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절 - 당신도 가끔 내 생각하시나요?
신철 글.그림 / 초록비책공방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글이 많은 책이 아니라 책에 대한 감상을 주절주절 적기는 어렵다. 순수소설같은 제목에 표지라 그런 주절주절 긴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은 긴 이야기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담은 그림과 짧은 글로 이루어진 책이었다. 

 

그림 속 남자와 여자는 어딘지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얼굴과 표정을 하고 있다. 우리도 한번쯤은 그들과 같은 감정을 품었기 때문일까. 그리고 그들 사이에 오가는 짧은 글은 생각을 한다. 난 어땠더라. 그들은 어떻게 될까?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책은 만남과 사랑, 이별과 그 이후를 이야기한다. 어디서든 흔하게 보이는 남과 여의 만남과 헤어짐이지만, 다 자기 이야기가 됐을 때는 특별해진다. 

 

뭐든 적당한 게 좋다고 한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그 적당함. 그것이 사랑에 적용되는 것이 가능할까? 적당히 사랑하는 것은 좋은걸까? 특히나 첫사랑에 적당함을 논하는 건 사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 것도 같다. 처음이라 더 서툴고 더 열정적인 그 이름, 첫.사.랑. 그 연인이 결혼을 하든 헤어지든 첫사랑은 지나가버린다. 그때 그 감정, 그 마음은 계속될 순 없으니까. 저자의 말대로 그리운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고, 우리가 추억하는 첫사랑의 그 사람이 아니라 첫사랑을 했던 그 시절의 나와 그 감정인 것 같다. 순수했던 그 시절 말이다.

집순이 생활을 계속해서 그림보러도 못가고 있는데, <순수의시절>을 통해 집에서 홀로 작은 전시회를 감상한 기분이다. 원화를 보는 것만큼은 못하지만 선명하며 어딘지 친숙한, 정감있는 그림과 그 사이에 흐르는 감정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글발많은 책에만 익숙해져있었는데, 이런 책도 은근 좋다. 힐링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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