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보름
R. C. 셰리프 지음, 백지민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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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2주간의 휴가
한 바닷가로 20년째 연례휴가를 떠나는 가족이 있다.

이 이야기는 5명의 가족이 2주간의 휴가를 떠나는 R.C. 셰리프의 장편소설 <구월의 보름>, 원제는 The Fortnight in September이다.
R.C. 셰리프는 평범한 가족이 바닷가에서 보내는 연례 휴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전작이 실패를 함으로써 힘을 빼고 애쓰지 않았던(p.449) 이야기라고 한다. 약 1세기 전에 집필된 책이지만 인물들의 입체적인 심리묘사와 누구나 가슴을 뛰게하고 기대하게되는 휴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휴가를 떠난 사람은 상황만 조금 달랐어도 자신이 되었을지도 몰랐던 사람, 자신이 되었을 수도 있었던 사람이 된다. 모든 이는 휴가중에 동등하다."(p.35)

스티븐스 부부, 메리와 닉, 어니는 휴가를 떠나기 전 날부터 휴가의 기분을 즐긴다. 보그너로 향하는 준비과정과 휴가지에서 가족의 일상적인 모습들이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으로 가족을 책임져야하는 스티븐스씨와 엄마로써 가족들을 챙겨야 하는 스티븐스부인, 아버지의 소개로 직장에 취업하게 된 딕, 친구들과 데이트를 하고 싶은 메리, 어린 어기와 시뷰의 주인 허깃부인이 만들어 내는 사랑과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있는 2주간의 휴가 이야기이다.

"그가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건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고대하던 지위를 쥘 만한 능력이 있다고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려는 투쟁이었다. 축구 동회회는 그가 희망하던 능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p.241)

이 책을 읽는 동안 스티븐스씨에게서 잊어버리고 있던 우리 시대의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 곳을 꾸준히 찾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사람사는 도리라고 하는 따뜻한 마음의 아버지를 만나게 되어 감사했다. 가족이라는, 따뜻하면서도 각자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무덤덤한 일상의 삶이라고 느낀, 그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스티븐스씨 가족이 즐기는 휴가와 나의 휴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구월에 휴가를 보내는 것에서 오는 위안 중 하나는 다른 모든 이가 귀가 중이거나 곧 귀가할 예정이라고 느끼는 것이었다. "(p.430)

"그들은 거의 뭘 하지 않았다. 실상, 그저 해수욕을 했고, 빈둥거리고 다녔지, 그런데도 찬란한 휴가였다. 그들이 언제나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계속해서 휴가를 여전히 즐길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좋았다."(p.431)

- 문학동네 독파의 챌린지에서 지원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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