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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것들의 기록
안리나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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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곳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곳에서 내게 위로를 주는 건 틈새로 비치는 예쁜 하늘이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끝없이 빛나는 도시, 이 곳에는 모든 것이 함께 공존한다. 추악하지만
아름다운 곳, 높은 건물만큼이나 높은 집값, 집 없는 설움과 하루살이와도 같이 꿈을 좇으며
버텨 내고 있는 청년들.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한 번 마음을 주면 도저히 정도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속도 없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호구가 되기도 했다.
대개 있는 대로 마음을 내어 준 만큼 빈 곳을 가득 채워준 건 상처와 아픔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마음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한 나름의 방어였다. 누군가 호의로 다가와도 날카롭게 날을 세웠다.
결국 공격받지 않기 위해 방어한다고 했지만, 정작 나는 나를 생각하고 위해주는 사람들에게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그것을 내가 받아온 상처로 정당화하면서.
저는 워낙에 여행 책자를 많이 보기도 하고 즐겨 읽기도 해서
여행을 하고 사진을 찍고 그 감정이 담긴 책을 읽으며
그 때의 그들의 감정을 책에서 공감하곤 하는데
이 분의 책에도 이렇게 빛바랜 사진들과 그에 대한 추억들을 적어낸 이 책의 기분에서
나도 그 기분을 공감하며 같이 순간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