즐겁고 와는 정반대 쪽에 있는 이야기임은 분명하지만 재밌었다. 그들의 행동 속에 인간의 본질과 욕망의 솔직함을 엿본 게 아닌가 싶다. 그들 속의 이글이글한 사랑과 욕망, 불타는 복수심이 나 잘났소하는 성공스토리보다 더 진하게 다가온다. 그런 거 같다. 남들 잘나가는 얘기보다 남들 힘든 얘기, 고생한 얘기가 답답하고 짜증나지만 재미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다 착하게 살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최소한 그런 척이라도 하기 때문에 이렇게 감정에 솔직하며 자신의 울분을 표출하는 사람들의 속내를 현실에서 드러내지 않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지옥불에 열광하는 악마 하나쯤은 속에 품고 있기 때문에 이런 책들이 명작이 되고 고전이 되는 게 아닐까. 전에 토마스 만 단편선도 그랬고, 유명한 작품들은 음울하고 어두칙칙해서 비오기 직전의 기분날씨 날씨같은 작품이 많은 것 같다. 삶이란 생각보다 그리 아름답지 않으니까 그런 작품들이 울림으로 나가오는 건가보다. 좀 유치한 내용에 글을 풀어가는 방법도 유치한 느낌을 지울 순 없지만, 히스클리프의 그 마음을 이제는 알 거 같은 생각이 들어  그냥 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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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 시공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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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돈키호테는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바보 기사였다. 우직한 산초만 맨날 고생하고. 그 바보같은 아저씨 이야기를 만화나 아니면 얇은 동화책에서 보면서 이해는 안되지만 웃기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일단 두께부터 만만찮아서 책을 집어든 순간, 얼마나 바보짓을 하고 돌아다녔기에 돈키호테가지고 이 정도 이야기가 나올까 했는데, 그의 바보짓에는 범주가 없나보다. ㅎ 돈키호테는 원작이라고 우기는 책들도 많고 이야기속의 이야기 구조가 많아서 어느 것이 세르반테스가 진짜로 쓴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많긴하지만 재미있는 책인 건 분명. 기승전결의 소설이라기보다는 설화나 민담을 모아놓은 느낌의 이야기 속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현대소설과 고대소설의 경계에 있는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 자체도 당시로써는 시대를 앞서간 거 같고. 예전에 춘향전에서 보여준 근대상 이런 거와 비슷한 내용이 보인다고 할까? 학교 때 공부가 도움이 되긴 되는군. 천일야화랑 비슷한 구조이기도 하고. 돈키호테의 모험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들이 갖고 있는 저마다의 사연이 모두 재미있다. 돈키호테의 모험이 계속되는 한 그의 이야기와 더불어 주변의 이야기가 더해져 책이 시리즈로 나올 거 같은 느낌마저 든다. 아무리 봐도 봐도같고 도무지 머리 속 몽상들이 웃기긴 하지만, 아무튼 돌진해서 편력기사의 꿈과 모험을 경험해가는 그의 용기는 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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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한번인.생
조대연 지음, 소복이 그림 / 녹색문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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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공감 개그가 뜬다고 하지. 이거 총합 버전이다. 씁쓸한 인생을 사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 가슴이 아프면서도 사느는 건 이런 게 아니냐며 끄덕거리게 된다. 납득할만한 통계와 수긍할 수 밖에 없는 각종 이야기들. 재미가 있기는 한데, 자라나는 꿈많은 어린이들은 읽지 마라. 너무 현실을 빨리 알면 그마나 가진 일주일의 행복마저 줄어들지도 몰라. 결혼하고 아이도 조금 키워놓은 40대 분들이 제일 많이 공감할 거 같고, 사실 대한민국을 사는 분이라면 누구나 내 얘기라고 말할 이야기. 직장 동료나 친구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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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숲에서 동.서양을 읽다
조용훈 지음 / 효형출판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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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었던 로마여행기랑 비슷한 느낌이 들면서도 계속 전공 서적을 읽는 듯한 기분에 묘하게 찜찜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글의 진행이나 문체는 참 옛 생각이 나게 하더구만. 문학 비평하시는 분들 글은 다 그렇게 쓰라고 가르쳐주는걸까? 어쩜 그렇게들 비슷비슷. 의외의 점에서 신기함을 느꼈다. 인문학적이라기보다는... 다분히 국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본 그림에 대한 이해와 이야기들은 내가 볼 수 없던 시선으로 작품을 본 거라 흥미로웠으나, 대학 때도 잘 안 읽던 문학비평서를 읽는 기분은 별로... 난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이 아니니까. 
그림에 대한 해설서나 여행기라기는에는 내용이 너무 적고, 저자의 시선으로 본 몇몇 인상깊은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 혹은 조금은 다른 해석 정도. 제목이 너무 거창해. 그정도는 아님. 그림을 보는 다른 방법, 미술관을 느끼는 다른 방법을 하나 배운 것 같아서 그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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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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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전에 영화로 봤던 작품. 영화화된 작품들은 태생적으로 영화와 원작 중 뭐가 낫냐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 작품은 드문 케이스로 둘다 좋고, 둘이 표현하는 감성이 거의 비슷해서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생기있고 통통 튀는 주인공과 그 주위를 둘러싼 가볍지만은 않은 상황에다 하염없이 빠져드는 첫사랑. 개인적으로 영화에 폭력적이거나 피가 난무하는 건 징그럽고 무서워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GO는 예외로 '스기하라 멋지다', '남자라면 저 정도 박력'이라며 흥분했던 거 같다. 사실 그가 휘두르는 폭력의 정당성에는 물음표 백만개이지만, 그것을 통해 발산되는 그의 박력과 젊음이 가져오는 열기에 매혹당한다. 책 읽으면서도 감성에 너무 공감해서 지하철에서 울뻔했다(*개인적으로 최근 감정 과다 상태라 오바일 수 있음을 알려드림). 사실 더 멋진 건 그 아버지. 실제로 존재한다면 아버지와 스기하라의 대결을 보고 싶다. 주인공 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인물들까지 생기넘치게 묘사되서 인물이 가지는 개성과 매력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재일조선인 문제가 핵심은 아니지만 소설을 흐르고 도는 중요한 배경으로 읽으면서 내가 봤던 어떤 자료보다 그들의 상황과 심정을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대학 때 수업들으면서 알게 된 게 다긴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이나 무관심하지만 사실 재일조선인 문제는 꽤 심각한 거 같다. 수업 들을 때, 나중에 나이들면 그쪽으로 공부나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었다. 이런 작품이 많이 나오면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가 문제인 것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약하니까 그게 좀 안타까울 따름.
  그렇다고 무겁거나 어두운 소설은 전혀전혀 아니고 밝고 생기넘치고 그 안에서 생동감에 살아 숨쉬는 스기하라의 십대의 에너지를 느끼면서, 그 안에서 자기 나름의 해법을 찾아가는 모습이 멋진 근사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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