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 열고 괄호 닫고 - 잠 못 드는 밤에 인생그림책 8
김성민 지음, 변예슬 그림 / 길벗어린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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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작가님의 말씀, 핵공감 해요. 다음날 일어나서 내가 쓴 글을 보고 이불킥 하는 아침이 있을지언정, 좋은 아이디어와 잡념의 그 경계 어디쯤의 사이에서 참 많은 생각들이 어쩜 그렇게 사정없이 머리속을 후비고 다니는지.. 밤은 참 신기한 힘이 있지요.

1막 : 괄호이야기
“왼쪽 괄호를 연 다음 아무것도 담지 않고 오른쪽 괄호를 닫게 될까 봐 걱정될 때가 있어.”

무언가를 완성하지 않고서 마무리를 하게 될 때의 걱정이나 두려움이 있는 동시에, 그 왼쪽 괄호와 오른쪽 괄호 사이에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두고 이야기를 채워넣은 다음 닫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존재하지요.

“민들레 씨앗처럼 날아와 줄 거지?
너와 만들어 갈 시간을 담아 둘 괄호 안으로 말이야. 욕심내지 않을게, 걱정하지 마.
때가 되면 네가 오른쪽 괄호를 닫아 주면 좋겠어.”

2막 : 밤이 만들어 낸 또다른 이야기

2막에서 나오는 다리달린 학교 이야기를 읽으며 Louis Sachar의 Wayside School is Falling Down 이라는 책이 잠깐 오버랩 되었어요. 스토리적인 건 아니고, 그냥 이미지가요. 학교에 다리가 달렸다고 하니 ㅋㅋ

다리 달린 학교는 산 위로 뛰어 올라갔고 그 산 위에는 아이들이 놓쳤던, 알록달록한 풍선들이 머리 새하얀 노인과 살고 있지요.
늙거나 지친 풍선들의 쉼터랄까요.

다 쓸 순 없지만, 서정적인 장면들이 많아요.

“풍선들은 풍선을 놓치고 하늘만 애타게 바라보던 아이들의 슬픈 눈망울을 잊을 수 없었어....(중략) 아이들은 금세 잊고 또 다른 놀이를 잘도 찾아냈거든. 그러면 슬픈 눈망울은 풍선의 것이 되었지.”

기침을 하면 몸이 둥실 떠올라서 날아가버려 아빠를 잃어버린 할머니. 역시나 기침하면 몸이 떠오르는 소년(그의 아들)이 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

밤의 바닥으로 가라앉을 때 다시 떠오르지 않을 거라고 걱정하지 않는 아이들. 하지만 그 걱정을 하게 될, 어른이 되는 순간이 온대요.

“사람은 누구나 가라앉은 채
다시는 영영 떠오르지 않을 순간을 맞게 돼.”

긴 긴 시 한편 쓰고 싶으셨다는 작가님.

초등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서정적인 그림과 이미지와
잔잔한 상상력이 이어지는 스토리라인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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