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2021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꿈꾸는돌 28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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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언제나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해 주었고,

나는 이제 그 일들이 정말로 일어날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P.47)

마지막 페이지의 책장을 덮으면서 여운이 남는 이야기 책.

잠시 생각해 봅니다. 그 느낌이 무엇인지.

굳이 말로 꺼내기 어려운 찡-한 이 느낌을 잃고 싶지 않아서 잠시 초점없이

먼 곳을 바라보게 하는 그런 책이네요.

언제나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해주는 할머니.

무섭거나 슬픈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던 할머니는 그 별(이야기)을 단지에 가두고,

호랑이도 벽을 세워 가두었는데, 탈출한 그 호랑이들이 화가난 채 할머니를 쫓아온다 했어요.

지금 스무겹의 두려움이 내 심장을 덮고 있다. 무슨 말을 잘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무슨 일을 잘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할머니를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할머니를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말하는 마법의 호랑이를 향한 두려움. (P.173)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호랑이를 만나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아이)'가 아니라고, 용기를 내는 한국계 소녀 릴리.

그 호랑이가 누구인지, 사랑하는 딸을 위해 모든 생명은 어떤 노력들을 할 수 있는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증폭되는 이야기의 끝에서 많

은 비밀들이 드러날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가 이어지려고 그랬구나, 아.. 그랬구나.

마음 속에서 탄식과 감탄을 계속 하게 되는 글.

한국의 뿌리를 찾고 찾다 이미 써내려간 글과의 우연같은 인연이 닿은 소재로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이라는 글을 쓰셨는데, 어떤 종류의 글이 되었던 간에

누군가가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나를 알아가는 일이 된다는 것을,

이 책과 태 켈러 작가님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무리 새로운 소재를 쓰려고 해도 결국 그 것은 '나'의 모든 것이 개입된

이야기 인 것이죠.

화나고 슬프긴 했어도 호랑이가 해 준 그 이야기들을 들은 건 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들 덕분에 나는 세상이 거대하다고 느끼고, 그래서 마음이 그득 차오른다.

마치 나도 별들의 이야기를 듣고 귀 기울일 수 있는 것 같다. (P.275)

책장을 덮고, 이야기가 끝난 어느 날에도 자꾸만 아래 구절이 생각 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가 줄 것만 같은,

기대감과 그리움과 아련함이 가슴에 맴돌것 같네요.

우리를 지키려고 했던 그 누군가가 생각나면서 말이예요.

"옛날 옛날 호랑이가 사람 처럼 걷던 시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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