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이들과 구미호들이 메마른 강에서 빠져나오자, 올고이 코르고이도 먹이감이 사라지자 몇 번 으르렁거리더니 모래 속으로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는 모두 대나무 장대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겁에 질린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일제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용서해 주십시요. 신성한 마누크마누크님!”
“용서 해 주십시오!”
찬이는 좀 전까지 자신들을 괴물 지렁이에게 던져주려고 했던 사람들이 이렇게 벌벌 떠는 모습을 보니 기가 찼다. 그 때 석우가 나무 자동차를 타고 도망가고 있는 두억을 가리켰다.
“저기 두억이 도망간다!”
“어림없지!”
노아가 주머니에서 부적을 꺼내 두억에게 홱 던졌다. 그러자 사람 모양의 부적이 두억의 머리 위로 손살같이 날아가 점점 커졌다. 이윽고 부적은 두억의 자동차 전체를 감싸버렸고 두억은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고 사로잡히고 말았다.
“이거 놔! 이거 놔!”
종이 부적에 사로잡힌 두억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아 앞으로 끌려 나왔다.
“이런 사기꾼 같은 녀석!”
마누크마누크에서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찬이가 두억을 노려보며 이렇게 말했다.
“쳇, 나한테 속은 너희들이 바보인거야.”
두억이 고개를 돌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 소리를 듣고 노아는 화를 버럭 내었다.
“너 이 녀석! 내가 널 앞으로 빗자루로만 살아가게 만들어 버릴 줄 알아!”
하지만 두억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을 내뱉었다.
“내가 썰매를 팔았지만 거기 들어간 건 너희들이 원해서잖아. 장대를 사간것도 이 마을 사람들이라고”
“조용히 못 해!”
노아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겟다는 듯이 부적을 꺼내들었다. 그때였다. 엎드려 있던 마을 사람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앞으로 나왔다.
“마누크마누크님! 그리고 구미호님들 저 녀석이 저희를 부축이지 않았다면 저희는 절대로 이런 상상도 못할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희를 속여 대나무 장대까지 사게 한 두억을 꼭 처벌해 주십시오.”
“뭐예요? 저 녀석에게 속았다고 해도 우리를 공격한 건 당신들도 마찬가지잖아요.”
찬이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말하자 마을 사람들은 다시 몸을 납작 엎드렸다.
“이 녀석들 치사하게 나한테 모든 잘 못을 뒤집어 씌워!”
“용서해주십시오. 위대하신 마누크마누크님!”
“용서를!”
마을 사람들의 울 듯 한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시끄러워요!”
노아가 소리를 꽥질렀다.
“이 사람들이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생각해보면 이게 다 나단 때문이야. 풍요의 강이 이지경이 되지 않았다면 마을 사람들이 떠나지 않았을 테고, 가진 게 없어 마을을 떠날 수 조차 없는 이 사람들이 저 사기꾼 도깨비의 말에 현혹되지도 않았겠지.”
미호가 담담히 말했지만 표정은 슬퍼보였다.
“그래도 자기들이 살려고 남을 해칠 생각을 하다니 너무해.”
석우는 모래덩이를 입에 넣었다가 너무 차가운 바람에 다시 뱉고는 인상을 지뿌리며 말했다. 그때였다. 두억이 표정을 바꾸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봐, 사실 너희들을 해칠 생각은 없었어. 지금 마음속으로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그래서 말인데. 여기서 날 풀어주면 너희들에게 이 강을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줄게 거짓말이 아니야. 나는 이래봬도 모르는 게 없어. 나단의 철성으로 가는 비밀 통로도 나는 알고 있단 말이야.”
“네 녀석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절대로 안 믿어.”
찬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이제 강을 타고 내려갈 방법이 없잖아. 어쩌지?”
석우의 말에 찬이와 구미호들도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이들과 구미호들은 잠시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5분 정도시간이 지난 후 노아가 두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좋아, 먼저 네 이야기가 정말 가능한지 먼저 들어보도록 할 게.”
“아주 현명한 선택이야. 너희들 생각보다 머리가 좋은데.”
두억이 간죽거리다가 싸늘한 미호의 표정을 보고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대신, 우리가 완전히 강을 벗어날 때까지 넌 우리와 함께 해야 해. 알겠지.”
“어? 하지만, 그건 좀... 쳇, 별수 없지. 내일 장사를 손해 보는게 지금 빗자루로 되돌아 가는 것보다 났을 테니까 뭐.”
두억이 많이 양보햇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조건이 또 있어.”
찬이가 눈빛을 빛내며 두억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