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두통이 심해 병원을 찾은 주인공은 뇌종양 4기(말기) 진단이 내려지고 길면 반년, 아니면 일주일 후도 장담할 수 없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집으로 가던 그가 쓰러져 깨어나니 자신의 도플갱어를 보고 깜짝 놀랜다. 화려한 반팔 셔츠에 선글라스를 머리에 꽃은 그 남자는 악마(알로하)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주인공에게 “당신은 내일 죽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생명을 연장하는 마법이 있는데 그것은 세상에서 한가지씩을 없애는 대신에 생명을 하루씩 연장해 줄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거래를 하기로 한 주인공은 첫 번째로 전화를 없애고, 두 번째로는 자신의 취미생활인 영화를 없애고 그 다음날은 시계를 없앤다. 그리고 그 다음에 없앨 것으로 악마는 주인공인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키워온 고양이(양배추)를 없애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4년 동안 자신과 동거하는 유일한 생명체인 고양이를 없애는 건 자신이 죽는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달고 악마와의 거래를 종료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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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이 서른살.

갑자기 큰 병에 걸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아니면 1년후에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신은 내일죽는다,’라고 말하며 악마가 나에게 세상에서 자기가(악마가)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없애는 대신 생명을 하루씩 연장해준다면 그 제안을 받아들일까?

나는 어차피 죽을 사람이니 전화를 없애든 시계를 없애든 영화를 없애든 크게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주인공에게 양배추(고양이)가 그러하듯이 그 누군가에게는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 일런지도 모른다.

 

 

“당신은 마지막 순간에 소중한 사람이나 둘도 없이 귀한 것들을 깨달았고,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알았어요. 자기가 사는 세상을 한 바퀴 돌아보고 새삼 다시 바라보는 세상은 설령 따분한 일상이었더라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것만으로도 내가 찾아온 의미는 있었을지도 모르지.”

 

 

항상 곁에 있어서 당연한 듯이 생각되어지고 그렇게 여겨왔던 모든 것들을 한발 물러서 다른 시선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예를 들면 죽을 날을 받아놓은 그런 사람) 생각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죽음을 앞에 둔 주인공을 통해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주워진 상황이나 환경에 만족보다는 불평불만을 느끼며 살아온 건 아닐까, 내 안에 욕심들을 조금씩 내려놓고 살아야겠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영화 찰리 채플린의 <라임라이트>에 나오는 대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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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없애기로 하고 친구 쓰타야에게 마지막 영화로 추천받은 찰리 채플린의 <라임라이트>라는 영화를 한번 찾아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내 삶에서 한발 멀리 떨어져 비극보다는 희극적인 삶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고민에 빠졌다. 고양이 양배추와 동거 중이며 우편배달 일을 하는 30세 뇌종양 4기 진단을 받고 악마에게 생명 연장의 딜을 받은 주인공의 이름이 뭐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지 않았다. 혹시 이 책에 주인공의 이름이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던건 아닐까? 그런데 굳이 다시 들춰서 찾고 싶은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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