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간다.
검진을 하고 온갖 테스트와 검사를 한다.
하지만 모두 겉으로 보이는 것들만 다룬다.
아무도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각자가 생각하고 느끼는 게 몸의 반응으로
나오는 것인데, 훨씬 더 많은 것들이 그곳에,
각자의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는데 아무도
그것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P33)
- 그리고 바람이 불었어 -
의미도 모른 채 친구의 추천으로 시작된
일기였지만, 결국엔 아나가 생각을 정리하고,
괴로움을 토해내고, 원하는 삶을 떠올려보도록 하는
역할을 하며, 심리적 배출구이자
쉼터가 되어준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아내를 때리고 나서 딸에게 찔리다.' 라는
잔인하리만큼 냉정하게 뽑아낸 기사 타이틀.
엄청난 일에 대한 자책과
그런 제목들만 보고 세상이 자기를
손가락질 할 것에 대한 두려움.
얼마나 더 움츠러들어야 했을까요.
다행히도 아나와 카르멘(동생)을 지켜준
이모와 이모부의 품 안에서
'나는 보호받는다. 혼자가 아니다.'를
느낄 수 있었고,
좋은 친구 라우라와, 오빠 미겔은
평범하게 사는 것이 불가능 할 것 같다는
두려움 속에 살던 아나를
행복이 다시 시작되는 삶 속으로
이끌어 주게 되네요.
풍부한 감각적 표현들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오랜만에 다양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책이었어요.
양철북의 첫번째 청소년 문학책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