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얼음동굴




(1)

차가운 모랫바닥을 뚫고 나온 건 길이가 10미터는 더 되 보이는 거대한 지렁이였다. 주름진 붉은 몸뚱이에 날카로운 이빨이 원형으로 달려있는 머리가 모랫바닥을 뚫고 석우에게 달려들자 석우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위험해!”

미호가 재빨리 달려와 석우의 뒷덜미를 잡고 자리를 피했다. 석우는 미호의 팔에 매달려 버둥거리며 비명을 질러댔지만 다행이 거대한 지렁이의 공격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렁이는 이내 석우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직였다. 그 모습을 보고 찬이는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졌다.

“맙소사 저게 도대체 뭐야?”

“뭐가 됐든 우리가 막아 볼 테니까 넌 강 밖으로 달아나 어서!”

 노아의 다그침에 찬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서둘러 강둑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무엇인가 딱딱한 것이 찬이의 이마를 내리쳤다. 찬이는 그 바람에 강으로 굴러 떨어졌다.

“아야! 뭐 뭐야!”

찬이의 눈에 대나무 장대를 들고 있는 두억의 모습이 보였다. 두억은 기분나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허, 안 돼지 너희들은 강에서 죽어줘야 한단 말이야. ”

“뭐라고 이 자식이!”

찬이는 다시 강둑으로 기어오르자 이번엔 무표정한 얼굴의 마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대나무 장대로 찬이를 공격했다.

“아! 아얏!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찬이는 다시 강으로 굴러떨어졌다.

“올고이 코르고이가 너희들을 잡아먹을 때까지 좀 얌전하게 있어.”

두억이 미소를 지으며 장대를 길게 뻗어 창으로 찬이의 어깨를 쿡 찔렀다.

“윽, 너 어떻게 우릴 속일 수 있어!”

“헤헤, 너희들 같은 바보는 언제나 속일 수 있어. 너는 이 마을 사람들이 뭘로 살아남았다고 생각해? 농사, 장사? 아니야. 바로 올고이 코르고이에게 잡아먹힌 사람들이 남긴 옷가지와 돈을 팔아서지. 이 괴물 녀석 다행히 옷과 돈은 소화시키지 못하거든.”

찬이는 그제야, 마을 사람들이 그물이 달린 대나무 장대를 사기위해 두억에게 몰려든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을 죽게 만들어 자신의 목숨을 이어가다니! 장대에 찔린 어깨가 욱신거렸지만 찬이는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용서 못해!”

 순간 찬이의 몸이 점점 커지면서 온통 파란색으로 변했다.  찬이의 몸이 어느새 마누크마누크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누크마누크로 변한 찬이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자 강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낙엽처럼 바람에 뒹굴었다. 두억도 간신히 나무자동차에 의지해 바람을 피하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뭐야, 저 녀석이 어떻게 마누크마누크님으로 변한 거야?

 놀란 건 노아도 마찬가지였다. 아무 힘도 없는 인간 꼬마라고 생각했던 찬이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니, 노아는 문뜩 이 아이들이 진짜 예언의 아이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이야, 지렁이 녀석을 혼내줘. 빨리 빨리!”


 미호와 함께 올고이 코르고이의 공격을 피해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고 있던 석우가 찬이를 올려보며 소리쳤다.

“알았어! 저 지렁이 녀석 부리로 쪼아주고 말거야!”

찬이가 날개를 퍼덕이며 올고이 코르고이에게 달려들었다. 그때였다. 미호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잠깐! 공격을 멈춰!”

 발톱을 세워 달려들던 찬이가 공격을 멈추고 날개를 펄럭이며 공중을 맴돌았다.

“저 녀석 피부에는 독샘이 있어. 그래서 함부로 상처를 내면 독을 쏟아 부을 거야. 올고이 코르고이의 독을 맞고 살아남을 생물은 아무도 없어.”

 미호의 날에 찬이는 화들짝 놀랐다.

“어휴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네. 우선 구미호들과 석우를 구해주자!”

찬이는 다시 날개짓을 힘차게 하며 강 바닥으로 내려갔다. 석우와 미호 그리고 노아가 마누크마누크로 변한 찬이의 다리를 꼭 붙잡자. 찬이는 간발의 차로 독 지렁이가 머리를 쳐들고 공격을 피하면서 다시 하늘위로 솟구쳐 올랐다.

“야호! 성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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