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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 야마구치 마사야 '
생소한 이름의 작가 책을 손에 쥐고,
한참,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검색창에 야마구치 마사야 라고 친다.
' 와세대대학 법학부 졸업 ' ......
편견을 지니는 것 만큼,
책읽기에서 위험한 것이 없다.
라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예사롭지 않은 ' 발리콘 가 계보 ' 가 눈에 뛴다.
꽤나 낯선 풍경.
툼스빌(묘지 마을)의 3대 장의사 일족의 이야기.
라고 하면, 너무 간단한 설명이 되려나?
등장인물들의 면면이
기실,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
현기증이 일었다.
우선, 미국 장례 풍습의 낯설음.
'사화장' 이라 하여,
죽은 이를 예쁘게 포장(?)
조문객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하는 풍습.
고인의 모습을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 엠바밍' 이라는 기술.
묘지 마을과는 어울리지 않는
펑크족 아마츄어 탐정 ' 그린 ' 과 ' 체셔 '
이야기는 ' 피해자 = 죽은 사람 ' 이 되살아 나는
사건에서 시작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별로 놀라진 않았다.
21세기에는 너무나도 황당 무계한 일들이
연일,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달되고 있기에
이 구절을 읽으면서도
' 뭐, 죽은 이가 되살아 날 수도 있지 '
이러곤 콧방귀를 뀌었다.
무대가 바뀌고, 툼스빌.
' 스마일리 ' 일족이 모여
' 임종 ' 예행 연습이나,
그 밖의 소소한 다툼들이 일어난다.
이 책을 읽어 나가며 나 역시 공감한건,
' 죽은 이가 되살아나는데,
살인자를 찾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였다.
비논리적이고 이성적이지 못한 내가
논리력을 요하는
추리 소설을 읽는 것 자체가 이해 못할 일이지만.
( 이럴땐,
에퀼 포와로의 회색 뇌세포를 빌려오고 싶다 -_-)
추리 소설의 결말을 이야기하면,
정말이지
' 식스센스 ' 의 결말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기에
그저 이 책이,
책의 부피(?)에 비해
술술 잘 넘어간다는 사실.
' 야마구치 마사야 '
이 분.
굉장히 박학다식하다.
성서 구절들을 적재 적소에 잘 배치해 두고,
때론,
롹, 펑크 혹은 클래식이라는 음악을 잘 버무려서
철학적 사고까지 하게 만드는 놀라운 필력을 보여주신다.
무식한 내게는 일일이 찾아보는 수고로움까지 떠 안겨 주시는 -_-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현실인지
구분되지 않는 묘한 리듬감.
죽음과 삶의 경계가 모호한 것처럼 말이다.
어떤 이는 죽어서도
재물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해 되살아 자작극을 벌이고,
어떤 이는 죽었으나, 되살아난 것이 치욕(?)스러워 숨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이 왜 죽었는지 모르나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해
정신질환을 앓으며 엽기적 행각을 벌이기도 하는,
참으로 질리지 않고,
독자를 흡입하는 마력을 지닌 책이다.
문득,
아마츄어 탐정 ' 그린 ' 의 수사 결과 발표문에서
단 하나의 문장의 자꾸만 나를 낚아챘다.
' 미치광이란 이성을 잃은 사람이 아니라,
이성을 제외한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을 말하지 '
' 종말론 ' 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세태에
꽤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 죽은 이가 두번째 죽음을 맞이한다 '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육체적 죽음과 정신적 죽음.
어떤 것이 당사자에게 더 끔찍할 것인가?
자주 듣던 말이 이 책속에서도 역시
반복 된다.
' 메멘토 모리 '
------ > 죽음을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