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이 건 말도 안 돼.”

두억은 너무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손바닥에는 검게 삼족오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찬이가 두억을 풀어주는 대신 삼족오의 계약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싸리 빗자루에서 둔갑한 도깨비인 두억의 몸이 다 탈 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절대로 약속을 어기진 않겠지.’

 찬이는 두억의 울 듯한 표정을 보니 약간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지금까지 두억이 한 행도을 생각하면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 시간이 없어. 날이 어두워기 전에 우린 이 강을 벗어나 잘빛 평원으로 가야 한단 말이야.”

노아가 두억을 몰아세우자 두억은 울며 겨자먹기로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자, 이제부터 내가 설명하는 걸 잘 들어요!”

 두억의 계획은 이랬다. 먼저 마을 사람들이 장대를 이용하여 마른 강바닥을 두드린다. 그러면 소리와 진동에 민감한 올고이 코르고이가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마을 사람들이 장대로 괴물 지렁이에 시선을 끄는 동안 찬이들과 구미호들이 재빨리 강을 내려간다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저 괴물 지렁이가 나중에 너희들이 강 아래로 내려가는 걸 알아차려도 그 땐 이미 늦은 거지. 너희는 썰매를 타고 아래로 내려간 뒤일 거니까 말이야. 어때, 근사한 작전이지?”

 두억이 으스대듯 말했다. 두억의 계획은 좀 위험해 보이긴 했지만 해볼 만한 시도였다.

“좋아, 해보자!”

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자, 마을 분들은 모두 장대를 들어요. 장대! 혹시 장대가 없는 사람은 내가 싸게 나뭇잎 세장에 팔고 있으니까 빨리 사는 게 좋을 거예요! 아무것도 안 하다 마누크마누크님에게 혼이나고 싶진 않겠죠?”

 두억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유난을 떨었다.

“어이구 저 녀석 장사 수완 하난 알아줘야 한다니까.”

찬이가 두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십 여명의 마을 사람들이 장대를 가지고 강 상류에 모여들었다.  두억의 신호에 따라 마을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장대로 강 바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곧이어 강바닥이 꿐틀되더니 괴물 지렁이의 모습이 드러났다.

“더 크게 더 큰 소리를 질러요!”

두억이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 뒤 구미호와 찬이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 우리도 준비 됐지?”

두억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괴물 지렁이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레 몸을 움직여 강 바닥으로 들어갔다.

“자, 이제 출발 만 하면 돼. 마을 사람들 보고는 적어도 1시간은 저러고 있어야 한다고 엄포를 놨으니까 걱정 마.”

두억은 이렇게 말하고 찡끗 웃어보였다.

“저 녀석 아무리 그래도 난 안 믿어.”

석우는 찬이에게 이렇게 귓속말을 햇다. 두억을 믿기 어려운건 찬이도 마찬가지였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다.

“별수 없어. 우리에겐 지금 이 강을 벗어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일단 하라는 대로 해보자.”

찬이는 석우에게 이렇게 말하며 썰매 위에 몸을 얹었다.

“자, 그럼 출발이다!”

두억이 팔을 뻣어 주먹을 흔드는 것을 신호로 각자의 썰매가 미끄러져 내려갔다. 썰매들이 점점 속력을 내기 시작했지만 다행히 올고이 코르고이는 눈치를 체지 않은 듯 했다.

“야호! 성공이다!”

신이난 두억이 썰매를 앞서 나갔다.

“야, 같이가!”

석우와 찬이도 속력을 내었다. 미호와 노아가 조심하라고 소리쳤지만 이미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두억은 고개를 돌려 구미호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외쳤다.

“성공이야! 성공, 저 느림보 지렁이 자식이 지금 좇아와도 우릴 다라 잡을 순 없다고! 난 너무 잘났단 말씀이야. 자, 너희들도 빨리 와! 어?”

“쿵!”

그 순간 두억의 썰매는 무언가에 부딪혔고 두억은 순간 공중에 떠올랐다가 차가운 강바닥에 꼬꾸라졌다. 온 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두억은 앓는 소리를 낼 겨를이 없었다.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괴물 지렁이가 또 있어.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맙소사!”

두억의 썰매와 부딪혔던 것은 바로 올고이 코르고이의 몸통이었다. 이미 괴물 지렁이 십 여마리가 모래를 뚫고 나타난 것이었다.

“이제 끝장이야.”

두억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푹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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