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GUMI(つぐみ) (中公文庫) (文庫)
요시모토 바나나 / 中央公論社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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青春って感じがするね。

전에 번역본으로 읽은 적이 있었는데 어느날보니 집에 일본어원서가... 내가 언제 샀나보다. 안 읽고 팽겨쳐 둔 책 읽기의 일환으로 읽었는데 이건 정말 원서가 훨 낫다. 물론 번역본에서도 쯔쿠미의 미워할 수 없는 매력에 매료되기는 했지만 이 독특하고 열정적이다 못해 뜨거운 소녀가 번역본에서는 그 개성과 열정이 조금 사그라들어서 그 매력이 십분 발휘되지 못했다. 어떻게 생각해도 좋은 성격은 아니지만 본성은 착한 아이. 내면의 열정은 불보다도 뜨겁지만 체력이 그에 못따라오기에 그 성격으로 그 열정으로 나온다.

어느 여름, 다시는 오지 않을 그들의 이야기는 누구나 있었던 바보같은 모습들 뿐이다. 물론 일차원적으로 이 모습이라는 게 아니라 그들이 생각하는 모습, 그들이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모습과 생각은 멍청해보이기도 하지만 이땐 이 모습이 당연하고  이래야 아름답다. 어린아이가 세상 물정을 걱정하고 인생의 허무를 말하면 징그럽다. 그 순수함과 투명함으로 빛나는 청춘. 7,80년대 청춘드라마의 모습같기도 하면서 그런 아련한 그리움이 있기에 아름다운 모습. 현대의 청춘들에게는 사치일지 모르는 모습. 이런 바보같은 짓보다 영어공부와 학점관리, 인턴과 해외연수에 힘을 쏟아야 되니까.

이 여름을 마지막으로 그들은 진짜 인생으로 한발 나아가게 된다. 다들 잊을 수 없는 여름이었지만 이게 끝이라는 걸 알고 있다. 청춘이 아닌 어른의 세계로 나아가야할 그 전환점. 그래도 그 전환점을 함께한 친구들이 있고 눈부시게 빛나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그들이 부럽다.

나의 청춘은 어디에 있을까? 역시 제대로 못놀아서 정신이 다 성장하지 못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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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國までの百マイル (朝日文庫) (文庫)
淺田 次郞 / 朝日新聞社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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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한창 빠졌던 아사다 지로. 현실감 넘치는 글보다는 현실 속에서 그래도 우리가 찾고 싶은 따뜻함을 보여주는 글이 많다. 이건 소설일 뿐이라고 느끼면서도 그의 힘있는 필체와 스토리 전개에 압도당해 눈물을 글썽거리곤 했다.

이 책은 한국어 번역본으로 대학 때 읽은 적이 있다. 일본문고판으로 내가 보유한 지도 사실 몇 년. 올해는 묵은 책 읽기의 해인가 보다. 문장은 역시 쉽게 읽히지만 낯선 한자들이 많아서 살짝 살짝 막히긴 했다. 그래도 그거 몰라도 스토리 전개에는 지장이 없었기에 쿨하게 패스. 한글로 읽었을 때보다 남자 냄새가 물씬 나는 책이었다. 야스오 남자다운 남자였다. 극과 극을 을 아는 남자.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도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도 안다. 야스오는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을 지켜서 다시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의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엄마를 지키려는 마음, 환자를 지키려는 마음, 자식을 지키려는 마음. 순수하고 따뜻한 이야기 속에서 돈 얘기도 계속 나온다. 그런 마음을 위해 돈이 필요했던 것일 수도, 그것이 현대의 삶의 방법일 수도 있다.

야스오보다 눈에 띄었던 건 마리. 한글로 읽었을 때는 소다 선생님이 눈이 띄었는데, 이번에는 마리 밖에 눈에 안들어왔다. 마리의 사랑은 헌신적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뭐든지 하는 그녀. 그래서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는 모두 성공해서 그녀를 떠난다. 그녀를 떠나는 순간 그녀는 또 다른 행복을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졌으니 나도 행복하다. 세상에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소설 속 인물답다고 느끼면서도 그녀의 사랑이 눈물겹다.

조금은 신파조의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담겨있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은 현실 속의 판타지를 꿈꾼다. "이건 판타지가 아니야. 정말 중요한 거야,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생각해" 라고 말하는 듯 하다. 쉬운 필체, 속도 있는 문장, 그리고 개성넘치는 캐릭터. 전체 스토리는 신파같고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디테일 면에서는 굉장히 리얼해. 근데,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서 함부로 추천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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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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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두 번 정도 본 적이 있다. 두 명의 남자가 계속 고도를 기다리며 이상한 짓을 하고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고 어디를 가지도 않고 고도를 기다렸다. 보는 내내 '그래서 고도가 오는거야?'라는 생각과 '고도가 뭐야?'라는 생각을 내내 했었다. 도대체 뭔데 도대체 며칠인지 모르는 시간을 눈에 보이게 '낭비'하며 기다리는가. 극이 끝났을 때도 끝난 것 같지 않았고 찜찜한 기분으로 박수를 쳤었다.

대강의 스토리는 알았지만 희곡으로 보는 것과 연극으로 보는 것은 집중도가 다르니까 라며 읽기 시작했다. 연극은 아무래도 배우, 연출, 무대 등 여러가지 신경쓸 것들이 많지만 희곡은 스토리와 상상력만으로 극을 그릴 수 있는 점에서 대사가 갖는 의미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내용을 알았기에 처음에 읽을까 말까 겁내했던 것보다는 재미있게 읽었다.

연극을 볼 때는 '고도'에 집중했다면 희곡을 읽는 동안은 '왜' 기다리는가와 기다리는 동안은 그들은 '무엇을' 하는가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 어느 것도 똑 떨어지는 답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포조와 럭키. 그들의 행동과 대화는 무언가 의미를 찾으려는 나를 바보스럽게 만든다. 우리는 그냥 고도를 기다리는 거고 포조와 럭키는 지나가는 것일 뿐이다. 그래도 고도는 오지 않고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도 죽지 않고, 포조와 럭키는 또 그렇게 그들을 지나갈 것이고 고도를 기다린다. 삶의 변주는 있어도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그 변주가 삶인데 결론이 어찌되었는지 궁금해서 안달해 하는 게 사람이다.

몇번을 읽는다고 해도 '그래서 뭐, 뭐야' 라는 반응을 계속하겠지만 가끔은 읽고 싶어질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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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로 꿈꾸다 - 여덟 가지 테마로 읽는 고구려 고분벽화 이야기
이종수 지음 / 하늘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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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벽화는 감상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역사적 유산에 대한 경탄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저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주목하기 보다는 "당시에 어떻게, 와 대단해, 정말 아름답죠?" 는 강요아닌 강요를 받아왔다. 벽화는 미술관이 아니라 박물관에서 보는 것이기에 이러한 접근은 당연한 것이다. 근데 좀 어렵다. 고분의 변천사와 동시에 벽화의 변천사를 꿰뚫는 이야기들은 많지만 사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엔 좀 재미가 없다.

벽화 이야기도 하고 고분이야기도 하고 역사 이야기를 하지만 쉽게 읽힌다. 역사적 흐름을 꼼꼼하게 짚는다기다는 벽화를 테마별로 엮어 관련 벽화에 이런 모습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역사적인 이야기도 하지만 그림 자체에 주목한다. 벽화에 배치된 인물의 모습, 배경의 구성 등을 세세히 설명하게 왜 이런 그림이 되었을까 하고 의문을 던진다. 아마도 벽화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한다. 

글쓴이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마치 아버지가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덧붙이는 이야기 같다. '호랑이가 있었어요.'라는 문장이 있으면 단지 그것만 읽는 것이 아니라 '얼룩덜룩 줄무늬의 호랑이가 소나무와 수풀이 무거진, 아름다운 초록에 가득한 숲 속에 날아갈듯한 기상으로 달리고 있었어요.'라고 읽어주는 느낌이랄까? 그냥 벽화만 있고 일반적인 이야기에만 집중했다면 보지 못했을 벽화의 모습을 글쓴이의 상세한 설명 덕분에 '아, 이런 점도 있구나' 하고 깨닫고 되고 그래서 벽화가 이렇게 변하였고 이래서 아름답다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이해가 된다.
 
사실 좀 뻔하고 재미없는 역사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글쓴이의 섬세한 관찰과 친절한 설명, 벽화에 대한 따뜻한 애정으로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려 벽화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하고 진짜 애정이 생기게 한다. 또 뒷부분에 서머리처럼 고분에 대한 설명도 잘 되어 있어서 정보적인 측면의 가치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도 좋다.

벽화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마련해 준 책. 앞으로 박물관에서 벽화를 보게 되면 참 반갑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미술이랑 친해진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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クジラの彼 (角川文庫 あ 48-4) (文庫)
有川 浩 / 角川書店(角川グル-プパブリッシン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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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간 나를 즐겁게 해 줬던 귀여운 연애소설, クジラの彼. 어제는 지하철에서 서서 너무 집중해서 읽느라 옆사람을 내가 밀고 있다는 것을 몰라서 지적받았다. 연애의 그 간질간질한 순간, 가끔은 손발이 오그라들만한 감정, 상대방의 행동 하나에 휘둘리는 그 순간이 그대로 느껴졌다. 중학교 때 하이틴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끔은 이런 연애 이야기도 좋구나 싶다. 너무 귀여워!!!!
 
소설의 주인공들은 한 명, 혹은 둘다 자위대의 군인. 우리나라에서는 주위에 군대를 경험한 사람이 늘상 존재하고 군대의 문화나 그 특수한 상황에 대해 직접 경험한 남자들은 물론, 그 남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여자들도 이해가 높다. 만나는 것도 당연히 쉽지 않고 연락하는 것도 그리 간단치 않은 군대라는 곳. 우리나라 작가들이 이 정도의 이야기를 썼다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흔한 소재이지만-유행가도 엄청 많지 않은가?-,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는 독특한 소재일 것이다. 더구나 평화헌법에 의해 군대가 아닌 자위대(나는 군대라고 생각하지만, 암튼)가 있고 단지 일부의 특수한 사람들만 경험하는 현실에서 그 사람들의 사랑, 결혼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연인, 가족의 이야기라 일본소설같다는 생각이 별로 안들었다. 되려 20대 초반에 들은 친구들의 군대간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기도 했다.

기다리는 사람의 일상, 불안감, 노력, 불만과 동시에 기다리게 하는 사람의 미안함, 불안감도 잘 그려졌다. 그러면서도 일도 사랑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인 정서(물론 우리도 실제로는 중요하게 여기지만 대중예술로 가면 사랑 밖에 난 몰라~ 정서가 원체 두드러진다), 그러면서도 연인을 위한 마음 때문에 불안해하는 심리가 디테일하게 묘사되어서 누군가의 연애편지를 훔쳐보는 것처럼 두근두근 간질간질 오글오글 했다.

아리카와의 현실적이면서 섬세하고 귀여운 묘사가 좋다. 사소한 이야기지만 본인에게는 나름대로 중대한 일에 대해 절친한 친구가 내 앞에서 하소연하듯이 털어놓는 듯한 이야기 전개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 한국사람들이 문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얻을 수 있는 무언가'는 약하지만 재미있다. 편한 친구같은 소설. 그녀의 다른 책들도 앞으로 더 많이 읽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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