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령 학교 3 - 신들의 전투 샘터어린이문고 45
류은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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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의 산신령학교는 평소 자주 접해보지못했던 아동 환타지소설이라는 점에서 독특하고 이채롭습니다.

하지만 장르상 아동 환타지물이고 독자수준별 구분으로 보아 3~6학년이 대상이겠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나 흥미위주의 소설에만 머무르지는 않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산신령 1~3권까지 거칠게나마 요약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영화든 소설이든 시리즈물의 첫 장은 구체적인 상황과 배경, 사건의 예고, 그리고 인물묘사에 대한 내용이 기본입니다.

산신령 학교1-'꼬마산신령'을 통해서 주로 다뤄진 것도 개성이 뚜렷한 꼬마 산신령들의 전람회였습니다.

집안 내력 빵빵한 달봉(귀선)이를 비롯해서 선한 기운으로 재탄생한 장군이, '선녀와 나뭇꾼'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태어난 두레까지, 언듯 보면 '해리포터 - 헤르미온 - 존 위즐리' 로 이어지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인물 구성과도 유사해서 익숙하고 재미있습니다.

더불어 꼬마 산신령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사연과 묘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별미입니다.

일종의 특채인, 조왕할머니, 맘고생 제대로인 변신술 선생님, 성악설의 추종자 인간학 선생님, 춘추로 따지면 한 5천살은 되실 듯한 단군 교장선생님의 면모, 거기에 터줏대감, 조왕신, 업신, 성주신, 천륭신, 측신까지...

작가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와 신화, 토속신앙을 기반으로 케릭터를 유연하게 창조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어지는 산신령 학교2-'변신왕대회' 에서는 부제에서 보듯, 학교안에서 성장해가는 과정이 다뤄집니다.

호랑이 눈썹을 때오라는 테스트를 통해, 실력을 경주하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이 테스트를 통해 도술만 익힌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과제의 더 중요한 의미는 일제 강점기의 역사적 사실을 자연스레 체득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에 있습니다.

결국 산신령으로서의 '테크닉'을 너머, 우리 땅의 산신령으로서 '역사의식'이 고취되는 진화이자, 성숙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지요. 이게 중요한 것입니다.

더불어 두레와 '나뭇꾼', 아버지와의 절절한 사연과 상봉의 시간을 통해 지극히 인간적인 공감과 감동의 시간을 갖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사건을 산신령으로서 꼭 필요한 '공감의 능력'으로 읽었습니다.

인간의 희노애락을 가장 가까이서 겪어야하는 '산신령의 숙명'으로서 인간과 같이 기뻐하고, 같이 아파하는 능력은 어쩌면, 도술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지않았을까요?

바로 이 '역사의식''공감의 능력', 3권에 나오는 '홍익인간'의 정신이 더해져서 신들의 전투가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죠.

이제는 꼬마산신령들이 학교 밖으로 나와 실습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산신령 학교3- '신들의 전투'는 학교 밖으로 나와 실습 중에 벌어지는 '이웃나라 무사신'과의 대결을 담았습니다.

달봉이는 칠보산에서 실습중인 장군이를 꼬드겨 두레가 있는 태백산으로 '무단이탈'을 감행합니다. 두레가 있는 태백산 선녀탕에 도착한 후,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던 복길네 터줏대감을 만나 도와주기로하지요. 그러나 처음에는 간단한 줄 알았던 일이 자꾸 복잡하게 되갑니다. 하늘의 끝은 있어도 인간 욕심의 끝은 없는지라, 탄광에서 금이 발견된 후부터, 이웃나라사람 야마모토의 약탈과 악행이 커져갑니다. 결국, '연장' 챙겨든 터줏대감, 조왕신, 업신, 성주신, 천륭신, 측신까지 호출하게 되는데요. (결말은 책에서 확인해보시고요.)

 

 

 

 

몇 가지만 더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이 소설의 역사, 시대적 배경이 일제식민지 시대라는 점을 놓치지말아야겠습니다.

아동들에게 일본 식민지시대는 생소하고 막연한 것입니다. 그런 배경을 아동소설의 배경으로 쓴다는 것이 저자, 류은으로서는 상당한 부담감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점을 쉬운 이야기로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산신령 학교2권에서는 호랑이를 잔혹하게 몰살시키는 만행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3권에서는 탄광에서 금광을 캐어 전쟁물자로 쓰고자하는 약탈의 수난사로 녹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은 역사교육의 독후활동으로 이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산신령학교 시리즈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 신화, 민간토속신앙에 기반한 소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치 흩어져있던 구슬들이 작가 류은의 역량과 상상력으로 솜씨좋게 꿰어진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어진 얼계가 제법 단단하고 매끄러워 보기에도 좋고 재미있습니다.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는 두레의 태생을 설명하는 동화로, '신라 문무대왕의 이야기'는 장군이의 태생을 이해시키는 소재로, '단군신화'는 단군 교장선생님의 설명으로, 그리고 민간토속신앙은 '집 지킴이들'의 탄생기반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산신령학교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갈등을 일으키는 논쟁거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산신령이 인간 세상에 간섭을 하고말고의 문제는 거론하지않습니다.)

그건 바로, '사람'에 대한 성찰의 부분이었습니다.

사람이란 악하냐, 선하냐?, 사람은 약한가, 강한가? 또는 선인은 왜 악인에게 당하는가하는 회의(59p)도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홍익인간이라는 주된 사상을 이야기하고자 사람에 대한 성찰이 수반되지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사에 끼어들려는 장군이를, 달봉이가 막으면서 인간을 표현한 서술어들은(45p)'잔인하고', '인정없고', '욕심쟁이고', '이기적이고', '어리석고'였습니다. 하지만 장군이는 이를 '용감하고', '부지런하고', '지혜롭고'로 바꿔말합니다. 사람에 대한 성찰이 충돌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두레의 아버지를 통해 달봉이는 '사람의 마음'을 달리 보는 심경의 변화를 고백합니다.

 

 

 

 

'두레의 아버지는 수닭이 되어서까지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두레를 걱정하고 있었어. 그것 동물의 마음이 아니었어. 동물이 되어서도 버릴 수 없던 사람의 마음이었지.' (59p)

'복길이 아버지도 그렇고, 너희(두레) 아버지도 그렇고 아버지라는 인간들은 우리 산신령처럼 위대하지는 않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만큼은 산신령보다 더 지극한 것 같아.'(169p)

 

 

 

 

아버지의 마음, 부모의 마음을 통해 사람에 대한 성찰을 다시 한 대목인데요.

이런 사람에 대한 성찰은 책을 읽고 난 이후에도 충분히 더 생각해봄직한 주제인듯합니다.

 

사족) 지금 그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어. 여기도 이렇게 어두워지고 있는데 안은 얼마나 깜깜하겠어.....조금이라도 빨리 복길이를 꺼내려면 밤이라고 해서 멈출 수 없었지.’ (80p)

저도 아버지의 마음이라서 그랬을까요. 소설중 복길이가 갖힌 장면에서 세월호의 참상이 계속 오버랩되어 연상되었던 것은....

 

 

 

 

 

 

    <보듬> 원문은 http://thinker777.blog.me/220000836628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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