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 속엔 내 울음소리가 담겨져 있단다. 주머니를 열면 세상의 어떤 소리보다 큰소리를 낼 수 있어. 위급할 때 도움이 될 거다.”

 마누크마누크가 죽기전에 찬이에게 건내준 푸른 주머니... 그리고 마누크마누크의 말....

찬이는 마누크마누크의 말이 기억나자 그에게서 받은 푸른색 주머니를 품속에서 꺼내들었다.

‘저 지렁이들은 소리에 민감하잖아. 세상의 어떤 소리보다 큰 마누크마누크의 울음소리를 사용하면 저 녀석들을 멈추게 할 수도 있을 거야. 한 번 해보자’

찬이는 침을 꿀꺽 삼키고 푸른 주머니의 입구를 손에 쥐었다.

“모두들 귀를 막아요! 귀를 막아!”

찬이가 큰소리로 외쳤다. 구미호들과 석우는 그 소리에 놀라 찬이를 바라보다 재빨리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두억도 얼떨결에 두 귀를 막았다. 찬이는 그 순간 주머니들을 확 열어젖혓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귀를 꼭 막았다.

“꼬오끼오! 꼬오끼오!”

 세상 전체를 뒤 흔들만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모두들 귀를 꼭 막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찬이는 귀를 막고 버티다가 그만 자리에 주저앉았다. 귀를 막고 있는 사람도 견디기 힘들 만큼 커다란 소리인지라 지렁이들이 받은 타격도 심각했다. 지렁이들은 괴로움에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몸을 모래 속으로 숨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니었다. 끔찍하게 커다란 닭울음소리가 끝이 나자, 얼어붙은 동굴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쩌억!”

“저기 봐! 동굴 입구에 얼음이 갈라졌어!”

석우가 얼음동굴을 가리켰다.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어머니 동굴에서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둑이 터지는 것처럼 폭포에서 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맑은 물이 쏟아져 내렸다. 메마른 강은 어느새 물로 넘치기 시작했다.

“물이! 물이 나온다!”

마을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어느새 풍요의 강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아주 맑고 깨끗한 물이 가득차기 시작했다.

“고마와요 마누크 아줌마!”

 찬이는 이제는 비어 버린 파란 주머니를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기 봐! 무지개야 무지개가 떴어.”

석우의 말에 노아는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구름만 잔뜩 낀 온 대륙에 무지개가 안 든지 벌서 백년이야. 그런데 어?”

노아는 석우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다 말문이 막혔다. 정말 강 이곳저곳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만들어졌다. 쏟아지는 강물이 강의 이곳 저곳을 부딪히며 흰 물보라를 일으켰고 그 물보라가 밝은 빛에 반짝이며 무지개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밝은 빛?

 노아는 그 빛이 동굴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빛은 너무나 밝았지만 이상하게도 문을 지뿌리게 하거나 따갑지 않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화로운 느낌을 들 게 했다. 노아는 그 빛의 주인공이 누군인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머라이언님, 머라이언님이 드디어 깨어나신 거야.”

노아 뿐아니라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 모두 그 밝은 빛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밝은 빛의 준인공인 머라이언이 동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위엄 있고 신비로운 모습으로 천천히 고리를 움직여 헤엄치는 머라이언이 마치 구름위를 걷는 우아하게 강으로 헤엄쳐 왔다.

 그 모습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아이들도 구미호들도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머라이언은 물속에 있는 찬이와 구미호들에게 조용히 다가와 한번 쓰윽 주위를 돌더니 천천히 강 하루로 헤엄쳐갔다. 머라이언이 지나간 강둑에는 작은 풀꽃들이 가득 피어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모습에 취해 한 참동안 머라이언이 사라져 갈 때 까지 그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응, 이건 뭐지?”

정신을 차린 찬이 손엔 작은 뿔 고둥이 쥐어져 있었다. 그 뿔 고둥에는 은빛 물고기 비늘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이 건, 머라이언님의 마법의 뿔 고둥이야.”

미호가 찬이의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법의 뿔 고둥?”

“그래, 이것만 있으면 물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얻게 돼.”

“이, 이런 걸 왜 내게?”

미호의 말에 찬이는 깜짝 놀랐다.

“아마, 자신을 깨어날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한 머라이언님의 선물일거야.”

노아가 빙긋 웃었다.

뿔 고동이 마치 머라이언님의 무지개빛처럼 반짝거렸다. 찬이는 뿔 고둥이 한 참 동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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