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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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너무 행복해 죽을 거 같은 이야기만 나와서 무슨 소설이 갈등도 없이 행복하기만 하나 했더니 다섯째 아이의 등장으로 상황 급변화.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뭐냐고 끝까지 읽어도 잘 나오질 않았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 다 흐리는 것처럼 잉태의 순간부터 심상치 않았던 존재. 그래서 그 존재를 없애려고도 한다. 그렇게 찾은 안정과 평화. 어딘지 불편하다. 다시 데려온다. 계속 불편하다. 그리고 모두 흩어진다.

나도 읽는 내내 불편했다. 그는 타고난 악인가. 그런 걸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도 뭔가 해야하는 거 아닌가 하고 도덕적으로 완성된 결론을 요구했다. 그냥 우리가 원하는 결론은 개과천선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게 아니다. 우리의 삶이 모두 행복한 것이 아닌 것처럼 모두 개과천선할 수도 없고, 처음부터 그럴 수 없는 존재도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를 비난할 수도 없다. 그냥 그는 그런 존재일뿐이니까.

정초벽두부터 읽어서 어울릴만한 소설은 아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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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Zone
차동엽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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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책사모(http://bit.ly/bjgYbm) 송년회이자 Gnaru 북포럼(http://www.gnaru.com/)에 참석했다가 받은 좋은 선물, 바보존. 저자 사인까지 받은 책. 귀찮아서 사인 잘 안받는 편인데, 어쩌다 받았는데 되게 뿌듯하다. ㅎㅎㅎ

강연을 먼저 듣고 책을 만나서 책에 대한 이해가 더 빨랐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들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책을 읽는 사이에 차동엽 신부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처세원리를 담은 책이라는 신부님의 설명이 참 잘 맞는 책. 처음에 읽을 때는 사실 크게 공감되기 보다는 타고난 바보, 타고난 천재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읽을수록 우리 안에 있는 바보존을 깨우는 노력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얼마전에 읽은 [그래서 포기할 수 없는 11가지 가치]와 원론적으로 통하는 면이 있었다. 근데 바보존은 '바보'가 가지는 테마를 잘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인 듯. 역시 본질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 책이라 그런가 지나고 나서는 많이 남을 거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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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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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저러한 이유로 손에 잡은 지는 오래되었으나 진도가 안가갔던 소설. 재미있었는데 이상하게 그랬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 이어 원조 흡혈귀 드라큘라까지. 나의 독서취향이란 ㅋ.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깊은 인간성찰이랄까 철학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드라큘라는 선악의 대결이 명확해서 읽기 편했다. 올해 들어 돈키호테도 그렇고 원작을 읽으면서 느끼는 거지만 이미지만 가지고 있는 존재가 현실감있게 다가온다고 할까. 그동안은 대중적 이미지+알 수 없는 스토리+내 상상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있었다면, 원작을 읽으면 확실한 구성과 이야기 속에서 이런 이미지들이 탄생되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다.

좀 뜬금없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드라큘라를 유혹할만한 멋진 여성이 되고 싶다는 것. 외모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완벽한 여성, 많은 남자들의 추앙을 받는 여성만 드라큘라는 찾더군. 그런 면에서 흡혈 행위 혹은 수혈 행위에서 에로틱한 느낌도 낫고. 키스 장면하나 섹슈얼하게 묘사되지 않았지만 뭔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드라큘라가 무는 건 목이잖아.

드라큘라의 순진한 구석도 신선했다. 살아있을 때부터 대단한 자였고 오랜 세월을 통해 경험을 쌓아왔지만 발상이나 하는 짓은 좀 귀여운 구석도. 어설픈 악당의 느낌이 난다. 책에서는 절대악인 것처럼 계속 강조했지만 드라큘라의 일기는 책에 없었으니까 반대편의 이야기만 듣고 사람(사람은 아니지만)을 판단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 드라큘라의 일기도 실렸거나 혹은 드라큘라 일기 버전이 있으면 전혀 다른 시각으로 드라큘라를 만날 수 있을 거 같다. 그래도 뱀파이어가 훨 섹시하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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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유혹 - 열혈 여행자 12인의 짜릿한 가출 일기
김진아 외 글 사진 / 좋은생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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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 모음이라고 하면 맞을까? 여행 잡지의 몇 달에 걸쳐 연재된 칼럼을 한번에 읽는 기분이었다.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여행의 감성이 어우려져서 긴 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무용담을 듣는 듯한 기분도 들고, 이야기를 만들러 떠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찌 생각하면 뻔하고 그저 그럴 수도 있는 책인데, 과하지 않는 글, 오바하지 않는 감성으로 풀어낸 글과 한 사람이 쓴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분위기가 책의 퀄리티를 높여준 듯하다. 꽤 잘 만든 여행 에세이인 듯. 정말 쓸데없고 재미도 없고 이상한 여행에세이들이 판치는데, 이 책은 괜찮다. 나도 놀러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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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의 기둥 1
송대방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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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평에 있는대로 지적인 소설이다. 미술사와 서양사의 배경 지식이 풍부하게 담겨있는 책. 나는 그렇게 상식이 풍부한 사람이 못되는지라 그림에 대해서 막 이것저것 해설하는 내용이 나올 때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떠나는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잘 모르는 얘기를 계속 주절주절 하니까 이건 뭐. 그림 해석과 그 알레고리를 연결하는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소설 전체의 구성은 그리 탄탄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지만, 그림에 대한 많은 해석과 해박한 지식이 담겨 있다는 거 자체가 내 마음을 끄는 소설. 그림에 관심이 있거나 혹은 유럽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소설이다. 너무 많은 그림 이야기가 나와서 버벅댄 관계로 한번 더 읽긴 해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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