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와 구더기 -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 현대의 지성 111
카를로 진즈부르그 지음, 김정하.유제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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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러 흥미있는 내용이 많기는 하지만 메노키오의 독서방법이 주목할 만하다. 그는 저자도 말했듯이 그 책의 내용을 앵무새처럼 읊조리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으로 재구성한다. <맨더빌의 기사>에서 식인섬의 l야기를 자기 나름대로 사제들의 무능력과 부패와 결부시켜 이해하고, <데카메론>에 나오는 세 개의 반지 이야기를 자기 나름대로 재구성한다. 그는 본문을 왜곡하기도 하여 완전히 자신만의 방식대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해석 기준이 아주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종교재판과정에서 그의 이단적인 주장을 어디에서 영향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모든 것은 나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것입니다”라고 대답할 정도로 그는 자신의 이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읽었던 책들은 거의 빌린 것이었고 그 책들은 원어로 되어 있는 것보다 이탈리아 속어로 이루어진 것들이 많았다. 이렇듯 재판관들이 그들이 읽었던 책들과는 다른 출처를 가진 책을 읽었던 그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지식까지도 독점하려고 하는 지배층 특히 당시의 성직자들은 사상의 경직성을 유지하고자 종교 재판을 벌였고, 서적에 금서라는 딱지를 붙여 민중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하는 것을 허용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민중의 물결을 막을 수 없었다. 아무리 지배층이 그들을 억압한다고 하더라도 생각하는 것을 못하게 할 수는 없다. 메노키오는 감옥에서 나온 후 또 다시 재판장으로 송환될 때에는 자신의 태도를 조금 굽히는 변화를 보이기는 했지만 이미 형성된 가치관을 바꾸지는 않았다. 지배층의 횡포는 그를 겉으로는 ‘기독교인이며 선량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지만 그의 속생각까지는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그는 또 다시 심문을 받게 되고 화형을 선고받는다. 이단으로 지목되어 15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뒤 1599년에 화형을 당하게 된 것이다. 민중문화와 지배층문화 사이의 중간적 존재였던 방앗간 주인인 메노키오의 삶은 그렇게 끝이 나지만 그가 가졋던 것 같은 생각들은 중세의 가치관을 바꾸어 근대로 접어드는 커다란 물결의 흐름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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