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딱히 주인공이 없다. 굳이 주인공을 정해야 한다면 당시 이 글을 읽었던 여성들이랄까. 소설의 중요한 요소가 적당히 가려져서인지 스토리도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작품은 개화기 우리 나라의 현실을 리얼리즘에 입각하여 심도있게 표현하고 있다. 여권 신장의 측면에서 보면 틀림없는 페미니즘 소설이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이다. 그들이 다들 상당한 교육을 받은 지식인으로 보인다는 것은 왠지 이 작품을 반쪽짜리 페미니즘으로 만든다. 배우지 못한 불특정 다수 대신 교육을 받은 특정 소수를 등장시킨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작품의 구성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도입부와 결말부가 거의 보이지 않고 본론 부분으로만 다루어진 것을 보면 독자들의 편의를 위하고 독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려 했다는 작가 이해조의 치밀성을 엿볼수 있다.제목 <자유종>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심도있는 해석이 있었겠지만 나는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종>은 누군가에게 무엇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다. <자유>는 단어만 놓고 연상해도 자유의 여신상이 생각난다. 그래서 <자유종>이란 '여성이 국란에 보내는 일종의 희망적이고도 강한 메시지'로 해석하고 싶다. 너무 페미니스트적인 생각인가. 하지만 나 역시 이문열 씨와 마찬가지로 페미니즘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