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말들 - 시간 부자로 살기 위하여 문장 시리즈
조현구 지음 / 유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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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말들

요즘같이 정확히 올해 24년 2-3월 같이 하루하루를 책과 시간과 투쟁하며 보낸 적이 있을까 싶다. 아이들 방학이 지나면 조금 여유가 있을까 했는데, 새로 시작한 일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새 학기 이벤트와 사업 등록이 맞물리고 함께 부수적인 잡일들과 매주 매주 새롭게 준비해야 하는 수업들, 새롭게 시작되는 나의 학과 공부들이 한꺼번에 몰아치니 아침에 눈을 떠서 늦은 밤 실신하듯 잠이 들고 깨길 반복이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시간이 더 필요해! 하는 울부짖음. 어느덧 책이 쉼이 아닌 일이 되어 버렸지만, 그럼에도 책으로 하는 일을 할 수 있음은 다행한 일이라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보내었다.

어려서부터 남이 정해 놓은 시간에 나의 시간을 맞춰야 하는 것이 싫어 시간표 없는 삶이 장래 희망이었던 조현구 작가.
현재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랜서 직업으로 희망을 현실로 만들었다. 시간을 보내는 것'(낭비하는 것)과 시간을 '갖는 것'(축적하는 것)의 차이를 느끼며 '시간의 말들'을 찾아 나선다.

보아야 할 책이 쌓여 있지만, 1도 보기 싫을 때, 쉬엄쉬엄 한 꼭지씩 쉬며 보았던 책이다.
한 손에 가볍게 들기 좋은 사이즈와 무게, 재생종이로 만들었다는 것 또한 기분 좋게 자주 읽을 수 있었던 책의 매력이다. <시간의 말들>은 100가지의 시간에 관한 책 구절 혹은 유명하거나 작가에게 인상 깊었던 문구에 대해 쓴 에세이이다.

100가지의 이야기가 200여 페이지에 담겨 있어 글의 내용은 길지 않지만, 매 꼭지 꼭지마다 형광펜 줄과 다시 확인하고자 붙인 플래그가 한가득이다. 아름다워서 외우고 싶은 문장들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여러 짧은 글 안에 시간에 대한 단상이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고, 깊이 생각하고 책장을 넘기도록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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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에는 시간을 자연적으로 분할하는 수많은 문자반이 존재하며, 저마다 모양새가 다른 수많은 그림자들이 시간을 가리킨다._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의 문장들> 박명숙 옮김, 마음산책 2020

... 오밀조밀한 자연과 삶의 흔적들이 제각각이면서도 시계부속품처럼 정밀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런 풍경 위헤서 햇빛은 시침이 되고 골목에 드리운 그림자는 분침이 되고 그 사이로 흐르는 바람은 초침이 된다._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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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저녁 7시 40분과 8시 사이의 마법. 차원의 틈. 그 틈에서 새어나와 지상에 번져가는 시간의 색'_허은실 <내일 쓰는 일기> 미디어창비, 2019

... 묘박지(배들이 정박하는 장소) 너머 수평선으로 해가 넘어가는 붉은 시간은 심장을 간지럽힌다. ... 그곳에서 세상 가장 아름다운 노을과 매일같이 만나고 황홀하게 이별한다.'_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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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는 낮이든 밤이든 어느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예술이다._홀브룩 잭슨, <애서가는 어떻게 시간을 정복하는가><<천천히 스미는>> 봄날의책, 2016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새로 산 신간의 첫 페이지를 드디어 여는 순간, 이 시대 생각의 흐름과 마주하는 그 순간은 늘 두근두근 황홀하다. 그야말로 휴일의 아침이 예술이 되는 순간이다.'_p63

100가지 이야기에 각기 다른 시간에 대해 언급한 수많은 책들을 보는 재미도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고전, 소설, 에세이, 자기 계발 등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소개하는 책들을 보며 또 한껏 읽고 싶은 책들을 메모해 놓았다.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시간을 가지고, 축적하며 시간 부자로 살기 위해 오늘도 바쁜 우리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덕분에 읽는 동안 나의 정신없던 시간들도 그저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님을 깨닫고 즐겁게 하나씩 파이팅 할 수 있게 되었다. 손에 닿으면 바로 읽을 애장도서가 모인 침실 책장에 <시간의 말들>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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