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한바탕 웃었다. 창가에서 머뭇대던 바람도, 한번 웃음이 터지니 그 기세에 휩쓸려 빈 강의실 안을 한 바퀴 휘돌고 나갔다. 한결 숨통이 트였다.
p.108

해 봐야 소용없는 비판과 저항은 이제 그만 멈추고, 새로운 체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의 시선뿐 아니라 자신의 양심도 설득할 수 있는 그럴듯한 논리를 찾느라, 식민지의 창백한 지식인들은 카페와 공원에서 값싼 담배 연기를 꽤나 흩날리고 있었다.
p.152

 땅거미가 드리워지는 빈 교정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동주의 가슴에 무언가 차오르는 게 있었다. 부드러운 봄바람 이 웅얼거리는 듯한 소리도 들려왔다. 고향 집의 군불 때 아랫목에서 자울자울 밀려오는 졸음결에 듣던 할머니의 성경읽는 소리였다.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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